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흠이 매력?

그날은 CF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가능한 한 해가 지기 전에 촬영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시작된다. 김 부장은 첫 촬영장인 올림픽공원으로 출근한다. 공원은 또 하나의 세계라서 넓고 아득하다. 길눈이 어두운 김 부장은 촬영 장소를 바로 찾지 못하고 헤맨다. 결국 대행사 PD가 마중 나온다. PD는 김 부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대강의 인상 설명만 듣고 단박에 알아본다. 공원은 넓고 사람은 많아도 수염 기른 대머리 아저씨가 그렇게 흔한 것은 아니다.

김상득의 인생은 즐거워

대머리는 김 부장의 흠이다. 숱이 거의 없는 머리는 원래 나이보다 열 살은 더 들어 보이게 만든다. 어울리지도 않는 수염을 기르는 이유도 다 대머리 때문이다. 김 부장도 입사했을 때는 머리숱이 많았다. 앞머리가 자꾸 눈을 가려 입바람을 위로 부는 버릇이 있을 정도였다. 지금도 가끔 입바람을 위로 불다 문득 자신이 대머리라는 사실을 깨닫고 쓸쓸해진다. 남들은 회사에 청춘을 바쳤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김 부장은 머리숱을 바쳤다.

가족 놀이마당에선 촬영이 한창이다. 촬영을 위해 머리 단장과 메이크업을 한 모델은 딴사람 같다. 보통사람보다 두 배쯤 세로가 긴 눈썹이 아니라면 몰라볼 정도다. 김 부장이 광고대행사 김양미 이사에게 말한다. “메인 모델이 다 좋은데 딱 하나 눈썹이 흠이네요.” 김 이사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게 매력이죠. 흠이 곧 매력이랍니다. 사람의 매력은 대부분 흠에 있어요.”

정말이다. 처음 볼 때는 살짝 어색했는데 볼수록 모델의 눈썹이 매력적이다.
흠이 매력이다. 외모만 그런 게 아니다. 성격이나 어떤 능력도 마찬가지다. 가령 TV에서 많이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다. 대개 출연자들은 처음 볼 때 서툴고 거친 ‘생짜’들인데 그래도 다들 나름대로 매력이 있다. 그 기이한 매력은 그들의 흠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탁월한 강점은 치명적인 약점에서 비롯된다. 공짜는 없다. 그러니까 약점을 보완할수록 강점도 줄어든다. 새롭고 기형적인, 강렬하고 불안한 매력은 어느새 고만고만한, 편하고 예쁜 볼거리가 되고 만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매혹은 사라져버린다.

오전 촬영이 끝나 평창동으로 장소를 옮겼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점심을 거리에서 먹었다. 그렇다고 길바닥에 앉아 먹은 것은 아니고 놀이터 한쪽에 이동식 탁자와 의자를 놓고 밥차에서 밥을 타 와 먹었다. 맛있었다. 가짓수는 적었지만 반찬은 정갈했고 밥은 따뜻했다. 그렇지만 그 음식을 식당에서 먹었어도 여전히 맛있었을까? 밥이며 반찬이며 국을 하나도 안 남기고 싹싹 비울 정도로 점심이 맛있었던 것은 어쩌면 길에서 먹었기 때문이 아닐까? 흠이 오히려 맛을 돋운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입가심으로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면서 김 부장과 김 이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는지 김 이사는 김 부장을 찬찬히 살펴본다. 숱 없는 머리와 어지러운 수염과 좁은 어깨와 짧은 다리를 본다. 이윽고 김 이사가 말한다. “그러고 보면 부장님은 매력투성이네요.”
의외의 칭찬에 당황한 김 부장은 귀까지 빨개진 얼굴로 대답을 찾느라 한참을 궁리한다. 간신히 한마디 칭찬을 한다. “아무리 찾으려 해도 도무지 이사님 흠을 찾을 수 없네요.”

구독신청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