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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진전 속도보다 중산층 증가 속도 빠르다

세계화(globalization) 때문에 중산층이 줄고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이 요즘 경제학계의 경고다. 이때 말하는 양극화는 한 국가 내에서 부자와 빈자의 소득 격차가 커진다는 것과,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격차가 심해진다는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그러면 지금은 지구촌 시대가 낳은 양극화라는 부정적 현상에 적합한 투자법을 찾는 데 골몰해야 할 때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세계화는 투자자에게 위기라기보다 기회라고 본다. 세계화는 양극화 심화의 역기능을 상쇄하고도 남는 순기능을 발휘한다. 바로 중산층의 증가다. 많은 전문가의 지적과 달리 지구촌 전체로 보면 중산층은 늘고 있다. 몇몇 주요국들을 보면 중산층은 얇아지고 양극화가 심해지는 듯하지만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살펴보면 양극화 속도보다 중산층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투자를 할 때 양극화에만 매몰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

증시고수에게 듣는다

가령 A라는 기업이 양극화가 심한 한 나라에서만 제품을 판다고 가정하자. A기업은 비중이 작은 중산층보다 비중이 큰 고소득층이나 저소득층을 잠재적 소비자로 설정할 것이다. 그러면 고소득층을 위한 사치품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기초 생필품 중 어느 한쪽의 제품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게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A기업이 전 세계를 무대로 제품을 판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중산층을 겨냥한 제품을 만드는 게 훨씬 이익이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9년에 19억 명이던 중산층은 2020년에 32억 명, 2030년에 49억 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20여 년간 늘어나는 30억 명의 중산층 중 90%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인도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중산층이란 대체 어떤 계층인가. 기업가적 성향을 지닌 소상공인 또는 풍부한 구매력을 가진 소비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소득이 있어야 중산층인가에 대한 기준은 다양하다. OECD 자료로는 구매력 기준으로 매일 버는 돈이 10~100달러이면 중산층으로 본다. 세계은행은 연 4000~1만7000달러로 정의한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는 연 6000~3만 달러로, 일본 노무라증권은 6000~2만5000달러로 본다. 기준은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적인 분석은 중산층의 숫자가 향후 20~30년간 전례 없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란 점이다.

소득 많아지면 소비재 종류 달라져
이런 변화 속에서 중산층이 어느 시점에 어떤 과정을 통해 증가할지 예상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좋은 시사점이 된다.
첫째, 소비자의 구매력은, 점진적으로 높아지는 경제성장률과 달리 어느 날 갑자기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경제개발 초기에는 성장의 과실을 노동자보다 자본가가 더 많이 가져간다. 자본가 집단은 빈약한 자본을 하루빨리 채워 회사를 키우는 게 지상과제다. 또 노동생산성이 낮아 임금을 많이 줄래야 줄 수도 없다.
그러나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해 자본 축적이 어느 정도 되고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면 노동자들에게 성장 과실을 분배할 여력이 커진다. 그런데 노동자의 임금은 어느 정도 성장 단계까지는 억눌려 있다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비약적으로 늘어나곤 한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한순간 임금이 급상승해 가계소득이 급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보면 민주화 이후 노사관계 개선 요구가 커졌던 1980년대 후반이 이 시기에 해당할 것이다.

둘째, 중산층은 소득이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소비를 늘린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6000달러를 넘어서면 소비의 소득탄력성이 1을 넘어선다. 예를 들어 이 값이 1.5라고 하면 소득이 100만원 증가할 때 소비는 150만원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런 높은 탄력성은 2만5000달러까지 지속되다가 이후에는 다시 낮아진다.
마지막으로 소비재의 종류가 달라진다. 이른바 ‘3분의 1 법칙’이라고 하는 것이다. 중산층에 진입하면 소득 중 소비에 쓰는 돈의 3분의 1 정도를 의식주 등 필수 소비가 아닌 선택적 소비에 할애한다는 것이다. 소비재 중에서도 중산층이 생활을 즐기기 위한 제품의 수요가 늘어난다.

이러한 경제적 영향 이외에도 중산층의 증가는 커다란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혹자는 중산층 증가는 민주화를 촉진한다고도 한다. 세계사적으로 서구에서 중산층이 급증한 1차 시기는 부르주아와 소상인·전문직 종사자가 급격히 늘어난 19세기 산업혁명 고도화 시기다. 2차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태어난 1950~80년이다. 이 두 시기 모두 급격한 사회적 변혁을 겪었다. 그리고 21세기가 10여년 더 지난 지금,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가들이 형성하는 3차 중산층 증가 시기가 시작되고 있다. 그 규모는 역사적으로 최대라고 전망된다.

요컨대 세계 각국에서 부각되는 양극화 문제보다는 글로벌 관점에서 역사상 유례없는 중산층 증가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별 국가의 지도를 살피기에 앞서 지구본을 놓고 큰 그림을 그리는 투자 전략이 긴요하다. 각국의 계층별 소득 분포를 하나로 합쳐 그래프를 그려보면 향후 30년은 어느 때보다도 중산층의 비중이 커지는 시기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가뭄이 올 때 논밭은 바짝 마르고 홍수가 나면 물이 넘쳐 피해를 준다. 가뭄과 홍수를 예측하며 한 해 한 해 작황을 예상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 그렇지만 수심이 깊고 폭이 넓은 강은 홍수와 가뭄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 도도하게 흐른다. 우리는 홍수와 가뭄을 보는 게 아니라 이러한 큰 강을 보면서 투자해야 한다. 현 시대 투자자들에게 장강(長江)은 바로 중산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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