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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프레임 전쟁 시작됐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출마선언으로 대선이 본격 레이스에 접어 들었다. (왼쪽부터)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0일 성남시 분당 네이버 본사를 찾아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노량진 고시학원가 강의실에서 수험생들과 함께 웃고 있다. 안 후보는 성남시 분당 ‘안랩’에서 직원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김형수·오종택 기자]

대선 국면에서 내가 설정한 틀에 상대방을 끌어들여 손발을 묶으려는 ‘프레이밍(framing)’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등장과 행보가 계기가 됐다.

 그는 20일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이승만·박정희·김대중) 묘역을 참배했다. 박태준 전 국무총리 묘역도 찾았다. 안 후보는 참배 후엔 페이스북에 “박정희 시대에 산업의 근간이 마련됐지만 노동자, 농민 등 너무 많은 이들의 희생이 요구됐다”며 “법과 절차를 넘어선 권력의 사유화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김대중 시대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고난과 헌신, IMF 환란위기에서 IT 강국의 기회를 만들어내고 복지국가의 기초를 다졌던 노력을 기억한다. 그러나 애써 내디딘 남북관계의 첫발은 국론분열과 정치적 대립 속에 정체돼 있다. 경제위기는 넘어섰지만 양극화는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대선판을 ‘낡은 정치 대 새 정치’의 구도로 접근하고 있다. 진영을 뛰어넘는 묘역 참배와 역대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과거’,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진영’의 프레임에 몰아넣었다. 박 후보가 박정희 시대의 과오에 대한 평가 문제로 공격받고 있고, 문 후보가 지난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한 걸 파고든 셈이다.

 그는 전날 출마회견에서부터 ‘갈등과 증오’의 극복을 ‘진짜 통합’으로 규정하면서 박·문 후보와의 3자회담을 제안했었다. 새 정치 프레임을 선점하려 한 거다.

 박 후보는 ‘국정초보자론’으로 받아치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 내공을 쌓으려면 최소한 10년은 필요하다”(18일 가천대 특강)는 말이 대표적이다. 한 핵심 측근은 “대선을 석 달 남기고 출마를 선언한 안 후보와 정계입문한 지 1년 정도 되는 문 후보의 경륜 부족을 동시에 겨냥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박 후보가 당 대표를 포함해 15년간 국회에서 활동하면서 국정에 참여하거나 감시한 경험, 퍼스트레이디로 활동하면서 대통령 직무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박 후보 캠프는 ‘통합’이란 어젠다를 놓치지 않기 위해 5·16이나 유신체제에서의 피해자에 대한 사과 문제 등을 일괄로 정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안 후보의 3자회담 제안에 대해선 박 후보가 직접 대응에 나서 김을 빼려 했다. 그는 20일 “(만나면) 깨끗한 선거를 치르자, 뭐 그런 이야기를 할 것 아니겠느냐”며 “그것은 저도 누누이 강조해온 바이고, 어떤 선언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이)올바르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실천을 열심히 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그가 설정한 프레임에 굳이 발을 디딜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문 후보는 수락연설에서 ‘새 시대의 맏형’이란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새 정치’를 강조했었다. 박 후보와 대립각을 분명히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는 유신체제에서의 박 후보의 역할 등을 계속 강조하면서 “대통령의 딸은 국민정서를 모른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젠 안 후보에 대한 전략도 필요하게 됐다.

 안 후보와의 차별화 포인트는 ‘정권교체’다. 그는 전날 안 후보의 출마와 관련해 진선미 대변인을 통해 “안 후보가 말하는 변화는 새누리당의 집권 연장을 막고 정권교체를 해냄으로써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안 후보가 무소속 신분으로 당선돼도 정권교체다. 그러나 안 후보가 출마회견 때 여권을 비판하지 않고 제3지대에 진을 친 듯한 모습을 보이자 이를 우회적으로 공략한 발언이다. 안 후보와 야권 지지층을 공유하고 있는 그로선 선명성을 부각해 지지층을 결집시켜 단일화 승부에 대비하려는 것 같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그의 대표 슬로건 처럼 ‘서민’행보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새 정치’ 프레임은 여야 간 네거티브 공세에 일시적으로 제동을 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네거티브 공세를 취하는 쪽이 ‘구태 정치’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욱·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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