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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머신, 스키점프, 모스크…메다이나의 신비

2012 라이더컵이 열리는 미국 시카고 인근 메다이나(Medinah) 컨트리 클럽은 묘한 분위기가 난다. 보수적 기독교의 색채가 강한 미국 중서부 답지 않게 이슬람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클럽하우스는 술탄의 성이나 모스크처럼 보인다. 메다이나는 이슬람의 성지로 불리는 사우디 아라비아 메디나의 미국식 발음이다. 메다이나 클럽의 문장은 아라비아 사막을 호령하던 베두인족의 칼과 이집트 파라오가 들어 있다.



메다이나 컨트리 클럽의 역사를 담은 스피릿 오브 메다이나는 그 유래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메다이나 컨트리 클럽은 프리메이슨의 유사 단체인 슈라이너들이 만들었다.



프리메이슨은 계몽주의 영향으로 자유와 합리주의 등을 주장하는 단체인데 권위를 내세우는 가톨릭과 충돌하면서 비밀 조직이 됐다. 그들은 비밀리에 함께 모일 장소를 찾다가 많은 컨트리 클럽과 골프 클럽을 만들었다.



기독교 문화를 기반으로 한 프리메이슨과 달리 슈라이너는 고대 아랍의 신비한 성지의 질서를 숭상한다. 아랍인들이 조직한 단체도 아니며 이슬람교도도 아닌 미국의 상류층이 만든 단체인데도 그렇다. 1830년 창설됐고 뉴욕에 메카 템플, 시카고에 메다이나 템플 등을 만들었다.



대공항 직전, 흥청거리던 1920년대. 당시 유력 인사들이 가입했던 시카고 메다이나 템플 소속의 부자 슈라이너들은 아메리카 대륙 최대의 골프 낙원을 만들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18홀 코스 3개에 폴로 경기장, 55에이커의 인공 호수, 테니스 코트가 계획됐다. 네덜란드에서 250년된 풍차를 수입하고 스키 점프대와 야구장, 라디오 방송국과 스키장도 만들기로 했다. 비잔틴과 아랍식이 뒤섞인 클럽하우스는 서치라이트로 철통 보안을 하기로 했다. 메다이나는 회원권을 돈 주고 팔기 시작한 초창기 골프장 중 하나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다. 18번 홀 옆에 있던 스키 점프대는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하고 금방 사라졌다. 클럽하우스의 마스코트였던 곰은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간 바비라는 이름의 소녀의 팔을 잘라 버리면서 생을 마감해야 했다. 골프 코스 3개는 아직도 늠름한 위용을 자랑한다. 특히 3번 코스는 US 오픈 3회, PGA 챔피언십을 2회 개최하면서 미국 최고의 명문 코스 중 하나로 자리를 굳혔다.



슈라이너들은 아랍의 흔적을 약간 지우고 슈라이너 병원 등을 만들며 많은 자선을 행하고 있다. PGA 투어 슈라이너 아동 병원 채리티 클래식도 이들이 만든 대회다. 일부 유명 프로골퍼가 슈라이너라고 알려졌다.



메다이나 컨트리 클럽의 사람들도 선만을 행한 것은 아니다. 골프장 역사책에는 마피아들이 판쳤던 1920년대 시카고의 혼탁한 분위기가 남아 있다. 골프장은 클럽 내 슬롯머신의 당첨 확률을 조작해서 많은 돈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클럽 창립자 몇몇은 골프장을 운영하며 비리를 저질렀다. 그들은 자신이 땅을 산 가격에 100%를 더 붙여서 클럽에 되팔아 착복했고, 멤버십을 팔면서 무려 30%를 수수료로 챙겼다. 첫 위원회가 생겼을 때 그들은 "잔고가 하나도 없으니 아침 일찍 은행에 가서 돈을 빌려 놔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57만5000달러를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가격에 회원권을 분양해놓고 적립금을 다 써버리고 껍데기만 남아 돈을 돌려주지 못한 한국의 몇몇 골프장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클럽하우스 주춧돌에 새겨져 있던 그들의 이름들은 메워졌다. 이 돈을 돌려 받으려 30년동안 법정 투쟁도 생겼다.



메다이나 컨트리 클럽은 어려움을 딛고 살아났다. US오픈을 3번, PGA 챔피언십을 2번 치른 전통의 명코스다. 가장 유명한 대회는 1999년 PGA 챔피언십이다. 최종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를 바짝 쫓던 19세의 골프 천재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16번 홀 티샷을 페어웨이 오른쪽 나무 뒤에 떨궜다. 그린을 노릴 수 없는 곳이었는데 그는 대담하게도 날카롭게 휘는 페이드샷을 쳤다. 힘껏 스윙을 한 가르시아는 페어웨이로 뛰어나가 공이 그린에 올라간 것을 확인한 후 힘찬 시저스 킥을 날렸다. 당시 메이저 우승을 10번쯤 할 것으로 보였던 가르시아가 아직도 못 이룬 메이저 우승을 결국 이룬다면, 혹은 못 한다 해도 오랫동안 회자될 명장면이다.



타이거 우즈는 이 곳에서 열린 두 번의 PGA 챔피언십에서 모두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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