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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 큰 이야기에서 당신의 속삭임을 듣는다

‘광주비엔날레 2012’는 절과 극장, 시장으로 전시 공간을 확장했다. 광주광역시 치평동 무각사(無覺寺) 문화관 2층에 설치한 ‘망망대해’ 앞에 독일 미술가 볼프강 라이프(62·오른쪽)와 이 절의 주지인 청학 스님이 앉아 았다. 절에서 재배한 쌀과 헤이즐넛 꽃가루를 쌓아 만든 작은 더미들은 광대한 우주 안에서 제각각 소우주를 이루고 있는 개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에게 쌀과 꽃가루는 생명과 재생의 상징이다. [사진 광주비엔날레]


광주광역시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주전시관. 6일 오후 이곳 광장에 붉은 벽돌무늬 트럭이 한 대 섰다. 트럭은 가죽을 덧댄 방 안에 흰 시트가 깔린 침대, 커피포트와 헤어 드라이어까지 갖췄다.

광주비엔날레 6일 개막



 설치미술가 서도호(50)의 신작 ‘틈새호텔’이다. 한 땀 한 땀 집 모양대로 바느질해 만든 천 설치로 이름난 그가 이번엔 아예 움직이는 집을 만들었다. 웹사이트로 응모한 투숙객은 광주 곳곳의 골목으로 스며들 이 트럭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자기만의 기억을 가져가게 된다.



 틈새호텔 뒤엔 탁구대 14개가 놓였다. 커다란 물음표가 그려진 흰 티셔츠 차림의 사람들이 탁구를 쳤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이 광장 탁구장은 아르헨티나계 미술가 리크리트 티라바니자(51)의 ‘무제 2012-다시 미래를 상상하지 않으려 한다면’이다. 네트로 나뉜 탁구대는 분단 한국을, 공격과 수비의 스포츠인 탁구는 냉전시대의 민족주의를 상징한다. 그러나 거울로 만든 탁구대에 비치는 것은, 거기서 탁구를 즐기는 당신과 지금의 광주다.



 제9회 광주비엔날레가 6일 개막했다. 전세계 40개국 92명의 작가가 참여해 1500여 점을 전시한다. 2012 비엔날레의 주제는 ‘라운드테이블(원탁)‘. 와싼 알-쿠다이리 카타르 아랍현대미술관장, 캐롤 잉화 루 ‘프리즈(Frieze)’ 객원 편집위원 등 아시아 여성 큐레이터 6인이 각각 ‘역사의 재고찰’‘개인적 경험으로의 복귀’ 등의 키워드를 내걸고 전시를 이끌었다.



 ◆집단의 기억에서 개인의 이야기로



1전시관에 설치한 마이클주(46)의 ‘분리불가’ 앞을 경찰이 지나가고 있다. 시위현장에서 경찰이 쓰는 투명 방패 108개를 기와처럼 이어 지붕을 만들고 그 아래 일상 용품들을 점토로 만들어 매달았다.
격년제 국제미술제인 비엔날레의 일반적 문법은 이렇다. 동시대 현대미술의 담론을 이끌만한 주제를 내걸고 거기 맞는 ‘비엔날레 작가’를 유치해 대규모 국제전이라는 스펙터클을 만들어낸다.



 아시아 최고(最古)의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도 예외는 아니다. ‘민주화의 성지’라는 집단의 기억을 강조하며 세계적 미술제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집단보다 개인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를 너의 것으로 확장하며 보편적 메시지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대형 설치작품의 물량공세로 떠들썩한 비엔날레 주전시관 속 어두운 한 방에선 노인들이 하나하나 클로즈업되는 미디어 아트가 상영 중이다. “피터” “마리나”, 카메라 뒤 작가의 호명에 따라 구부정한 어깨 때문에 더욱 연약해 보이는 노인이 카메라를 응시한다. 바로 그때 화면은 멈추고 순간은 영원이 된다.



 세계적 설치작가 김수자(55)의 신작 ‘앨범: 허드슨 길드’다. 뇌 손상으로 기억을 잃어가다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리며 작가는 이주민 출신 노인들을 호명했고, 31분짜리 이 긴 영상을 보는 관객들도 저마다 마음 속 누군가를 불러내며 늙음과 기억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성찰하게 된다.



 광주 시내 사찰 무각사도 전시장이 됐다. 대규모 전시를 보느라 기력이 빠진 관객들이 지친 머리와 발을 쉴 수 있다. 선승들의 명상공간에 쌀과 꽃가루를 늘어놓은 ‘망망대해’(볼프강 라이프), 그 주변의 작은 방 8곳에서 여덟 가지 색 조명이 은은히 배어 나오도록 한 ‘아주 작은 집’(우순옥) 등이 그렇다. 고색창연한 800석 단관 광주극장과 이제는 버려진 그 사택, 비엔날레보다 추석 준비로 여념이 없는 재래시장인 대인시장 등도 전시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산만하다” “다양하다” 엇갈린 반응



전시가 보여준 다양성의 위용에 대해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았다. 미술·디자인평론가 임근준씨는 “아시아의 여성감독들이라는 변방의 포석이 선순환을 일으키지 못하고 고만고만한, 올망졸망한 전시에 그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작의 60% 가량이 지금 세계에서 가장 활약하는 미술가들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광주비엔날레가 ‘월드 프리미어’로서의 위상을 굳혔다는 평가도 있다. 독일미술가 토비아스 레베르거(46)는 “유럽의 베니스 비엔날레, 남미의 상파울루 비엔날레 등 지역별 대표 비엔날레가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 대표 미술제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의 대표작에 수여되는 ‘눈(Noon) 예술상’은 이 시대 예술의 미래를 고찰한 미디어 아트 ‘세상의 저편, 2012’(이정재·임수정 출연)을 출품한 문경원·전준호에게 돌아갔다.



◆광주비엔날레



1995년 창설한 격년제 국제 현대미술제. 2005년부터 미술제가 없는 해에는 디자인 비엔날레를 열고 있다. 올해 예산은 109억원, 지난 회(2010년) 관람객은 49만 여 명이다. 11월 11일까지 66일간 열리는 올해 행사 입장료는 성인 1만4000원, 청소년 6000원. 062-608-4224. 구체적 전시정보는 비엔날레 홈페이지(gb.or.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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