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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더 묵직하고 지갑은 덜 가볍죠, 한숨 돌릴 겸 호떡집 들를까요

강남에도 재래시장이 있을까. 논현역과 신논현역 사이 왕복 10차선 대로 안쪽 이면도로에는 강남구 유일의 재래시장 ‘영동전통시장’이 있다. ‘고객님~’ 하는 판매원도 없고, ‘1+1 행사’도, 깔끔하게 포장된 규격 포장 용품도 없다. 다만 살림에 서툰 새댁에겐 어떤 재료를 얼만큼 사야 하는지 알려주고 귤 하나 떡 서너 개를 덤으로 찔러 주는 푸근한 상인들이 있다. 지난 21일 인근에 사는 주부 2명이 영동전통시장을 찾아 추석맞이 장보기에 나섰다.

글=하현정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1 ‘오뚜기수산’의 주인장 임미화씨가 장을 보러 온 주부들에게 차례상에 올릴 가자미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이달 발표한 전국 추석 차례상 구입비용을 보면 재래시장이 18만5000원, 대형마트가 26만2000원으로, 재래시장이 29.4% 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물건 고르기도 어렵고, 주차도 안 되고 카트도 없어서 불편하다는 것이 대다수 주부들의 의견이다. 얼마나 싸고 얼마나 불편한지, 초보 주부들을 대신해 재래시장 장보기에 나선 이들은 고은희(51·강남구 논현동)씨와 유정원(49·강남구 논현동)씨다. 구입할 품목은 차례상에 올릴 육류와 생선·과일·떡 등이다.

가장 먼저 들른 가게는 ‘경북고추’. “김치 담그게 고춧가루 좀 보여주세요.” 고씨가 말했다. 주인 유승근씨가 ‘강원도 평창 태양초’를 가리키며 말했다. “빨갛고 깔끔하게 하려면 이걸로 가져가셔야지.” 가격은 400g에 2만원이다. 중국산 건고추는 6000원. 고씨가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냐?”며 놀랐다.

삼거리를 지나서 자리한 ‘오뚜기수산’은 시장 내에서 단골이 많기로 유명한 가게다. 탱탱한 생선들이 얼음 위에 올려져 있고 그 위에 투명한 비닐이 한번 더 덮여 있다. 주인 임미화씨는 “시장 생선가게라고 해서 파리가 들끓고 비린내 난다고 여길 까봐 진열에 더 신경을 쓴다”며 가게를 자랑했다. 중국산 부세 조기가 1마리에 4000원부터 8000원까지, 국산 참조기는 1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유씨가 8000원짜리 부세 조기 2마리를 1000원 깎아 1만5000원에 구입했다. “전어 두어 마리 얹어줘요” 주인 임씨가 못이기는 척 비닐 봉투에 전어를 담았다.

질 좋고 신선한 한우로 유명한 영동전통시장은 강남 부유층 단골이 특히 많다. 메인 도로 중간 지점에 있는 ‘내고향한우’는 1+ 등급 한우를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한우 도가니살과 앞다리살·홍두깨살·양지 모두 100g에 3400원. “마트에서 쇠고기 산적용 고기를 사면 대부분 엉덩이살이에요. 맛이 뻑뻑하죠. 도가니살이나 앞다리살로 산적을 하면 결도 살아있으면서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푸근한 인상의 주인 최철한씨가 요리에 맞는 고기 부위를 설명해줬다.

‘일곱시떡집’은 재작년 열린 전국떡명장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박광호씨와 그의 어머니 조상님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단호박과 쑥, 흑미로 만든 송편뿐 아니라 모시송편, 쑥인절미 등도 맛볼 수 있다. 송편은 1kg당 1만2000원이다. 주인 조씨가 “추석 당일에도 문을 연다”며 “미리 주문해두면 말랑말랑한 송편을 바로 차례상에 올릴 수 있다”고 귀띔하자 고씨가 반색을 하며 얼른 3kg을 예약했다.

2,3 영동전통시장에서는 매일 매일 들여오는 신선한 채소와 햇 잡곡 등 질 좋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떡·전집 추석날도 열고 사과·배 마트보다 저렴

시장의 큰 사거리 쪽으로 이동하는데 고소한 냄새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중외약국 앞 ‘호떡집’으로, 집에서 손수 만든 반죽으로 호떡을 만들어 쫀득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가격은 3개 2000원. 두 주부는 소녀시절로 돌아간 듯 종이에 싼 호떡을 호호 불며 “맛있다”를 연발했다. 반찬가게 겸 전집인 ‘충남반찬’에서는 각종 모듬전을 구입할 수 있다. 한 접시 분량 모듬전이 400g에 7000원이다. 전집 역시 추석 당일 아침에도 문을 연다.

“얼마 전에 마트에 갔는데 배 1개에 5500원인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차례상에 3개는 올려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식구들이 과일을 좋아해 사과와 배를 신경 써서 산다는 유씨의 말이다. ‘내고향청과’에서는 충주 홍로가 1개 2000원, 나주배가 1개 3000원이다. 주인 민경례씨가 두 사람에게 맛보기로 귤을 하나씩 건넸다. 유씨는 “마트보다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며 사과와 배를 골라 바구니에 담았다.

이날 고씨가 사과와 배·생선·육류 등을 구입하는 데 끈 비용은 13만8000원과 예약해둔 떡 값 3만6000원을 합해 17만4000원이다. 차례상에만 놓을 물품을 간소하게 구입한 유씨는 12만원을 썼다. 인근 유료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1시간 주차에 4000원이 나왔다.

고씨는 “쇼핑 카트가 없는 것은 둘째 치고 무료 주차장이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좌판들 사이사이로 깨지고 움푹 파인 도로도 문제. 현재 도로 정비는 강남구청과 논의 중에 있다. 시장 상인회 이종현 회장은 “영동전통시장은 품질 좋은 한우와 채소가 많기로 유명하다”며 “질 좋은 물건들을 판매하기 위해 많은 상인들이 노력하고 있으니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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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