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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국 민주주의 힘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새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를 현장에서 참관했다. 현지시간으로 3일부터 6일까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샬럿이란 곳에서 열렸다. 한국의 정치문화와는 다른 몇 가지 점이 흥미롭다.



 우선 엄청난 인파로 도시 전체가 축제 같은 분위기다. 전당대회 참석자는 약 3만5000명으로 추산된다. 각 주를 대표해 참석하는 대의원 5556명, 언론 관계자 1만5000명, 자원봉사자 1만 명, 그리고 당 소속 공직자·고위 당직자 등등.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자원봉사자다. 다양한 연령층과 배경의 자원봉사자들이 곳곳에서 ‘애스크 미(Ask Me·제게 도움을 청하세요)’라고 적힌 작은 푯말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행사기간 중 매일 8시간 이상 봉사해야 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유니폼 티셔츠와 간단한 음식이 전부다. 타지인이 자원봉사자로 이곳에 오더라도 교통편이나 숙소를 제공하지 않는다. 오바마의 차기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 장면을 보려면 이들도 남들처럼 별도로 추첨해 당첨돼야 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민주당과 오바마의 당선을 자발적으로 돕기 위해 모인 것이다. 한국 정치풍토의 고질병인 동원과는 천지차이다.



 정치단체와 이익집단 등의 활동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대회 기간 동안 수많은 회의를 개최한 여성·흑인 그리고 성적 소수자 집단들은 뚜렷한 정책목표가 있었다. 그 목표를 정책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을 하면서 서로 격려했다. 단합대회 같은 분위기였다.



 이 와중에 눈에 띄는 하나의 풍경은 엄청난 숫자의 경찰이다. 무표정하게 선글라스를 쓰고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은 자유분방한 참석자들과 대조를 이뤘다. 낙태 찬반론자들이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구호를 외치자 채 몇 분 지나지 않아 100명 가까운 경찰이 곳곳에서 몰려들었다. 경찰은 구호를 제지하지 않고 두 집단 중간에 서서 보도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아무도 경찰 지시를 거부하거나 항의하지 않았으며 수십 분간 구호만 외치다 흩어졌다.



 대의원들을 만나 오바마를 지지하는 바탕 정서를 들어봤다. 다들 공화당 밋 롬니 후보에 대해선 ‘주어진 성공’을 거뒀다고 여겼지만 오바마에 대해선 ‘성취한 성공’을 거둔 인물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대의원 중에는 공화당 정책을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오바마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확인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거시적으로 볼 때 미국 선거를 결정짓는 요인은 경제상황이라는 통설이 이번 선거에서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실업률도 8.2%로 취임 초기의 7.8%보다 높다. 그러나 최소한 이곳에서는 경제가 나아지고 있으며 이를 실감하려면 좀 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먹히고 있다. 2008년 슬로건이 변화(change)였다면 올해는 노력(trying)이라는 구호가 오바마를 변호하고 있었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6일 후보 수락 연설엔 모든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전통적으로 9월 첫 목요일에 킥오프를 하는 미식축구 시즌이 올해는 전당대회 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수요일 킥오프로 일정을 변경할 정도였다.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 때문에 7만 명이 모이는 스타디움 대신 2만 명이 들어가는 실내로 장소가 옮겨졌다.



 오바마의 연설은 기대만큼 극적인 광경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더 나은 국가를 위한 좀 더 힘든 길에 동참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대의원들은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미국 민주주의의 힘이다.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훨씬 성숙한 미국 정치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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