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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복지사각 지대의 노인빈곤

서상목
인제대 석좌교수
전 보건복지부 장관
선진국의 경우 연령별 삶의 만족도는 45세를 바닥으로 U자형을 그리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는 나이가 들수록 만족도가 낮아지는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연령별 자살률 추이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연령별 10만 명당 자살률은 40대 34.1명에서 60대 52.7명, 70대 83.5명, 그리고 80대 이상은 123.3명으로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중앙일보 9월 10일자 18면]



 한국의 자살률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6배에 이르는데 노인 자살률은 선진국의 4~5배에 이르고 있다.



  노인 자살은 경제적 빈곤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OECD는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 비율을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인 45%로 추계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 복지의 대표적 사각지대가 노인 빈곤문제인데도 현재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복지논쟁은 30~40대의 관심사인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 대학 등록금 등에 쏠려 있다. 그 이유는 여야 모두 선거에서 부동층의 표심을 얻으려는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국민연금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조항이 대폭 완화되거나 완전 철폐돼야 한다. 현재는 자녀와 배우자가 4인 가구 기준 월 250만원 이상이면 기초생활보장 대상에서 자동으로 제외된다. 하지만 이는 부모를 부양하기에 충분한 소득수준이라고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부양의무자 소득 기준을 중위소득 100%까지 우선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더 나아가 민법 제974조는 부모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와 혼인한 배우자 사이의 부양의무만을 1차적 부양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선진국의 일반적 관행대로 직계존속에 대한 2차적 부양의무 조항을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선정에서 완전 철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현재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약 64만 명의 노인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이들에게 월평균 30만원을 지원한다고 가정하는 경우 연 2조3000억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연 3조원 수준의 기존 기초노령연금제도를 개선하면 추가 소요예산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평균 9만원 수준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공공부조도 아니고 연금도 아닌 어정쩡한 복지제도다. 따라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 선정에서 부양의무자 조항을 철폐하면 기초노령연금의 공공부조 기능은 불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기초노령연금을 기존의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국민연금은 1988년 설계 당시에는 소득대체율(퇴직 전 평균 임금대비 연금 수급액)을 70%로 시작했으나 그 후 연금재정 안정을 이유로 점차 낮아져 현재 40%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반쪽 연금’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20년 이후에는 노령화가 급진전할 전망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연금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작업이 완성돼야 한다.



 개편의 기본방향은 노후소득보장제도를 선진국의 경우와 같이 3층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1층은 기초보장연금으로 모든 노인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며 현재의 기초노령연금을 확대·개선하면 된다. 2층은 소득비례 국민연금으로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배제하고 가입자의 기여에 비례해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3층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으로 구성되며, 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실질적으로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높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든 주역인 노인들의 대다수가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들의 상당수가 생활고로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사실은 매우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대선 정국을 맞아 여야 정치권이 현재의 최대 복지 사각지대인 노인 빈곤문제에 대한 혜안을 갖고 해결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서상목 인제대 석좌교수 전 보건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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