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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따라 바뀌는 과학정책 … 연구자는 철새 신세”

“최근 상급 부처의 감사가 있었습니다. 심각했습니다. 감사님들께서 ‘왜, 무슨 자격으로 연구원들 연봉이 자신들보다 이렇게 높으냐’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계획서에 없는 연구비 집행은 전혀 인정할 수 없다며 연구 방법론도 제시하고 가셨습니다. 잘못되면 큰 징계가 있습니다. 밥줄이 잘리는 것이지요. 계획대로 연구가 착착 진행될 수 있는 것이 무슨 연구입니까. 그것은 새로운 것을 찾는 연구개발이 아니라 그냥 정부 인식의 대변입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창조적인 결과로 미래를 살 수 있을 가능성은 몹시 낮습니다….”



과학인 설문에 쏟아진 불

 본지와 대덕넷(www.hellodd.com)이 12일부터 국내 과학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는 이들의 격정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현실에 대한 대안을 묻는 짧은 서술형 문항이었지만, 답은 구구절절했다.



  가장 많은 응답은 정부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과학기술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조령모개 식으로 과학정책이 바뀐다’ ‘원장 임기 3년마다 엄청난 변화와 뒤집어엎기가 일어난다’ ‘정책이 너무 유행을 타다 보니 연구자들이 철새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노벨상에 집착한 나머지 지나치게 많은 연구비를 특정 스타 연구자에게 지원하는 경향이 있다’….



 다음으로 많은 응답이 ‘공무원의 비전문성과 불합리한 관료주의’에 대한 성토였다. ‘R&D 관련 공무원들의 전문성이 너무 낮다’ ‘전문성이 부족한 관료들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 ‘지경부, 교과부 등 관련 부서 공무원들의 권위주의는 심각한 수준이다’ ‘연구비 자체가 학연이나 인맥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응답도 많았다. ‘5년 내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연구주제를 기초과학 지원이라는 명분하에 수행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됨’ ‘출연연·기업체연구소·대학 등의 역할을 확실히 구분해야 하나 현실은 이 세 부류가 역할도 모른 채 밑도 끝도 없는 경쟁을 하게 하고 있다’ ‘실적 관리에 적합한 과제만 선정돼 미래에 대한 대비 부족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연간 특허 수 세계 4위라는 성과를 무색하게 하는 비판도 줄을 이었다. ‘현재 한국에서 출원되는 것 중 특허다운 특허가 없다’ ‘ 돈이 되는 특허는 없다’ ‘특허 건수만큼이나 많은 게 특허 취소율이다’….



 이 밖에 지나친 연구비 규제, 단기 프로젝트 증가, 비정규직 문제, 출연금과 연구과제중심운영제(PBS)의 문제점 등 연구현장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하면서도 구체적인 비판이 이어졌다. “연구자 스스로 주체적 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등의 반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 기자,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미주 중앙일보=정구현(LA)·강이종행(뉴욕)·유승림(워싱턴) 기자, 김보경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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