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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김상영] 한반도 북녁,중국령이 되어 가고 있는가

며칠전 중앙일보 베이징 특파원 C국장의 나라를 걱정하는 충정어린 글을 읽고, 가슴에 응어리가 맺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마음에서 미약한 백가쟁명(百家爭鳴) 메아리로나마 『MB, 토자패를 보시라.』에 대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먼저 그 본문의 핵심이 되는 부문을 예시하겠습니다.



“...126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토자패(19세기 열강의 힘에 밀려 동해로의 진출이 좌절되었던 중국과 러시아를 가르는 T자형 국경 표지판)를 ‘훈춘의 치욕(琿春之恥)’이라 부른다. 훈춘은 여진어로 변방이라는 뜻,그리고 그 설욕을 러시아가 아닌 북한의 나진과 선봉을 통해 설욕하려 하고 있다. 훈춘의 취안허(圈河)에서 북한의 원정리~나진항을 잇는 53㎞의 도로 건설, 국가급 경제특구인 ‘훈춘국제합작시범구’ 지정, 옌지(延吉)~투먼(圖們)~훈춘을 잇는 360㎞ 구간의 고속철도 공사. 이 모두는 동해 출구를 확보해 일본과 한국, 러시아를 잇는 새로운 국제경제권을 훈춘 부근에 조성하려는 중국의 거대한 신동방전략이다.”...

 ...“물론 중국 해군의 동해 진출전략도 숨어 있다. 모든 게 한국엔 위협적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그동안 뭘 했을까. 요즘 베이징 주재 한국기업인들이 자주 하는 말. ‘잃어버린 5년입니다. 아웅산 사태 이후 전두환 정권도 이렇게까지 대북 경제교류를 막지 않았지요. MB가 훈춘에 가서 토자패라도 보면 좀 달라질까요.’ ”



짐작컨대, 이상의 몇 구절만으로도 우리 정부가 북.중 밀월관계를 무기력하게 바라보고만 있는데 대해,의식있는 한 언론인이 답답함을 견디다 못해 토로한 고뇌임에 틀림 없습니다. 근자에 들어 북.중관계가 급속히 밀착되어 가고 있는만큼 우리 정부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남북관계 복원에 전력투구하라는 일종의 채찍성 신문고였겠지요.



중국정부의 치밀한 계획하에 활성화되어 가고 있는 창춘.지린.투먼 공업단지 일대와 북한의 나진.선봉지역을 염두에 둔 원활한 교통망 구축이외에도 북.중 양국정부는 남측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을 위해 온정리 등에 구축한 기반시설을 활용할 요량으로 남측을 따돌린 채 중국 주요도시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신.증설하며 중국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지난 달 장성택 행정원장의 방중 이후 중국측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의주-안주-평양간 도로포장사업 추진, 다시금 불씨를 되살리고 있는 황금평 위화도 인근 개발소식 등등,일련의 북.중관계 소식을 접하노라면 북한이 ‘한반도에 속한 우리 땅이 아니라 중국령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기왕지사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중국방문만 해도 그렇습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김정은 치세의 후견그룹 최고 실세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김정일의 매제이자 김정은비서의 고모부로서 북한 내 모든 공안기구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고,국방위 부위원장까지 겸하고 있으니,그의 기세가 욱일승천하고도 남음이 있다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언론들의 논조에 의하면 그가 중국측으로부터 국가 원수급에 준하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을 뿐, 별 소득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다는 식으로 여론몰이를 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나 제 소견으로는 북측의 2인자 행보로서 그만큼 보폭을 넓혔으면 손색이 없었을 뿐아니라,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사안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방중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장성택 행정부장이 5박6일간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후진타오(胡錦濤)주석을 비롯하여 누구누구를 어디서 만났다는 의전일지에 못지않게, 쏠쏠한 방중성과를 챙겼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의 특구 확대정책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의주 특구에 대한 중국 자본참여가 보다 가시적으로 논의되었다는 점과 서부지역인 남포,해주지역에도 특구를 설치,칠보산을 관광특구로 지정하는 계획 등이 불원간 공표될 것이라는 간헐적인 보도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기도 합니다.



장성택 그는 지난 2002년 10월 북한 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서울을 방문하였을 때 자유분방한 행동을 보여 눈길을 끌었던 호탕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그는 북한과 대조적으로 남한의 발전상과 풍요로운 삶을 돌아본 후 ‘북조선은 왜 가난하게 살고 있는가.’ 에 자탄과 울분을 토하면서 새벽까지 폭탄주로 통음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김정은 치세의 신정부하에 있는 최고위 관료중 남한의 실상을 비교적 상세히 알고있는 실세중 실세인 셈이지요.



그의 방중 기간 내내 제가 가장 아쉽게 생각했던 것은 김정은 체제하에서 핵심권력으로 떠오른 장성택이 전면에 등장했을 때, 바로 그 즈음이 남북관계를 호전시킬 절호의 기회였는데 이를 놓치지 않았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김정일 사후 조문단을 보내는 등,진작에 열린 마음으로 서둘렀더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이지요. 통일부가 주축이 되든가,아니면 국정원,직언이 가능한 MB측근이라도 나서서 물밑대화를 모색했더라면 오늘처럼 남북관계가 경직되진 않았을 테니까요.



그랬더라면 장성택은 중국 대신 남측 방문을 택했을 지도 모르며,그래서 만약 그가 남한의 곳곳을 휘젓고 돌아다녔다고 가정해 봅시다. 행여나 남북통일이 될까 봐 전향적인 남북관계 진전의 반대편에서 딴지를 걸곤 했던 미.중.일, 그들이 얼마나 놀라운 시선으로 어처구니 없어했을 것인가...! 생각만 해도 참으로 통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으로 향하려던 장성택의 발길을 남쪽으로 돌리게 했더라면,설사 괄목할 통일 잇슈나 성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선은 교착상태인 금강산과 개성관광만을 재개키로 합의했다 한들 어떠리오. 더하여 최근 우리 건설업계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만큼 경기부양책의 일환에서라도 개성공단 확장을 논의한다든가, 북측이 절박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신의주-평양간 도로포장 내지는 고속도로공사를 검토하는 수준의 의사타진이 우리와 오갔더라면 금상첨화였겠지요. 어찌 우리 동포들 뿐이오리까,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깜짝 놀라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힘찬 박수를 보냈을 것입니다.



흔히 외교가에서 정중한 사과를 표현하는 말로 알려진 ‘유감표명’이라는 용어 자체가 저에게는 천하에 실속도 없고 시시껄렁하게 들리기만 합니다. 언론에 회자되는 바에 의하면 우리 정부는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북측이 무슨무슨 사안에 대해 ‘유감표명’이라도 해야 우리의 체면이 서고,대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며 얼버무린다고 합니다. 행여 그같은 북측의 ‘유감표명’을 기다리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아닌지요. 여하튼 다시 심각한 냉전시대 남북관계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중국은 은연중 그들이 북녁땅의 종주국임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우둔한 생각을 가진 소생이 지나친 몽상에 빠져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바람직한 한.중관계의 미래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신 중앙일보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남북관계의 복원이 너무 늦었다고요.? 거 뭐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요...



김상영 『보통사람이 바라본 중국의 어제와 오늘』의 저자(= yong413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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