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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핑크에 듬직한 팔뚝 딱~미셸 스타일

멀리서 열리는 전국체전보다 우리 학교 운동회가 더 궁금한 게 사람 마음이다. 고급스럽게 표현하면 ‘뉴스의 근접성’쯤 될까. 지리적으로, 심리적으로 나와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일에 더 관심이 쏠린다는 뜻이다.

스타일#: Mrs. 오바마의 대선 출정식 패션

이런 연유로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선이 코앞에 닥쳤다지만 지금껏 별 관심 없이 지나치기 일쑤였다. 게다가 오바마가 재선을 하느냐 마느냐의 긴장감은, 선거를 90여 일 남겨놓고도 아직 누가 링에 오를지도 모르는 우리나라 상황보다 더 흥미진진하지도, 드라마틱하지도 않으니까.

그런데 지난주 신문을 보다 미국 대선 기사에 눈길이 멈췄다. 미국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의 사진 때문이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대선 출정식에 참석한 그가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 있는 한 컷. 흥미로웠던 것은 그의 옷차림이었다. 진분홍색 민소매 원피스에 같은 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남편의 정치운명이 달린 중요한 행사에 마치 칵테일 파티에서나 볼 법한 옷차림을 하고 나오다니.
미셸의 패션이 튀는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역대 그 어떤 퍼스트레이디도 감히 하지 못한 옷차림을 해 왔다. 대통령 취임식 땐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 차림을, 자선 행사엔 7부 바지에 아가일 체크 패턴의 카디건을 입고 운동화 차림으로 나타났다. 가끔은 아예 한쪽 어깨를 훤히 드러낸 티셔츠를 입고 대중 앞에 나서기도 했다.

즐겨 입는 브랜드도 남다르다. 대통령 취임식 무도회 드레스는 대만 출신의 26세 신예 디자이너 제이슨 우의 작품을, 취임식장에서 입은 연두색 계열의 노란색 투피스와 코트는 쿠바계 디자이너 이사벨 톨레도의 야심작이었다. 이번에 입었던 핑크색 드레스 역시 아프리카계 미국인 디자이너 트레이시 리즈의 작품이었다. 게다가 옷이며 구두며 200~500달러 안팎의 합리적 가격대를 선호한다. 이러니 보수적이고 우아한 이미지를 트레이드 마크로 삼는 기존의 퍼스트레이디들과는 다를 수밖에.

여기에 전문가들이 한마디씩 한다. 미셸의 옷차림은 철저히 계산된 패션이라고. 서민 정치를 내세우고 인종차별의 벽을 무너뜨리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의지를 피력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런 주장에 굳이 반론할 필요도 없다. 자고로 정치인의 옷이란 하나의 메시지로 통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이번 대선 출정식의 옷차림은 그 이상을 보여줬다. 옷으로 나를 표현할 줄 아는 진짜 ‘패셔니스타’가 됐다고나 할까.

여자에게 핑크색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가. 다섯 살 꼬마도 핑크색만 고집하며 ‘여자’임을 공표한다. 거기에 드레스라면 ‘공주’ 이미지를 벗을 수 없다. 한데 그날 미셸은 ‘천상 여자’가 아니었다.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표현했고, 신념을 전파했고, 사람을 끌어당겼다. 분홍색 드레스 하나로 공격적이지 않으면서도 믿음직스럽게 느껴지는 퍼스트레이디를 연출했다. 한 번도 경제·의료·세금에 대해 말하지 않으면서 남편에 대한 사랑을 피력하며 대중의 호응을 얻어냈다. 이후 나온 기사들은 호소력 깊은 미셸의 연설문이 ‘남편 뺨쳤다’는 호평을 쏟아냈다.

여기엔 민소매 드레스 덕에 훤히 드러나는 알통 박힌 팔뚝이 최고의 액세서리가 됐다. 일각에선 옷과 어울리지 않는 탄탄한 근육은 제발 가려달라고 비꼬기도 한다. 하지만 미셸은 이미 여러 번 인터뷰에서 자신의 팔뚝을 자랑스러워 했다. 매일 헬스에 가며 다진 근육을 자랑하기 위해 일부러 민소매를 즐긴다는 얘기도 했다. 이제 ‘정치는 이미지’라는 말이 옳다면, 유권자들은 그의 말보다 팔뚝으로 그를 든든해 하는 게 아닐까.

요 몇 년 새 패션계 최고 인기 스타일은 ‘믹스 앤드 매치’다. 느낌이 서로 다른 아이템들을 함께, 나풀나풀한 스커트와 밀리터리 재킷을 아래위로 입는 식이다. 아마도 미셸은 이 믹스 앤드 매치를 옷 이상으로 확장시킨 고수 중 고수임이 분명하다. 몸과 옷, 상황과 옷의 부조화를 조화롭게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역사가 그를 재클린 오나시스보다 더 옷 잘 입는 퍼스트레이디로 기억할지도 모를 일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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