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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생채기 아물게 하는 나무 위 유토피아

1 트리 하우스 전문 건축가 안드레아 베닝(Andreas Wenning)이 설계한 독일 북부 멜레(melle)의 트리 하우스 ‘매그놀리아 앤 파인(Magnolia and Pine)’
힐링(Healing). 치유의 시대다.
인류의 문명은 고도로 찬란해지는데, 개인의 몸과 마음은 저마다 상처가 있나 보다. 요가나 명상, 심리학이나 정신과 치료, 나아가 템플스테이 등 조용히 치유하던 시절과 달리 책에서도, 학교에서도, TV 등 미디어에서도 이제는 상업화된 힐링이 유행이다. 선남선녀가 아닌 일류 스타나 대통령 후보까지도 힐링 캠프에 나와 자기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잔디 깔린 뜨락이나 푸른 숲속, 시원한 물가 등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내 몸을 치유하는 행사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최명철의 집을 생각하다 <9> 트리 하우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서부개척과 산업화로 경제발전에 여념이 없던 1823년 미국에서 오페라 ‘클라리, 밀라노의 아가씨’의 노래 중 ‘Home! Sweet Home!’의 가사다. 즐거웠던 힐링 캠프도 해가 지고 조명이 꺼지면 막 내린 무대처럼 혼자가 된다. 돌아오는 길에 그저 ‘내 쉴 곳은 작은 집’ 그 집밖에는 없다.

최근 숲으로의 행렬 중에 ‘트리 하우스(Tree House)’가 치유의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리 하우스란 나무 위에 지어진 작은 집을 말한다. 어린 시절 큰 나무를 만나면 오르고 싶어진다. 여러 번 달라붙어 오르게 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자유롭다. 모든 사물들이, 심지어 아버지까지 작아 보인다. 두근거린다. 내 앞으로 나만의 풍경이 펼쳐진다. 가만히 앉아 있어 보면 비밀스러운 나만의 시간이 생겨난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는 이런 장소를 유토피아와 비교되는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s)’라 명명했고, 에세이 『of other spaces』에서 정원이나 영화관, 박물관, 도서관 및 유원지 등을 현실 속 대안적 이상향의 장소로 기술했다.

2, 4 ‘매그놀리아 앤 파인’의 테라스. 3 ‘매그놀리아 앤 파인’ 실내. 5 만화영화 ‘타잔’의 트리 하우스 스케치. ⓒJohn Puglisi
나무 안 다치게 작고 간단하게
트리 하우스의 역사는 다양하다. 현재까지도 파푸아뉴기니의 코로와이족은 생존형 트리 하우스에서 원시적 삶을 살고 있다. 고대 로마시대 악명 높은 칼리귤라 황제는 연회를 위해 거대한 트리 하우스를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Pliny, the Elder’s Natural History).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가의 트리 하우스는 그림으로, 낭만주의 시대 로빈슨 표류기에서는 소설로, 홍차왕 립톤이 남긴 사진에도, 20세기 들어 최고의 흥행영화 타잔의 집이나 아바타의 나무마을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장소로 남아 있다.

트리 하우스를 현대화시키고 건축가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독일의 건축가 안드레아 베닝(Andreas Wenning)은 사람과 나무의 ‘조화’를 최우선으로 삼았다. 트리 하우스는 일단 ‘건강한 나무’에 의존해야 한다. 나무의 둥지 및 가지가 그 위에 올라가는 집의 무게를 견뎌내야 한다. 땅 위에 세우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구조적 안정성이 중요하다. 살아 있는 수목을 지주로 사용하므로 호스트 트리(Host Tree)에 대한 사전 검토나 세운 후의 점검은 필히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한다. 또한 나무는 살아가는 유기체이기에 집이 나무의 성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미국 오리건주에서 매년 개최되는 세계적 트리 하우스 모임인 WTC(World Tree-house Conference)에서는 구체적인 구조나 공법에 대한 연구나 실험이 활발하다. 초기에는 양쪽에서 조이는 샌드위치 공법이 사용됐다. 하지만 이는 나무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판명돼 이후로는 특수한 볼트를 나무에 박는 GL공법이 일반화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나무에 생채기를 내는 방법이기에 안드레아 베닝은 인장력이 강한 특수 천으로 된 고리를 매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마치 해먹이나 멜빵 같은 원리로서 ‘나무와의 완전 공존’을 실현하고 있다.

트리 하우스를 지을 때에는 ‘최소한의 법칙’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구조, 최소한의 재료 등 새가 나무에 둥지를 짓는 것처럼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의 최소 공간으로 구성해야 한다. 내부 역시 군더더기를 줄이고 최소한으로 실내 마감을 해야 한다. 이렇게 덜어내고 비워내는 과정 속에 자기 자신에 대한 몸과 마음의 치유도 병행되는 것이 아닐까.

이렇듯 사람과 나무의 조화를 원칙으로 2003년부터 시작된 트리 하우스가 독일 외에 미국이나 브라질 등 많은 나라에서 각광받고 있다. 2007년 독일 멜레(Melle)의 한 저택의 숲에 지어진 트리 하우스는 널찍한 테라스를 별도의 지주로 세워 또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나무에만 의존하지 않고 부분적인 지주구조를 결합할 경우 훌륭한 작품이 가능해진다.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켜고 심호흡을 할 때 나는 어디 있는가. 이런 느낌들이 치유의 공감을 이룰 때 숲은 새로운 힐링 캠프가 된다. 이 작가는 현재 미국 플로리다 숲속에 힐링을 위한 시니어 콘도미니엄을 새로 주문받아 열심히 작업 중이라고 한다.

힐링 위한 생활형 숲 체험 공간
한국은 자랑할 만한 숲의 나라다. 삼림 면적 비율이 국토 면적의 70%로 핀란드나 스웨덴같이 삼림이 풍부한 나라다. 벌거숭이 민둥산을 경제발전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울창하게 조성했다. 양적으로는 풍부해진 이제는 나무를 사랑하고 숲 가꾸기를 실천할 수 있는 일상생활 속의 삼림문화가 필요하다.
현대인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도시 면적 속에서 밀도가 높은 삶을 살아가면서 경제적 풍요로움은 얻었으나 심신의 여유로움은 많이 잃어버렸다.
트리 하우스는 어린 시절의 판타지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건강한 숲에서의 치유 등 궁극적인 자연으로의 회귀가 주는 청량함으로 다시금 어른들의 로망이 되고 있다.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한 한국 건축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우리의 삼림을 진정한 힐링 캠프로 만들고 싶다.



최명철씨는 집과 도시를 연구하는 ‘단우 어반랩(Urban Lab)’을 운영 중이며,‘주거환경특론’을 가르치고 있다. 발산지구 MP, 은평 뉴타운 등 도시설계 작업을 했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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