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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영국인 독살 보고한 왕리쥔 뺨 후려쳐

지난해 11월 18일 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는 자신의 집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공안국장이었다. 왕은 딱 한마디만 하고 끊었다. “푸른 연기가 돼 학을 타고 저승으로 날았네(化作靑煙駕鶴西去).”

 5일 전 구가 충칭의 한 호텔에서 독살한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의 시신을 화장해 증거를 모두 없앴다는 보고였다. 헤이우드는 구와 사업 문제로 마찰을 빚던 인물이다. 다음 날 구는 왕을 찾아와 사건 은폐를 부탁했다. 왕은 “한두 주면 모두 괜찮아질 것”이라고 구를 안심시켰다. 최근 20년간 중국 최대 정치 스캔들인 왕리쥔 사건에 대한 재판(17~18일) 과정에서 나온 검찰의 공소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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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카이라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왕은 석 달 전 사건을 떠올렸다. 8월 12일 밤, 구의 아들 보과과(薄瓜瓜)가 왕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충칭에서 절대권력을 휘둘러 ‘서남왕(西南王)’이라고 불린 아버지 보시라이를 제치고 직접 연락한 걸 보면 사고를 친 게 분명했다. 그는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무실에 있으면서도 충칭 교외인 완저우(萬州)에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보과과는 그 말을 믿고 한밤중에 시 중심에서 50여㎞나 떨어진 완저우로 차를 몰다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물론 왕을 만나지도 못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구는 왕에게 전화를 걸어 욕을 퍼부었다. 중국 최고 공안국장을 자부하던 왕에게는 치욕이었다. 보시라이 부부와 왕의 갈등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14일 구카이라이는 왕만 빼고 궈웨이궈(郭衛國) 전 충칭시 공안부국장 등 공안 간부 4명에게 술을 샀다. 헤이우드 독살사건을 단순 과음 사망사건으로 처리해 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다음 날 보고를 받은 왕은 격노했다. 자신도 보시라이의 위세에 눌려 사건을 덮자는 데는 동의했지만 아무래도 불안했다. 왕은 1월 28일 작심하고 보시라이를 찾았다. 부인의 고의 살인 혐의가 성립한다고 보고했다. 순간 보가 그의 뺨을 갈겼다. 덮고 넘어갈 일을 보고한다는 거였다. 당시 현장에 있던 궈 공안부국장은 “이때 왕은 공포에 떨었으며 보에 대한 보복 결심을 굳힌 것 같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왕은 미리 확보해 둔 시신 혈액샘플과 호텔 CCTV 자료, 비밀녹음 테이프 등을 심복인 리양(李陽) 전 충칭시 형사경찰총대장 등에게 맡겼다. 이후 보는 왕의 측근 4명을 모두 연행해 조사하고 2월 2일에는 왕을 공안국장 직에서 해임했다. 이어 왕의 또 다른 측근 3명이 이유 없이 연행돼 조사를 받았다.

 위험을 직감한 왕은 나흘 뒤인 6일 여장을 하고 연금 중이던 집을 빠져나와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으로 들어가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망명이 거부되자 그는 영사관을 떠나며 구의 고의 살인 관련 모든 자료를 관계당국(국가안전부)에 넘겼다. 검찰은 “왕이 제공한 살인 관련 증거자료가 헤이우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며 왕을 두둔했다. 향후 왕에 대한 형량이 무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후 보시라이는 실각(3월15일)했고 구카이라이는 사형유예판결(8월20일)을 받았다. 왕은 독직 등 혐의로 체포(7월 22일)돼 재판을 받고 판결을 기다리는 신세다. 마오위스(茅于軾) 중국 톈쩌(天則)경제연구소 이사장은 “왕 사건은 중국에서 국가 공권력이 어떻게 사유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며 차기 국가 지도부가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산당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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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