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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되찾은 ‘종자 주권’ 지키려면

강병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생산과학부 교수
한국 종자산업을 이끌어 오던 대표 기업인 흥농종묘·중앙종묘·서울종묘는 1990년대 말 다국적기업인 몬산토·신젠타에 인수합병됐다. 필자가 대학원생이던 시절이다. 당시에 나왔던 의견은 두 갈래였다. 하나는 우리 종자 주권이 무너졌다는 우려였다. 다른 하나는 다국적기업이 한국을 종자 개발의 허브로 삼아 투자를 늘리면 우리 종자산업 발전에도 기회가 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었다.

 약 15년이 지난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전통적 육종 기술에만 의지하고 있던 우리나라 육종가가 분자 육종 기술과 종자 가공 기술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된 면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우리 종자 기업이 그동안 개발해 온 배추·고추·무 등 우리 고유의 육종 소재와 기술이 고스란히 다국적기업의 손으로 넘어갔다. 특히 우리가 쌓아 온 도제식 육종가 훈련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와 다음 세대의 종자산업을 이끌 차세대 육종가의 기근을 초래했다.

 국내 상황이 이렇게 되는 동안 세계 종자산업은 크게 바뀌었다.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로 식량 공급의 불확실성은 커졌고,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농생명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다국적기업은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종자 개발을 통해 종자시장의 진입장벽을 더욱 높였다. 대형화·글로벌화는 더욱 진전됐다. 96년 16%에 불과하던 10대 종자기업의 시장점유율이 2010년에는 73%로 확대됐다. 몬산토의 1년 연구개발비는 우리나라 전체 종자산업 분야 연구비의 20배 수준이다.

 이제 우리도 이런 다국적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기업의 육성이 절실하다. 이를 해내지 못하면 종자·식량주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 됐다. 정부도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적인 수출전략 종자 개발을 위해 10년간 4911억원을 투자하는 ‘골든 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북 김제에는 2015년 민간육종연구단지인 ‘시드 밸리(Seed Valley)’가 조성된다.

 이런 시점에 국내 종자기업인 동부팜한농이 몬산토코리아를 인수했다는 발표는 희소식이다. 이는 종자 주권 회복에 비견할 중대한 사건이다. 우리나라 종자산업의 발전에 큰 전환점이기도 하다. 동부팜한농이 글로벌 종자산업으로 발전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점도 있다. 다른 농업 연구와 마찬가지로 종자 개발은 장기적인 투자를 요하는 대신 좋은 품종을 개발하면 매우 장기간 수익을 얻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수한 종자 개발의 성패는 육종가의 능력에 달려 있으므로 많은 인재를 발굴·훈련하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우수 육종가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야 동부팜한농도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다. 이번 인수가 우리나라 전체 종자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강병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생산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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