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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젬병인 사람들도 두 달만 배우면 돌복 짓지요”

“굳이 패션쇼를 해야만 한복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까요? 갓난아기 때 우리 옷 한 번만 입어도 얼마나 생각이 달라지는데요.”
추석을 앞두고 만난 디자이너 이외희(40)씨는 ‘한복 대중화’를 위해 색다른 길을 택한 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복 강좌를 열어온 것. 임신부들에게는 전통 배냇저고리를, 갓 출산한 엄마들에게는 돌복 짓기를 가르친다. 한번 한복 짓기 강좌에 맛을 들인 이들은 이후 설빔·추석빔까지 내리 한복 짓기를 고수한단다.

배냇저고리 강좌로 한복 알리는 디자이너 이외희

최근엔 강좌 외에 전통 배냇저고리의 DIY 제품도 출시했다. 한복 대중화라는 목표에 한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하지만 왜 하필이면 배냇저고리일까.

“요즘은 엄마들이 오가닉 순면의 서양식 배냇저고리를 선호하죠. 하지만 이것을 우리 옷으로 바꾸면 태어난 순간부터 우리 문화를 피부로 느끼게 돼요. 또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저고리를 간직하면서 전통을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죠.”
이런 이유로 이씨는 배냇저고리를 이용해 ‘나눔’도 펼쳤다. 시민단체와 함께 미혼모 아기들을 위해 디자인을 재능 기부하고, 해외 입양아들에게는 배냇저고리를 선물했다. 최근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복 만들기 체험활동을 벌였다.

한복 강좌에서는 조선 궁중·사대부 자제들이 입었던 한복 그대로를 재현한다. 배냇저고리는 무명 혹은 명주천에 고름 대신 명주실을 땋아 만들고, 돌복은 치마·저고리 외 까치두루마기·조바위까지 모두 한 세트로 만든다는 것이 원칙이다. 바느질에 능숙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일주일에 두 번씩 강좌를 듣다 보면 두 달 뒤엔 한 벌을 완성할 수 있게 된다.

한 강좌가 2~3명씩 소규모로 진행되다 보니 옛 규방의 모습을 그대로 닮는다. 또 바느질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레 한복에 대한 이론 강의까지 함께 이뤄진다. 가령 남녀 구분이 어려운 돌복이지만 고름 색깔로 성별을 구별한다는 것. 남자는 남색, 여자는 자주색을 택하는 것이 정석이다. 이처럼 “소재는 바꾸되 복식의 기본은 지키겠다”는 이씨지만 처음부터 의상을 전공한 것은 아니다. 스물아홉 살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한복에 관심을 가졌다. 일본에 살던 부모님의 일본인 친구분이 이씨에게 기모노를 선물한 것이 계기였다. 의식을 치르듯 정성스럽게 자신에게 옷을 입혀주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단순히 옷이 아니라 문화를 깊숙이 체험하는 느낌이 들었죠. 우리 한복도 기모노처럼 부모님이, 조부모가 정성을 담아 물려주는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이후 그는 한국 복식사를 공부하며 본격적으로 한복 디자이너의 길을 택했다. 한국궁중복식연구원에서 함께 공부한 이들과 갤러리를 열고, 한복 강좌의 아이디어를 모았다. “한복을 누가 짓겠느냐는 얘기도 들었지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내 아이에게 특별한 걸 주고 싶어 하는 엄마 마음과 고급스러운 한복의 컨셉트가 딱 맞아떨어졌으니까요.”

하지만 지금도 전통 복식의 고증을 위해 박물관을 훑고 다니며 끊임없이 배우는 중이다. 어린이 한복의 경우 유물 출토가 거의 없어 문헌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씨는 중요무형문화재인 구혜자·박선영 선생으로부터 복식을 배우는 중이다.
이씨가 둥지를 튼 서울 경운동 ‘외희갤러리’ 한쪽 벽엔 곰인형들이 쭉 놓여 있다. 외국인들이 직접 한복을 사가는 것은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에 착안해 ‘한복 입은 곰인형’을 만들었다. 마치 테디베어 옷 만들기 식인데, 30만~50만원의 비교적 비싼 값에도 인기 만점이란다. 이씨는 “조만간 100여 개 인형을 테마별로 만들어 해외 전시를 해볼 계획”이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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