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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아의 여론 女論] 홍옥임의 자살이 동성애 때문일까?

이영아
명지대 방목기초 교육대학 교수
세브란스 의전 교수 홍석후의 딸이자 음악가 홍난파의 조카인 홍옥임(洪玉姙)은 1931년 4월 19살의 나이로 철로에 몸을 던졌다. 그녀의 동덕여고보 동창이었던 김용주(金龍珠)와 함께였다. 두 사람은 즉사했고, 그들이 죽기 전 각자의 집으로 부친 유서가 하루 뒤 발견되었다.



 꽃다운 나이에 좋은 집안의 자제들인 그녀들이(김용주도 대형 출판사 덕흥서림 경영주의 딸이었다.) 무슨 이유로 자살을 했을까? 두 여성의 동반자살이었기 때문에 혹자들은 ‘동성애 정사(情死)’로 보기도 했다. 두 사람이 사랑하는 사이였던 것은 사실인 듯 보인다. 하지만 보통 정사 사건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좌절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할 때, 이들의 자살을 동성애 정사로 볼 수는 없다. 근대 초기까지만 해도 한국은 동성애자들에 대해 편견이나 차별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동성애 관계인 것이 이들의 좌절이나 자살의 동기가 되진 않았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두고 각 언론들은 이들의 자살 동기를 탐문했는데, 그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이렇다. 홍옥임의 경우 연애했던 세브란스 의전의 모 남학생으로부터 배신을 당했고, 아버지 홍석후의 불륜으로 가정불화가 심해졌다. 상류층 집안에서 고명딸로 자라 어려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던 옥임은 시련이나 좌절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했다.



 김용주는 학업에 대한 뜻이 강한 여성이었는데 부모의 강제에 의해 결혼을 하느라 학업을 중단해야 했고, 남편은 그녀를 버려둔 채 밖으로만 돌았다. 남편이 유학을 떠나버렸을 때 학교에 재입학하려 했으나 기혼자라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그녀들은 “세상은 허무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두 번의 자살시도 끝에 자살을 한 것이었다.



 오늘은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자살예방협회가 제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40초에 1명의 사람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자살자를 죄악을 행한 것으로 매도하며 비난하는 데엔 반대하지만, 조금의 도움만 있었어도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자살자를 살리는 문제에 대해선 사회와 개인 모두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홍옥임과 김용주의 사례에서 보듯 자살자는 복합적인 이유로 자살을 한다. 자살 동기를 단일 원인으로 정리해 버리거나 우울증의 결과로 취급해서는 지금의 자살률을 낮추기 어렵다. 자살(기도)자들이 외치는 고통의 절규를 좀 더 다각도로 주의 깊게 들으려 해야 한다, 그들이 죽기 전에.



이영아 명지대 방목기초 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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