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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일은 왜 극단 대결로 치닫나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정치외교학
흔히 ‘아시아·태평양 시대’라고 말한다. 그럴 만도 하다. 한·중·일 3국이 현재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약 5분의 1, 외환보유액으로는 2분의 1, 인구는 4분의 1, 교역량으로는 6분의 1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역동성은 분명 역내에 새로운 발전과 번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과거의 유산, 현재의 정치적 제약, 미래 이익의 선점 욕구 등으로 역내 불안정과 불확실성도 높아가고 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은 이러한 동북아 지역 문제의 집약점이다. 동북아의 발전과 번영, 안정과 평화에 대한 희망은 센카쿠 열도 분쟁과 더불어 가라앉고 있다.

 일본의 식민주의 유산은 청산돼야 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일본의 국가 역량·비전·정치력 등을 고려하면 이는 기대난이다. 중국과의 파워 게임에서 밀린 일본은 역내 협력과 발전을 고려하기보다는 자국의 국가 이익 수호에만 급급하다. 중국 역시 혼란스럽다. 중국은 성장 과정에서 과거 굴욕감과 좌절을 국가주의적 열정으로 대체하고 있다. 국내 정치적 혼란상이 대외정책에도 드러나고 있다. 그 결과 주변국과의 마찰은 점증하고, 중국 지도부는 이러한 마찰을 정제되고 합당한 국가 전략 비전 속에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 분쟁이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원인이다.

 이번 분쟁은 일본이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것이 발단이다. 물론 여기에는 선거를 앞둔 노다 정권의 국내정치적 포석도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은 이를 우발적인 사안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8년의 중·일 간 평화우호조약 체결 시 합의한 현상유지적인 정치적 묵계를 저버리고 일본의 영유권을 고착화하려는 현상 변경을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시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대중의 민족주의 정서를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5억 네티즌은 그 어느 때보다 국가주의적 감성이 고조돼 있다. 일본의 현상변경적인 도발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최근 권력교체기에 드러난 난맥상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지도부의 정당성은 크게 손상을 입을 것이다.

 일본은 세력전이의 과정 속에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구도 속에 센카쿠 열도 분쟁을 (그리고 독도 분쟁을) 집어넣으려 할 것이다. 미·중 간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이는 달가운 일이 아닐 것이지만, 방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우발적인 사건에 의한 무력충돌과 확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마주 보고 돌진하는 두 기차와 같은 현 상황을 어느 누구도 중재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살풀이가 소진될 시간과 양국 지도부의 교체만을 기다려야 할 처지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함께 논의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지역 다자안보체제의 부재가 아쉽다.

 센카쿠 열도나 독도는 이제 더 이상 양자 간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복합적이고 다변적인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복합외교 방정식이 필요하다. 일방적인 동맹외교나 무개념적인 방관자, 혹은 균형외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처방으로서는 부족하다. 동북아의 안정을 해치는 어떠한 현상변경 시도도 현실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역내 모든 국가는 이제 이기적인 합리성보다는 상호 인정할 수 있는 합당성을 추구하면서, 양자를 넘어 다자체제를 구축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분쟁 영역에 국내정치적 요인이 개입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정치적 책임감과 지혜가 요청된다. 이에 반하는 어떠한 지도자도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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