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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약 검증 제대로 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이란 존재는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주로 가져왔다. 실효성과 예산이 검증된 좋은 공약보다는 표를 의식해 급조되거나 부풀려진 공약이 많았다. 이런 공약들은 후보의 당선에는 도움이 됐지만 선거 이후 정권과 사회는 이를 설거지하느라 비싼 비용을 치렀다. 주로 대형 개발공약들이 그러했다.



 1988년 노태우 후보는 새만금 개발을 공약했다. 호남표를 의식한 대표적인 개발공약이다. 사업은 20여 년 동안 경제적 효용과 환경을 둘러싸고 소송과 갈등을 빚었으며 최근에서야 겨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수도 이전 공약으로 충청표를 대거 획득해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집권 후 이는 위헌으로 판정됐고 이후 공약은 세종시로 변경됐다. 세종시는 이명박 정권에까지 갈등의 과제가 됐었다. 이제 부분적으로 완공돼 정부 부처 이주가 시작됐지만 과연 부처를 분할하는 게 어떤 부작용을 부를지 목격하는 일이 남아 있다. 이명박 후보는 한반도 대운하를 공약했지만 집권 후 심한 반대에 부닥쳤다. 공약은 4대 강 개발로 바뀌어 완수됐는데 예상보다 비용이 더 들었다.



 정치적 공약 또는 ‘장밋빛 청사진’은 운명이 더욱 기구했다. 1997년 김대중 후보는 이념적으로 대척(對蹠)에 있던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연합하면서 내각제를 공약했다. 그러나 이는 부도수표가 되었고 이를 둘러싼 갈등은 연합정권이 붕괴하는 한 원인이 되었다. 2007년 이명박 후보는 ‘747 공약’을 내세웠다. 물론 집권 후 세계 금융위기라는 외부 변수가 있었지만 당초 ‘7% 성장과 300만 개 일자리’는 무리한 공약이었다.



 이번 대선에서도 ‘공약의 위기’가 닥치고 있다. 이번엔 대형 개발공약은 아직 없다. 여야가 추진하는 동남권 신공항(10조원) 정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여야가 경쟁하고 있는 복지공약은 개발사업 못지않게 재정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검증할 장치가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 기획재정부는 여야가 복지공약을 실천하려면 향후 5년간 새누리당 75조원, 민주당 165조원이 필요하다며 ‘거품’을 지적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런 발표가 정부의 선거 중립을 위협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런 규제는 이번 대선에도 적용되고 있다.



 정책 검증도 과제지만 정책 공약이 빈곤한 것도 문제다. 선거가 세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지율 선두를 다투고 있는 안철수 후보는 공약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약이란 것이 이렇게 급조될 수 있는 것인지, 그런 공약은 언제 누가 검증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좋은 공약은 선거와 국가를 살린다. 반면에 나쁜 공약은 유권자를 호도한다. 환상에 빠졌던 사회는 선거 이후 두고두고 대가를 치른다. 중앙일보가 공약 제안 및 공약 검증 캠페인을 시작하는 이유는 ‘나쁜 공약의 추억’ 때문이다. 나쁜 공약이 유권자와 선거를 포획해 사회를 갈등과 혼란으로 끌고가는 후진적 관행을 반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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