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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 칼럼] 안철수 야망의 언어

박보균
대기자
안철수는 정치를 경멸했다. 그는 정치무대에서 정치를 공박했다. 안철수는 새 정치의 구원자로 자처했다.

 그는 정치를 말하면서 비정치적 언어를 선호했다. 그가 많이 구사한 단어는 ‘미래’다. ‘희망, 선의, 진심’을 말했다. 그런 도전 방식과 언어 선택은 기성질서와의 차별화를 강화한다.

 안철수는 결연함을 표출했다. 그는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단호함이 넘치지 않도록 말의 수위를 조절했다. 야망을 낮추고 간결함을 유지하려 했다.

 그 출사표는 안철수의 언어감각을 드러낸다. 대선은 말의 관리다. 언어 운용이 승패를 판가름한다. 고려대 명예교수 최상용은 안철수의 멘토다. “정치는 말과 타이밍의 결합”이라는 게 최상용의 지론이다. 그의 역할은 안철수 언어의 연마일 것이다.

 안철수의 대선 입문서는 상당 기간 다듬어진 인상이다. 야망의 언어를 고르고 꾸미는 데 집중 투자한 듯하다. 그것은 출마 결심이 오래전에 섰다는 증거다. 말을 치장하는 데 주력하면 감성 정치의 전파력은 확장된다. 그 대신 비전과 실질은 부실해진다. 그 탓인지 안철수의 새 정치에 새로운 것은 없었다. 그는 “변화, 국민적 열망, 정치 쇄신, 정책 경쟁, 민생경제”를 거론했다. 귀에 못 박혀 익숙해진 말들이다.

 그런 어휘들은 제3 후보의 전유물이기도 하다. 이인제(97년), 정몽준(2002), 문국현(2007)이 대선에 나설 때 썼다.

 그의 연설 끝은 소설가의 말로 장식했다. 윌리엄 깁슨의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라는 문장이다. 조련된 문학적 언어의 차용도 마무리의 흔한 수법이다. 안철수는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 삶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모범답안이다. 그것은 이제 평범한 정치 레토릭이다. 혁신은 결의로만 성취되지 않는다.

 그는 후보 단일화에 조건을 걸었다.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국민 동의”를 언급했다. 그 발언은 단일화 경쟁자인 문재인 후보에게 우선 해당한다. 안철수의 그 말은 모호하면서 교묘하다. 그런 화법은 그의 쟁점 처리 방식이다. 모호함은 보호막을 쳐준다. 하지만 그 접근 자세는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안철수가 자신의 위치를 잊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이제 정치인이다. 정당을 하건 시민후보로 나서건 정치권 주역이다. 그에게도 정치 혁신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 상대 진영의 변화를 요구하기에 앞서 새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하지만 그는 관전자, 국외자인 양 말했다. 그것은 오만이고 착각이다. 안철수도 국민적 평가의 대상이다. 국민들은 안철수 정치가 혁신적인지, 낡음의 반복인지를 따져 점수를 매기게 된다.

 안철수는 “네거티브는 최악의 구태”라고 했다. 정답이다. 하지만 네거티브와 검증은 차원을 달리한다. 후보 검증은 인물 탐색이다. 후보들의 지도력, 인생 역정, 품성을 추적해 확인하는 작업이다. 대통령의 성공이 나라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리더십 탐색은 유권자의 알권리다. 놓칠 수 없는 특권이고 선거의 주요 과정이다.

 안철수는 “정당한 검증에 성실하게 답할 생각”이라고 했다. 첫 대상은 딱지(재개발 아파트 입주권) 논쟁일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전세살이를 해봐서 집 없는 설움을 잘 안다”고 했다. 그러나 26세 대학원생 때 판자촌 딱지를 샀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그 설움의 대부분 경험자는 서민, 정치에 절망하는 사람들이다. 안철수가 기자회견에서 소중하게 거론한 계층이다.

 정치는 신뢰다. 신뢰의 정치가 새 정치다. 정치 불신은 정치인의 이중성, 언행 불일치에서 비롯된다. 딱지 구입 논쟁은 언행 불일치의 의혹을 키웠다. 안철수의 육성 대답은 아직 없다. 대변인의 짧은 해명이 있을 뿐이다. 그 논란은 우회하기 힘들다.

 대통령은 혼자서 국가 경영을 할 수 없다. 참모와 보좌진, 멘토의 면모는 중시된다. ‘안철수의 사람들’이 회견장에 나왔다. 경제 가정교사라는 이헌재도 자리했다.

 안철수는 노무현 정권을 이렇게 평가했다. “공(功)은 권위주의 타파이고, 재벌의 경제 집중, 빈부격차 심화는 굉장히 큰 과(過)”라고 했다. 실패의 책임은 경제 사령탑에 있다. 이헌재는 노무현 정권의 경제부총리였다. 그 발언의 순간은 ‘큰 과’의 이헌재와 경제 멘토 이헌재의 조합 장면이기도 했다. 그것은 어색했고 충돌한다. 그 조합은 안철수 용인술에 대한 호기심과 의심을 유발한다.

 안철수는 ‘진심의 정치’를 다짐했다. 진심의 정치는 진정한 소통이다. 그의 이미지 경쟁력은 소통이다. 하지만 그의 실제 소통은 선별적이었다. 일방적이고 정치공학적인 면모도 보였다. 알리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골라서 전달했다. 안철수의 새 정치는 소통 방식의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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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