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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격 구기고 경제 손실 中.日 ‘루즈루즈’ 게임

금방이라도 한판 붙을 것 같던 중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강공으로 나오던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평화’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다. 그는 21일 난닝(南寧)에서 열린 중국·아세안 엑스포(CAEXPO) 비즈니스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이웃 나라와의 영토·영해·해양 권익 분쟁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특사 파견’ 등 수습책을 모색 중이다. 유엔 총회 기간에 중·일 외교장관 회담을 여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난 11일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 조치 이후 열흘 남짓 동북아 정세를 긴장으로 몰아넣은 센카쿠 분쟁의 득실은 무엇일까. 한국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센카쿠 분쟁 득실 따져보니

이틀 만에 태도 180도 바꾼 시진핑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태를 ‘윈윈(win-win)’이 아닌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었다고 분석한다. 양측 모두 득(得)보다 실(失)이 많았다는 얘기다.
우선 중국은 체면을 확 구겼다. 시진핑 부주석의 ‘평화 해결론’은 국제사회 여론과 미국에 굴복한 측면이 있다. 그는 19일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을 겨냥해 “위험에 직면해서야 정신을 차리는(懸崖勒馬) 우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에서 이 단어는 군사행동 직전의 최후 통첩과 같은 의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1950년 한국전 참전, 1962년 인도와 국경전쟁을 벌이기 직전 사설(社說)에서 미국과 인도를 향해 이 단어를 사용한 바 있다. 시 부주석은 또 미국에는 “남의 나라 영토 분쟁에 간섭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어 센카쿠 국유화 조치를 ‘웃기는 짓(可笑)’이라고 능멸했다.

하지만 시 부주석은 이틀 만에 태도를 180도 바꾸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언론에 발표를 하지 않아 그렇지 패네타의 강력한 경고가 먹힌 것 같다”고 분석했다. 패네타 장관이 시 부주석의 강경 발언에 대해 “중·일 간 무력충돌이 일어나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이 세력 균형자로서 아태 지역의 불안 요인을 원만히 억제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중국의 초강경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21일 “전 세계가 중·일이 싸우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국제여론을 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우려를 표명했다. 그 바람에 중국의 ‘평화 굴기’는 중국 위협론으로 비화했다. 중국군 장성들은 잇따라 ‘전쟁 불사’를 거론하고 육·해·공 합동으로 열흘 동안 대규모 군사훈련을 두 번이나 했고 5개 군구에 전쟁준비태세까지 하달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동남아 국가는 물론 인도까지 중국의 무력에 의한 분쟁 해결시도에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이 바라는 대로 ‘중국 위협론’을 중국 스스로 확인해 준 것이다

중국 외교의 언어 폭력성도 거론된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17일 “중국이 일단 경제 제재를 실시하면 비교적 살상력이 높고 일본의 ‘급소’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쓸 것”이라며 “중국은 상대를 1000명 죽일 수 있다면 800명의 손실을 감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부주석의 거친 발언 역시 외교적 결례에 가까운 수사(修辭)다. 중국의 정치평론가 후스(胡施)는 “반일 시위는 좀 더 세련되고 품위 있게 주장할 줄 모르는 중국 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관제데모 의혹이 커지면서 중국의 국격에도 흠이 갔다. 20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푸젠(福建)성의 반일 시위에 참가했던 한 남성이 “100위안(약 1만7000원)을 받고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있다”고 증언했다.

일본 자민당과 보수세력 어부지리
일본 역시 타격이 막심하다. 먼저 정치적 리더십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반일 시위가 거세지자 “센카쿠 국유화가 이렇게 큰 (중국의) 반발을 부를지 몰랐다”며 한 발 물러섰다. 중국이 ‘반일 시위 묵인→일본 제품 통관절차 강화→어선 해상 시위→호위함 배치’ 등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자 노다 정부는 20일 대중 특사 파견을 거론하며 유화 제스처를 보내야 했다. 일본의 지나친 대미 의존과 중국에 대한 두려움도 확인됐다. 9월 초부터 미국에 센카쿠 열도가 ‘미·일 상호방위조약 대상’임을 확인하고 센카쿠 국유화 조치를 취했다. 이후 중국이 강경 대응을 계속하자 패네타 미 국방장관을 초청해 미·일 동맹을 재확인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피해는 아직 진행형이다. 일본 제품에 대한 통관절차 강화로 200여 개 일본 기업이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 21일에는 일본 관련 서적의 출판금지조치가 내려졌고 1만여 명에 달하는 국경절(10월1일) 연휴 관광객의 방일 여행도 취소됐다. 이 때문에 양국 항공 노선도 대폭 줄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은 희토류 수출 금지를 당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대륙에선 도요타·닛산 등 현지 공장과 판매대리점 상당수가 불타거나 부서졌고 수퍼마켓·식당 등 유통·서비스 업체들도 당분간 정상 영업을 하기 힘든 현실이다. 특히 도매·운송장비·전자기기 분야의 피해가 컸다. 일본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21%에 달한다. 교도통신은 “일본 기업의 피해 금액은 총 100억 엔(약 143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2005년 4월 중국 내 반일 시위로 인한 피해액 7700만 엔의 14배에 달한다. 상당수 일본 기업들은 중국 사업 계획을 바꾸거나 아예 사업을 철수해 다른 국가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센카쿠 열도가 사실상 영유권 분쟁 지역임을 국제사회가 널리 알게 된 것도 뼈아픈 외교적 실책이다. 여기엔 일 정부의 오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권력투쟁이 계속되는 중국 내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하려면 외교부·공산당 루트뿐 아니라 군부·지방조직 등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가 있어야 한다”며 대중 네트워크의 취약점을 지적했다.

반면 단단히 이득을 챙긴 세력도 있다. 바로 자민당과 보수세력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26일)를 앞두고 ‘센카쿠 강경대응’을 외치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방위청 장관, 아베 신조(安倍晉三) 전 총리가 1~2위로 부상한 게 그런 현상을 말해준다. 이들은 중국의 센카쿠 영해 침범 시 즉각 자위대를 출동하도록 법 자체를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자위대법 개정→센카쿠 실효지배 강화→중국의 반발→군사 대국화 추진’이란 구도를 추진하는 데 좋은 구실을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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