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엇나갔던 아들 바른 길로 이끈 경희여고 이규섭 교감

경희여고 이규섭 교감은 “일방적이었다. 이해하지 못해 미안해. 그래도 사랑해”라는 말로 닫혀 있는 아이의 마음을 열어 보라고 권했다. [장진영 기자]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쟤 정말 왜 저래?”를 외치면서도 참고 삭이는 것이 부모다. 그야말로 아이도, 부모도 함께 질풍노도를 겪는다. 이 시기를 극복하고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아빠가 있다. 경희여고 이규섭 교감이 주인공이다. 이 교감은 “오랜 시간을 돌아 아들과 마주한 끝에 아이에게 바란 것은 1등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1등 학습법, 해외 유학보다 필요했던 것은 “아빠가 일방적이었다, 미안해” 한마디였죠

글=김소엽 기자

사진=장진영 기자



경희여고 교정에서 만난 이규섭 교감은 사범대학 졸업반인 큰 아들과 고교 2학년 아들을 둔 아버지다. 한창 사춘기인 막내아들 때문에 힘들겠다고 하자 “그 녀석은 우리 부부가 형 때 호되게 당해서 자기 편한 대로 산다”며 웃었다. “첫애 때는 저도 잘 모르니까 무조건 1등을 만드는 게 바른 길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아이가 힘들었을 걸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나요.”



 이 교감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큰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될 때까지 하루 일과는 아빠가 세웠다. 전 과목을 같이 공부하고 한 문제만 틀려도 잔소리하고 답답해했다. 그는 “아빠가 시험을 보면 100점을 맞을 정도였으니 아이가 오죽 답답했겠느냐”고 했다. 당시 그가 생각하는 학습 관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계획을 세워주고 시간에 맞춰 공부하며 기대에 맞는 점수를 ‘당연히’ 받아오는 것이었다.



 “방향성만 제시해주고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인데 조급한 마음에 아이를 압박했었죠.”



 그러는 사이 아들은 소리 없이 분노를 쌓아가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말부터 성적표를 가져오지 않았다. 한 문제를 틀려서 1등을 못했다는 말만 했다. 워낙 거짓말을 모르는 아이였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이 교감은 “거짓말이 들키자 대놓고 집 밖으로 돌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아들의 반항에 화가 나서 심할 정도로 매를 들었다. 그럴수록 아이는 더욱 엇나갔다. 체격도 큰 편이고 운동도 잘했던 아들은 소위 쌈꾼인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때부터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아들이 집에 들어오지 않거나 늦으면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행히 아들은 고입 이후 마음을 잡고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입학 후 학급과 학년 회장을 맡아 다시 가정이 자리를 잡는 듯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한 달 만에 예전에 어울리던 친구들과 만나며 또다시 흔들렸다. 친구들로부터 떼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에 전학을 결심했다.



전학 후에도 친구들과의 관계를 완벽히 정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중국 유학이었다. 한참 엇나간 아이를 유학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규율이 엄격한 곳을 찾았다. 아이의 절규는 극에 달했다. 그는 “아빠의 규제에 질려 있는 아이를 또 다른 규제 속에 넣었으니 불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며 “하루에도 2~3번씩 전화를 걸어 우는 아이를 보며 서로 고통스러웠다. 이때도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이가 잘되길 바란다면 믿는 것이 부모 역할



두 번째 방법은 캐나다 유학이었다. “한국에서 답이 없다며 도피성 유학을 보내는 부모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그건 결코 방법이 될 수 없어요. 캐나다 유학 후 돌아온 아들을 보며 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소리 없이 울고 또 울었습니다.”



 캐나다 친척집에 머물며 유학생활을 시작했지만 자유로운 외국 문화는 아이를 더욱 병들게 했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학교에도 가지 않았다. 적응 하지 못하는 아들을 보며 친척이 전화를 걸었다. 그는 “귀국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듣고 아이를 불러들였다”며 “80㎏의 건장한 아들이 62㎏이 돼서 눈앞에 나타났다. 아들을 보는 순간 1등은 무슨,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이는 아빠의 시선을 피했다. 아빠의 일방적인 공부 압력에 숨 쉴 곳을 찾아 발버둥쳤을 아이의 지난날이 떠올랐다.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 이 교감은 “아빠가 너무 일방적이었다. 미안하다. 나는 네가 소중하다”며 울었다. 그 말에 한동안 말이 없던 아들이 낮고 작은 목소리로 “아니에요. 제가 아빠 마음을 읽었어야 했어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한 달간 아들은 잠만 잤다. 당시엔 아들이 그저 건강하고 올바른 정신만 가지면 된다는 마음뿐이었다. 한 달간 부자는 마음 속 이야기를 했다.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킨 일이나 체벌 같은 과거의 일들에 대해 사과하고 이해하며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냈다. 마음이 풀어지자 아들은 아빠의 시선에 눈을 맞추기 시작했다. 이 교감은 “가출하는 아이들은 집이란 공간 자체가 편안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아이를 보면 잔소리가 나가고 불안하지만, 믿고 내버려두면 아이는 믿어주는 만큼 자란다”고 했다. 둘째 아이는 주변에서 신기해할 정도로 믿고 내버려두고 있다. 형처럼 시간표를 세우고 공부 상황을 체크하지 않아도 늘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성격도 여유롭고 봉사도 적극적이다. 이 교감은 “아이들이 미래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아이들 스스로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다. 아이가 바르게 잘 되길 바란다면 믿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고 했다. 언제나 1등만 하던 순하고 착한 아들의 일탈, 그것을 막은 것은 욕심을 버린 아빠의 진심 어린 한마디 “아빠가 일방적이었다. 미안해”였다.



이규섭 교감이 말하는 ‘엇나가지 않는 교육법’



1. 자녀 관리의 출발은 아이를 쫓아가는 것이다=아이를 앞에서 이끌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스스로 적성을 찾고 그것에 매진할 수 있도록 부모는 뒤에서 방향 제시만 해주고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도와주어야 한다.



2. 학습을 할 때는 큰 틀만 보자=아이 스스로 공부할 범위, 시간, 과목을 정하도록 한다. 이때 시간의 효율이나 연관성 등에 대한 조언 정도만 해주면 된다. 부모가 시간표를 짤 필요는 없다.



3. 독서는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이다=공부의 성패는 초등학교 때 결정된다. 어릴 때부터 아이가 읽고 싶은 분야의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규칙적인 독서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4. 공부의 핵심은 개념과 용어를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문제 풀이식이 아닌 개념에 바탕을 둔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떠한 내용이든 다른 사람에게 내가 공부한 내용과 지식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