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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지금도 그곳을 기억하는 건 거기에 있던 맛있는 음식 때문이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다른 취재 때문에 이탈리아에 갔을 때 그 공장에 들렀다. 레스토랑용 주방 시스템을 만드는 곳이었다. 실물경제 기자들에겐 공장 돌아다니는 게 일인지라 일삼아 들렀던 많은 공장 중 한 곳이었다.



  공장 관계자들의 안내로 한 건물에 들어간 순간 양옆으로 셰프 모자를 높이 쓴 셰프 40여 명이 도열해 우리를 맞았다. 그곳엔 세계 각국에서 온 셰프들이 자기 나라 음식에 맞는 주방기구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주방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들이 각각 그 공장에서 생산한 주방기구로 만들었다며 음식 한두 가지씩을 늘어놓았다. 셰프들은 자신이 만든 음식을 건네주며 간단하게 무엇으로 만든 어느 나라 음식인지 알려줬다. 그 엄청난 음식들. 그야말로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이 공장에 대해 기사로 쓰지는 않았다. 다만 숱한 공장 방문과 출장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기억에 남았을 뿐이다. 그 업체의 이름과 디저트로 먹었던 폭신한 이탈리아 정통 카스텔라와 형언할 수 없이 달콤했던 크림의 맛과 함께…. 사실 그간 다녀왔던 도요타·BMW 등 세계적 공장의 기억은 사라지고 이 작은 시골 공장이 뇌리에 박힌 것은 오직 이 맛있는 음식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이 남겨놓은 호감은 참으로 길고도 따뜻하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바로 이런 이치를 꿰뚫어 본 모양이다. 최근 클린턴 장관이 ‘요리 외교’를 시작했단다. 평소 ‘소프트파워 외교’를 주장한 그의 구체적 신무기가 요리였던 것이다. 그는 최근 미국 내 유명 요리사 80명에게 ‘국가요리사’ 임명장을 주고 요리외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들은 미 국기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국가적 행사를 위한 요리를 만들거나 해외에 파견돼 미국 문화를 선보이고, 저개발국의 영양과 건강 식생활에 대한 활동도 펼친단다. 클린턴 장관의 이런 요리외교 철학은 퍼스트레이디 시절부터 백악관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접대한 경험을 통해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 것으로 문화적 존중과 정치적 메시지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생겼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읽고 난 뒤 한동안 떠들썩하다 잠잠해진 ‘한식 세계화’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궁금해 ‘한식세계화공식포털’을 둘러봤다. 한식세계화의 성과와 한식을 홍보하는 공식 사이트다. 그런데 이 사이트를 둘러보면서 든 생각은 이거였다. ‘한식은 음식이 아니라 약인가?’ 사이트엔 온통 한식의 기능과 효능을 입증하는 자료로 꽉 차 있었다. 맛은 없고, 건강만 있었다.



 사람은 건강에 좋은 약보다 몸에 해로워도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법인데…. 한식은 맛있으니 맛으로 승부해도 꿀릴 게 없는데, 왜 이렇게 약처럼 비장하고 진지하게 접근하는 걸까. 사람들은 그냥 맛있는 음식 한 접시에 충분히 감동할 준비가 돼 있는데 말이다.



글=양선희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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