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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선 D-100일, 국민은 여전히 안갯속

12월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도 후보를 포함한 모든 게 불투명하다. 한국 정치에서 익숙한 ‘안개 대선 증후군’이 발생한 것이다. 대선은 대통령 선출뿐 아니라 국가 진로를 정하는 최대 대사(大事)다. 그런데 후보와 노선·정책이 안갯속에 있으니 국민은 혼란스럽고 국가는 손실이 크다.



 후보가 일찍 정해져야 검증과 정책 대결이 충분히 이뤄진다. 미국은 선거(11월 6일) 5개월 전인 지난 5월 말 오바마(민주당)-롬니(공화당) 구도가 확정됐다. 두 후보는 전당대회 등을 통해 경제·고용·복지·세금을 놓고 치열한 논전(論戰)을 벌였다. 곧 분야별로 TV토론이 시작된다. 장외(場外) 무소속이나 국민후보, 후보 단일화, 그리고 사찰·협박·폭로·배신 같은 단어는 들리지 않는다.



 D-100일인데도 한국에선 불확실성과 음모론, 돌출 변수가 춤을 춘다. 제1 야당에선 문재인의 당선이 확실시되지만 그가 최종 야권 단일후보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안철수 교수가 과연 나올지, 나오면 언제 어떻게 나올지, 단일화는 어찌 될지, 안 교수가 단일후보가 되면 50여 년 전통의 제1 야당은 괜찮은 것인지, 안 교수는 종국엔 민주당에 입당할지, 쪼개지는 급진 진보세력은 야권연대에 합류할지… 아는 이가 없다.



 역사적으로 ‘안개 대선’은 국정에 손실을 초래했다. 1997년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진보 DJ(김대중)와 보수 JP(김종필)가 연합했다. 1990년 3당합당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정치세력 결합이었다. 이념적으로 대척점에 있던 두 세력이 합쳤는데 국민은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내각제 합의가 어떻게 될 것이며, ‘DJP 국가’가 어디로 갈지 검증할 시간이 없었다. 우려한 대로 DJP 공동정권은 대북 문제 등에서 많은 파열음을 냈다. 연대는 결국 3년 반 만에 깨졌다.



 2002년의 변곡(變曲)은 더욱 극적이다. 제1 야당 후보 노무현은 지지율이 15%대로 추락하자 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제3 후보 정몽준과 단일화를 했다. 그런데 정몽준은 투표 전날 공조파기를 선언해 국민을 놀라게 했다. 대선정국 내내 후보교체론, 집단탈당, 단일화와 파기 등으로 정치 바람이 몰아쳐 정책·현안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질 않았다. 노무현 후보의 행정수도 공약이나 효순·미선양 사건에 대해 보다 차분한 점검이 있었다면 노무현 집권 후 국력의 낭비는 줄일 수 있었을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12월 대선의 불투명성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안철수 교수는 출마의사가 있다면 조속히 밝히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도 후보 단일화 문제에 신속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여야는 선거판을 정책과 노선의 대결로 가져가야 한다. 한국의 향후 수년은 매우 불안정하다. 경기침체, 수출감소, 양극화, 북한 정권의 불안 등이 미래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에도 선거 직전까지 온갖 변수가 터지면 국민은 다시 한번 깜깜한 밤길로 나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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