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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구제불능 성범죄자에게 물리적 거세까지 요구하는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입바른 소리 몇 마디 했다가 한나라 황제인 무제의 노여움을 사 생사의 기로에 놓인 사마천. 그에게 남은 선택은 세 가지였다. 첫째 사형(死刑). 둘째 돈 50만 전으로 사형을 면하는 것. 셋째 생식기를 절단하는 궁형(宮刑). 가난한 관리에 불과한 그에게 그런 큰돈이 있었을 리 없다. 그렇다고 죽음을 택하기에는 사서(史書)를 완성하라는 부친의 유언이 엄중했다. 결국 그는 궁형을 택했다. 2100여 년 전 얘기다.



 중국인들은 사마천의 선택에 감사해야 한다. 그가 인간적 모멸감과 치욕을 참지 못해 차라리 죽여달라고 했다면 중국 역사서의 영원한 금자탑인 『사기(史記)』는 빛을 보지 못했을 터이니 말이다. 기원전 27세기 이후 2600년 동안의 중국 역사를 기전체(紀傳體) 형식으로 기록한 52만6500자에는 극단적 고통을 이겨낸 초인(超人)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심오한 통찰과 혜안이 담겨 있다. 생식기를 잘라내는 극악무도한 형벌 덕분에 중국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역사책을 갖게 됐으니 기막힌 운명의 아이러니다.



 궁형을 부활시키자는 주장이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에서 나왔다.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19명이 그제 발의한 ‘성폭력 범죄자의 외과적 치료에 관한 법률안’은 현대판 궁형을 법제화하자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상습적 성폭력 범죄자로서 교화나 재활을 기대할 수 없고, 재범 위험이 높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대해 외과적 치료, 즉 물리적 거세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성적 충동을 일으키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하는 고환을 제거함으로써 아예 성불구자로 만들어 버리자는 것이다.



 이미 도입된 화학적 거세는 약값도 약값이지만 효과에 근본적 한계가 있는 만큼 물리적 거세가 성범죄를 근절하는 최선책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아동과 임신부까지 노리는 흉악한 성범죄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들의 심정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흉기’를 영구히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물리적 거세는 도둑질을 하면 손목을 자르고, 거짓말을 하면 혀를 뽑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전근대적 신체형의 부활이고, 신체의 자유를 명시한 헌법 위반이다.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 일부 주에서 물리적 거세를 시행하고 있지만 본인이 동의할 경우에 한한다. 대개 화학적 거세와 물리적 거세 중 하나를 본인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물리적 거세를 강제하고 있는 곳은 미 텍사스주가 유일하다. 미국에서 사형을 가장 빈번하게 집행하는 주이기도 한 텍사스는 사형 집행과 강제된 물리적 거세 때문에 전 세계 인권단체의 집중 성토 대상이 되고 있다. 문명인을 자처하는 우리가 궁형을 부활시킨다면 사마천은 지하에서 뭐라고 할까.



글=배명복 기자

사진=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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