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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한 성철 스님 둘째 딸의 깨달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사람은 홍길동만이 아니었다. 불필(不必) 스님(77). 한국 불교사에 큰 획을 그은 성철 스님(1912~93)의 둘째 딸. 그에게 아버지라는 호칭은 없다. 대신 ‘큰스님’이 있을 뿐. 올해 성철 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불필 스님이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김영사·1만4000원)를 펴냈다. 이 제목은 성철 스님의 20대 시절 노트에 적혀 있던 글귀. 깨달음을 얻어 ‘영원한 대자유인’이 돼야 한다고 주창한 성철 스님과 이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불필 스님의 소중한 인연의 향기가 물씬 배어 있다.

불필 스님 회고록 『영원에서 영원으로』

글은 스님이 불문에 귀의하게 된 과정과 그 이후의 정진, 아버지 성철 스님에 대한 존경과 애틋함, 비구니 스님으로서 불교에 대한 생각 등을 잔잔하게 그려냈다.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출가를 꿈꾸었던 언니, 장남이 중이 되자 “석가모니가 내 원수다”라고 일갈했던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의 역정 때문에 한쪽 눈을 잃었지만 출가한 아들을 위해 평생 노심초사했던 할머니, 딸마저 불문에 귀의하자 50대 중반에 스님이 되신 어머니 등 가족사가 한 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처음 만난 딸에게 “가라, 가!”라고 호통치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보고 한치의 미련도 없이 돌아서며 ‘그리움도 미움도 바다에 다 버렸다’는 열세 살짜리 딸. 하지만 딸은 ‘영원한 행복’을 찾으라는 아버지의 말에서 일찌감치 자신이 갈 길을 정한다.

불필이라는 법명에 대해서도 그는 “하필(何必)을 알면 불필(不必)의 뜻을 안다”는 큰스님의 말씀을 새기며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에 아주 쓸모 없는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도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에서 주신 것”이라고 해석한다. “큰스님은 세상뿐 아니라 불법 가운데서도 버림받은 사람, 쓸모 없는 사람이 되지 않고는 영원한 자유를 성취할 수 없다고 강조하셨다”면서.

수행길에 나선 딸에게 스님이 말한다. “비구라는 말은 ‘빌어먹는 자’라는 뜻이다. 수행자는 평생 동안 내것을 소유하지 않고 빌어먹으면서 공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수행자의 기본은 하심(下心)과 무소유다.”
하심이란 무엇인가. 성철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내 못난 줄 알 때가 비로소 철나는 때다. 나이 팔십이 넘어도 내 잘난 것이 있으면 아직 철이 안 난 것이다. 무엇을 안다고 그렇게 잘난 척 날뛰는지 참으로 이해 못할 일이다. 내 못난 줄 알고, 내 모르는 줄 알고서 일체를 부처님처럼 섬기게 될 때 참으로 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가장 낮은 곳은 자연히 큰 바다가 되지 않는가.(하략)”

성철 스님의 죽비 같은 일성은 책 곳곳에, 그리고 불필 스님의 마음 깊은 곳에 여전히 살아 있다. 이들 부녀의 인연은 과연 어떤 것일까. 입적하기 얼마 전 불필 스님에게 “니는 내가 가면 내 같은 사람 만날 줄 아느냐”라고 한 성철 큰스님의 말씀은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곱씹게 한다.


저자: 불필 스님
출판사: 김영사
가격: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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