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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관광, 병영체험...안보 전선의 젊은 문화

21일 코레일의 ‘DMZ 와인시네마열차’를 이용한 관광객들이 와인을 마시며 DMZ 관광을 즐기고 있다. 맨 오른쪽은 4일 철원에서 열린 군복 패션쇼. 홍상지 기자
“와. 진짜 가깝다. 20㎞쯤 될까?” 21일 대구에서 올라온 이영진(27)씨가 도라 전망대에서 북한 땅을 바라보며 함께 온 어머니 김윤옥(54)씨를 향해 탄성을 지른다. 모녀는 딸의 첫 휴가를 기념해 이곳을 찾았다. 모녀간의 첫 여행이다. 대구를 벗어나 공기 맑고 색다른 곳을 찾다가 DMZ(비무장지대)를 선택했다. ‘안보의 중요성을 깨닫기 위해’ 따위의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다. 그러나 눈으로 직접 확인한 분단국가의 현실이 모녀에게 크게 다가왔다. 어머니 김씨는 “TV에서 봤을 땐 몰랐는데 직접 가까이서 보니 가슴속에 울림이 있다”며 북한으로 향한 눈을 쉽게 떼지 못했다.여자 친구와 함께 DMZ를 찾은 대학생 주효원(23)씨는 “친구한테 데이트 장소로 딱이란 얘기를 듣고 나왔다. 군대 생활할 때 생각도 많이 나고 할 얘기도 많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손을 꼭 붙잡고 도라산 역에 작게 마련된 철도길을 걸었다.

안보 체험시대 新풍속도

주씨처럼 연인과 함께 DMZ를 찾은 사람들의 인기 장소는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다. 곳곳에 바람개비와 조형물이 설치된 공원에서 연인들은 기념사진 찍기에 바빴다. 저녁이 되자 이곳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축하 콘서트장이 됐다. 홍경민, 다비치, FT아일랜드 등 유명 연예인들의 등장에 관광객들의 환호성이 크다. 시끌벅적한 공연장 지척엔 북한으로 향하는 통일대교가 우뚝 서 있다.

비무장지대(DMZ) 남측 철조망 너머로 북한 최남단 선전마을 기정동에서 인공기가 펄럭이는 풍경이 보인다. [AP]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 관심 커져
데이트 장소로 좋을 것 같아, 바람 쐬러, 친구가 추천해줘서…. DMZ 관광에 나선 이유는 모두 달랐다. 하지만 “안보 현장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찾고 나면 매스컴을 통해 보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고 체험자들은 말한다.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 2011년 김정일 사망 이후 3대 세습까지의 북한이 DMZ 관광을 자극했다. 안보 관광에 대한 수요가 생기자 파주시는 제3땅굴과 도라산 전망대 등을 상품으로 개발했다. 지난해만 60만 명의 관광객이 파주를 찾았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최근엔 도보 중심의 안보 관광지 답사뿐 아니라 자전거 투어, 영화 관람 등의 다양한 방식이 결합됐다. DMZ 전문 여행사인 ㈜DMZ관광을 10년째 운영하는 장승재 대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관광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이제 웬만한 체험 상품으로는 흥미를 끌기 어렵다”고 전했다.

코레일은 21일 안보 열차 ‘DMZ 와인시네마열차’를 운행했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패키지 상품인 이 열차를 이용하면 DMZ 투어는 물론 달리는 열차 안에서 와인 시음을 하고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참석할 수 있다. 문화와 안보의 색다른 결합이다.부산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선정희(26)씨는 이날 오랜만에 병원 사람들과 기차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DMZ. 20대 중후반 여성이 대부분인 선씨의 동료들은 이번이 첫 DMZ 방문이다. 부산에서 경기도 파주가 멀기도 했다. 멀지 않더라도 딱히 DMZ에 가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처음 선씨와 동료들을 사로잡은 건 ‘와인’과 ‘영화’였다. 역무원들이 따라주는 와인을 마시며 선씨는 오랜만에 동료들과 분위기를 내본다. 그렇게 시작된 기차여행이었지만 DMZ 관람 때 와인이나 영화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다. 기차안에서 상영하는 영화 제목도 간첩이었다.

DMZ 관광이 뜨자 군 부대가 밀집해 접근이 어렵던 강원도 지역도 함께 부상했다. 강원도 주요 지역은 다양한 안보체험 상품을 개발해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철원군은 102만 명, 인제군은 100만 명을 유치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돼 관람객이 꾸준히 줄어들던 고성군은 무려 483만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바닷가 피서지도 많지만 고성군엔 통일전망대 등이 있다. 여느 광역자치단체의 한 해 유치규모 수준이다. 지난달 29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철원의 육군 6사단을 직접 방문해 병영체험 등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6사단 관할구역 내엔 제2땅굴, 철원평화문화광장, 노동당사, 평화전망대 등이 있다. 강원도는 6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 전 인제의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 화천의 7사단과도 비슷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들 지자체와 각 부대는 세부 체험 프로그램 개발과 운용을 함께 진행한다.

병영체험은 주로 청소년과 젊은 직장인이 즐긴다. 지난 4월 경북 영천에 있는 육군 3사관학교에서 주관한 ‘2012 병영체험’엔 영천 및 대구 지역 학생들과 교사·직장인 등 모두 432명이 신청했다. 청주의 동부전선 육군 5861부대 수색대대는 지난 7일 저소득가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병영캠프를 열었다. 같은 날 전주의 육군 35사단은 전북 지역 지적 장애인들의 병영체험을 도왔다. 기업은 직원들의 리더십, 협동심을 키우고자 병영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한다.

영유권 갈등 불거진 독도 탐방객도 급증
강원도의 안보 현장만이 아니다. 독도는 2005년 개방 이후 관람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독도 탐방객들 중 신청한 사람에 한해 ‘독도명예주민증’을 주는 이벤트가 시작된 2010년 이후엔 관광객이 4배 이상 폭증했다. 독도를 놓고 한·일 간 영유권 갈등이 깊어진 올해엔 지난달까지 약 13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이 추세라면 관광객 최고 수치를 기록한 지난해 17만9621명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SNS에 ‘독도주민증 인증샷’을 올리는 것도 인기다.

닫혀 있던 안보 현장의 문이 열리자 예능 프로그램도 군 부대를 찾는다. 케이블 채널 Mnet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슈퍼스타K 시즌 4에선 최초로 군 부대에서 오디션을 진행했다. 7월 초부터 전국 육군 부대 10여 곳을 직접 방문했다. 슈퍼스타K 우승자가 되면 제대 후 데뷔할 수 있다. Mnet 홍보팀의 윤인호 차장은 “인재의 성역을 넓히다 보니 자연스럽게 군 부대로 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방송에선 705특공연대 일병 김정환씨가 맹활약 중이다. 시청자들은 그에게 ‘군인’과 팝가수 ‘제이슨 므라즈’의 합성어인 ‘군인스므라즈’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22일엔 디자인 전문업체 누브티스가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군복 패션쇼를 열었다. 육군 1사단 병사들이 직접 모델로 섰다. 과거의 엄격하기만 한 부대 생활에선 상상하기 힘들던 일탈이다. 이경순 누브티스 대표는 “딱딱했던 군 문화를 좀 더 즐겁게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이상호 대전대 군사학 교수는 “형식이 가볍든 무겁든 일단 외교안보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를 잘 이끌어 시너지 효과를 내게 하는 건 이제 나라 전체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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