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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녹지 만들라는 ‘코미디 규제’ 여수산단 풀어주자 일자리 5000개

# 전남 여수시 중흥동·삼일동 일대의 여수산업단지. 바다에 인접해 있는 좋은 입지 여건 덕에 석유화학산업 단지로 자리를 잡은 곳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73개 회사가 입주해 있고 1만7591명을 고용하며 89조6139억원어치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내수가 미래다 ④ 쓸 기업·사람은 쓰게 하자

 GS칼텍스 등 여수 산단 입주기업의 고민은 녹지비율 규제 때문에 투자를 늘릴 수 없다는 거였다. 기업들이 2010년 산단 지역 내 녹지 해제 신청을 했지만 전남도의 허가가 늦어져 투자가 지연되고 있었다. 국토해양부의 ‘산업단지의 개발에 관한 통합 지침’에 따르면 3㎢ 이상의 산업단지는 단지 면적의 10~13%를 녹지로 확보해야 한다.



 이달 초 열린 4차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앞두고 관계부처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녹지 비율을 내리는 건 수용하기 곤란하다. 거주자들의 건강 문제도 있다. 산업단지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설정한 최소한의 녹지 기준은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존에 있는 예외규정을 활용해달라.”(환경부)



 “녹지비율 예외규정을 적용하려 해도 관계부처 협의가 쉽지 않다. 석유화학 업종은 예외규정을 적용하도록 기준을 개정해달라.”(전남도)



 “환경문제 때문에 녹지비율을 일괄적으로 내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특정업종에만 예외를 인정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긴다.”(기획재정부)



 부처 간 이견이 팽팽했다. 해결책은 뜻밖의 지점에서 나왔다. 녹지비율을 계산할 때 나중에 매립될 예정인 바다면적까지 단지면적(분모)에 포함해온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바다에는 녹지를 만들 수 없으니, 실제 공장부지 대비 녹지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코미디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는 녹지비율 산정 때 바다 지역은 산단면적에서 제외하는 지침을 지자체에 전달했다. 정부는 이번 규제 완화로 여수 산단지역에 2017년까지 2조원이 투자되고 5000명의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 “규제가 정말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어요. 공장 증설을 위해 도대체 어떤 부처를 찾아가야 하는지조차 알기 힘든 실정입니다.”



 이 말은 기업가나 민원인이 한 말이 아니다. 경제계가 건의한 규제 개선 과제를 들여다봤던 재정부의 어느 과장이 경기도 이천 지역의 공장 증설 규제를 분석한 뒤 밝힌 소회다. 이천에서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서는 전력·용수·대기·수질·입지면적 등 각종 규제를 하나하나 뚫어야 한다. 그러니 규제 하나를 해결해준다고 해도 당장 기업이 투자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재정부 과장은 “이런 복합 규제, 덩어리 규제를 풀기 위해선 원스톱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규제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공무원조차 헷갈린다. 이천의 투자·증설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해 지난달 부처와 관련 공기업이 모여 토지·용수·수질 규제를 하나씩 개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기오염 관련 규제가 막판 쟁점이었다. 특정대기오염물질을 연간 25t 이상 배출하는 시설의 입지를 제한하는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한 업체의 요구를 환경부는 거부했다. 또 다른 코미디가 연출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규제는 환경부 권한이 아니라 지자체인 경기도의 권한이었어요. 규제권자가 누군지를 공무원도, 해당 기업도 다 몰랐던 거지요. 얼마나 복잡했으면….”(재정부 과장)



 기업뿐만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생활에도 ‘낡은’ 규제가 스며들어 있다. 먹는샘물 병마개엔 수질개선부담금의 납부·면제를 증명하는 표지가 인쇄돼 있다. 부담금 탈루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2008년 3월 부담금 부과기준이 생수 판매량에서 취수량으로 바뀌었다. 취수량은 자동계측기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애꿎은 병마개 제조업체만 고생하고 있었다. 더 위생적이고 다양한 병마개를 개발하는 데도 걸림돌이 됐다. 정부는 뒤늦게 ‘먹는물 관리법’을 개정해 이 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돈 쓸 만한 기업과 사람은 쓰게 해야 내수가 산다. 특히 기업 투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사례는 아직도 회자된다. 2006년부터 이천공장 증설을 추진했지만 폐수 처리 문제로 공전을 거듭하다가 지난해 초에야 관련 규제가 풀렸다. 그러나 그사이 하이닉스는 중국 공장에 추가 투자를 했고 청주에 라인을 깔았다. 뒷북 규제완화 탓에 버스는 이미 떠난 것이다.



 정부도 경기 살리기 차원에서 규제 완화에 노력 중이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은 19일 “우리 경제의 센티먼트(심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제활력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관건”이라며 “정부도 기업가정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투자환경 개선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완화를 뜯어보면 대부분 사소하거나 이미 실효성이 없는 규제라는 불만도 나온다. 이 와중에 여의도 정치권에선 ‘경제민주화’로 포장된 규제 강화의 대포를 쏘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작은 규제만 풀고 금산분리 강화 같은 거대 규제를 쏟아내면 결국 기업가정신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서경호(팀장)·최지영·김영훈·김준술·장정훈·한애란·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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