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자기가 선택한 길 즐겁게 가는 그들...존경한다, 진짜로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고쇼’ ‘힐링캠프’ 등에 나와 여유 있는 대화를 나누던 유도선수 조준호가 얼마 전 ‘라디오 스타’에 나와서는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8강전에서 어이없는 판정번복 깃발로 본인의 눈에 눈물을 쏟고 보는 이들의 가슴도 그렇게 아프게 했던 그였다.
그런데 “광고 출연이 소원”이라는 그는 “국내 휴대전화와 외국 휴대전화를 양손에 쥐고 외국 걸 들었다가 한국 것으로 선택을 번복하는 내용의 광고콘티까지 구상해 놓았다”고 한다. 본인의 절절한 아픔을 가지고 그렇게 웃음을 만들어 내다니. 그런 유머감각과 여유가 있었기에 쉽게 잊기 힘든 시련을 겪고도 금세 크나큰 승리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나 보다.

컬처#: 명랑한 올림픽 스타들


토크쇼들에서 만날 연예인들의 쥐어짜내는 듯한 이야기만 듣다가 오랜 기간을 바쳐 한순간에 평생의 희열을 얻어낸 올림픽 스타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신선함과 생생함이 넘쳐난다. 국제경기에서 스포츠 스타들이 반짝 인기를 얻고 TV쇼를 휩쓰는 일이야 새삼스럽지 않지만 확실히 이번 올림픽 이후 이들을 보면 이전과는 달라진 표정과 자세가 눈에 띈다. 자기 절제와 겸손, 투혼과 눈물, 촌스러움과 어눌함, 이런 것들이 과거 스포츠 스타들 하면 떠오르는, 혹은 우리가 그들에게 기대하는 이미지였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기성용·박태환처럼 꽃미남이거나 여자 배구, 펜싱선수들처럼 늘씬한 모델 수준으로 잘생기고 세련된 옷차림에 섹시한 매력까지 연예인 못지않다. 승리를 위해 고통을 참았던 시간의 눈물로 감동을 주기보다는 틈만 나면 웃기고 재치를 뽐내고 싶어한다. 승부차기의 긴장이 부담스럽기보다는 “단독으로 클로즈업이 될 수 있는 기회라서 더 좋았다”고 말하는 이들이며 금메달을 놓쳤어도 “왜 울어요 (은메달로) 이렇게 기분 좋은데”라고 말하는 이들이며, 거구의 역도선수로 외모는 신경도 안 쓸 것 같지만 “사진에 얼굴 크게 나올까 봐 항상 뒤에 선다”며 여자로서의 귀여운 욕심까지 숨기지 않는 이들이다. 늘 ‘정신력’ ‘투혼’을 앞세우는 과거의 경기력과는 다르게 서양인들 못지않은 체격과 체력으로 멋진 승부를 일궈낸 이 신세대 스타들의 숨겨진 무기는 이 같은 발랄한 자기애와 자신감인 듯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장미란과 기성용이었다. 장미란은 4위로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짧은 회한의 눈빛 뒤에 기도에 이어 바벨을 어루만지며 한때 자신의 인생을 걸었던 그것에 대해 경건하고 숙연한 감사를 보냈다. 어릴 적 “역도를 한다는 것이 참 싫었다”는 그가 이렇게 자신의 일로 세계 최고에 오를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보낼 정도가 되기까지, 그가 살아온 자세는 일을 하는 우리 모두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저렇게 모든 것을 걸어보았던가. 내 일에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져보았던가.

또 ‘다시 태어나도 운동을 하겠다’고 하는 대신 “나는 박지성처럼은 못 살겠다” “서른 살까지만 할 생각이었다”고 당당히 밝히는 기성용은 더 이상 소명의식과 외골수로서의 운동선수가 아니었다. 그저 인생의 한 부분으로 자신이 선택한 일의 하나이며 또 다른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전 시대의 운동선수들은 평범한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여겨왔던 것 같다. 그들은 늘 비장해야 하고 평생 한눈 팔지 않아야 하며 기계처럼 묵묵히 운동만 해야 좋은 선수로 여겨졌다. 그리고 더 높은 순위, 1초라도 빠른 기록 같은 숫자로 그들의 가치를 매겨왔었다.

그러나 달라진 젊은 선수들의 모습은 우리의 눈도 달라져야 함을 요구한다. 그들은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사람이며, 같은 감정과 같은 유혹과 같은 희망을 품은 사람이며, 때로는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그들도 우리처럼 단지 ‘운동’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직업인이며, 그 직업에 대해 우리가 유난히 신성시할 필요도 남다른 의무감을 강요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후회 없을 정도로 자신의 일을 아름답게 가꾸는 그들에게 뛰어난 성적 때문만이 아니라 그 삶의 자세에 대해서도 진심 어린 존경을 보낼 줄 알아야겠다.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