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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자전거도로 피로감

이후남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현 정부의 굵직한 정책에 후한 평가를 아끼는 이들도 ‘이건 잘했다’고 꼽는 대목이 있다. 그중 하나가 자전거도로다. 전국 방방곡곡의 자전거도로가 모두 지금 정부 들어 만들어졌을 리는 없지만 적어도 5년 전과 비교하면 자전거 타기가 좋아진 게 분명하다. 서울만 해도 한강과 한강으로 이어지는 지천 주변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과거 보행자와 자전거가 뒤섞이던 구간은 보기 좋게 길이 나뉘었고, 자전거를 타고 지나기 망설여지던 구간도 도로 경사나 폭이 편리하게 다듬어졌다. 이리저리 연결해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는 길 자체가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한강 주변을 벗어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자동차도로와 나란히 만들어 놓은 시내 자전거도로는 볼 때마다 불안한 곳이 여럿이다. 수시로 자동차가 튀어나오는 대형마트 출구를 자전거가 가로지르도록 해놓은 곳도, 좁은 도로를 기껏 나눠 만들어 놓은 자전거도로가 교차로 앞에서 예고 없이 뚝 끊기는 곳도 있다. 자전거를 타는 입장에서도, 자동차를 모는 입장에서도 자칫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런 곳을 자전거로 지나는 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시내의 자전거도로는 위험하거나 쓸모없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얼마 전 출근길에 자전거도로 신설에 반대하는 동네 주민들의 서명용지를 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기존 도로에 자전거도로를 만든다는 공사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에는 왜 자전거도로를 만드는지 설명이 없다. 서명용지에도 차로가 줄어든다는 것 말고는 왜 반대하는지 설명은 없다. 기실 문제의 도로는 언덕을 오르내려야 해서 자전거 타기에 썩 좋은 곳은 아니다. 이 길지 않은 도로 양끝에 다른 자전거도로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반면에 도로 양편에는 아파트 단지 진입로가 자리하고 있다. 자전거 길이 생기면 자동차 길과 엇갈려야 하는 셈이다. 서명운동의 여파인지는 알 수 없지만, 며칠 뒤부터 공사안내문이 보이지 않았다.

 미국 환경전문가들이 10여 년 전 펴낸 『지구를 살리는 일곱 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은 그 첫째로 자전거를 꼽는다. 자전거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도, 오염물질을 배출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자전거를 스포츠용·레저용뿐 아니라 자동차를 대체하는 교통수단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귀에 익은 지 오래다. 그러나 자동차 중심의 도시를 자전거 병행으로 바꾸는 일은 그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실시간, 초고속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자전거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이 또 있다. 자동차와 다른 속도다. 차를 타고 휙휙 지나던 풍경이 페달을 밟으며 달릴 때면 새로이, 찬찬히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 정책도 그랬으면 좋겠다. 혹 ‘일단 길부터 뚫고’가 자전거 도로 열풍의 1단계였다면, 지자체든 중앙정부든 2단계는 좀 더 속도 조절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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