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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진당 분열, 진보정치 새 출발 돼야

세상이 바뀌면 비전도 바뀌는 법이다. 독일 사회민주당은 마르크스의 계급혁명론에 기반해 노동자 정권을 꿈꾸며 1869년에 만들어진 진보정당이다. 히틀러 시대 때 정치활동이 금지되는 탄압을 받았지만 패전과 함께 탄생한 독일연방공화국에선 경직된 이념과 계급적 폐쇄성 때문에 국민에게 외면당했다.



 사민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된 건 1959년 특별 당대회에서 채택한 이른바 ‘고데스베르크 강령(Godesberger Programm)’ 덕분이다. 이 강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내외 상황 변화에 따라 이념적 집착을 대폭 후퇴시키고 기독교의 윤리, 자유·공정·인도주의에 입각한 민주주의 원리를 추가했다. 당내 기득권의 격렬한 반발과 숱한 논쟁 끝에 채택된 고데스베르크 강령은 사민당을 계급정당에서 국민정당으로 바꿔 버렸다. 사민당이 전후 세 차례(빌리 브란트, 헬무트 슈미트, 게르하르트 슈뢰더)에 걸쳐 20년간 집권할 수 있었던 건 이런 비전의 변화, 정치적 상상력의 확장 덕분이었다.



 어제 통합진보당의 신(新) 당권파가 의원총회를 소집해 자파 소속 비례대표 의원 4명을 ‘셀프 제명’했다. 이날 제명된 비례대표 의원 4명은 앞으로 탈당할 지역구 의원 3명과 힘을 합쳐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셀프(self) 제명이란 비례대표 의원이 ‘탈당’하면 정당법상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기에 해당 의원들이 스스로를 ‘제명’한 조치다.



 비례대표가 탈당하면 의원직을 박탈하는 정당법 규정은 민주주의의 기둥인 정당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다. 따라서 셀프 제명은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탈당 효과를 거두는 정치적 편법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석기 의원이 지휘하는 구(舊) 당권파의 비윤리성과 탐욕스러운 기득권 지키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측면도 있다. 구 당권파는 불법선거와 불법경선에 국고(國庫)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념적으로도 시대착오적인 종북(從北)을 고집하고 있다.



 셀프 제명으로 분당이 가시화됐다. 이제 구 당권파만 남게 된 통진당은 의원 6명의 정치클럽 수준으로 남게 됐다. 국민적 비난 속에 정치적 비중마저 잃게 됐다.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는 신 당권파들에게 쏠리고 있다. 7명 의원의 소규모지만 제대로 된 진보정당으로 탄생하길 바란다. 독일 사민당의 정치적 상상력을 배우기 바란다. 선진국 진보정당들의 공통점은 개방성·평화성·합법성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의 진보정당은 주사파(主思派)의 폐쇄성, 공중부양과 최루탄 투척이라는 폭력성, 실정법을 무시하는 비합법성에 빠져 있었다.



 이런 진보정당의 행태를 지켜봐 온 유권자들은 더 이상 법질서를 무시하고 정치문화를 후진시키는 구태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새롭게 출발할 진보정당은 당 강령에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당 행사에서 자랑스럽게 애국가를 부르고 국민의례를 준수해야 할 것이다. 신 당권파 스스로 천명한 대로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을 섬기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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