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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던 6세 안방까지 따라가…국민 판결은

지난 7월 27일 성범죄(강간상해죄)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서울동부지법 1호 법정.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사진 왼쪽)이 피고인이 들어오기 전에 윤종구 부장판사의 재판 진행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부산에 사는 권모(57)씨는 2008년 9월 A양(당시 6세)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권씨는 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던 A양을 뒤쫓다 집 안방까지 들어가 속옷을 벗기고 추행했다. 권씨는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양형 기준상 권고형은 징역 5~6년. 배심원은 다수가 6년형을 택했다. 반면 재판부는 5년형을 선고했다. 권씨는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씨가 범죄 전력이 없고 건강 상태가 나쁜 점 등을 감안해 3년으로 형을 줄여줬다.

 지난 5년간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했던 배심원들은 권씨 사례처럼 성범죄에 대해 법관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양형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전남 나주에서 7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고종석 사건’ 등을 계기로 다시 불거진 국민의 ‘성범죄 엄벌’ 법감정이 책임감을 갖고 실제 재판에 참여해 온 배심원을 통해서도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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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렴치한 성범죄엔 엄격=국민참여재판 판결문 546건을 분석한 결과 배심원들은 유독 성범죄에 대해서 엄격하게 죄를 물었다. 법관이 내리는 평균 형량보다 13%(8개월) 이상 높은 양형 의견을 냈다. 이는 살인(법관 96.5개월, 배심원 94.8개월), 강도(법관 33개월, 배심원 34.5개월) 등 다른 강력범죄에선 법관과 배심원 양형이 1~2개월 내로 근접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경제적 궁핍, 불우한 성장사 등 범행 동기를 어느 정도 참작해 줄 수 있는 다른 강력범죄와 달리 인면수심의 파렴치한 성범죄에 대해서는 국민은 ‘무관용’ 양형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는 “기존의 양형 관행에서 벗어나기 힘든 법관과는 달리 재판을 처음 해보는 배심원들은 성범죄를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정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인·강도 사건에선 신중=배심원들은 성범죄에서는 엄격한 양형을 선택했지만 살인·강도 등 다른 강력범죄를 포함한 전체 분석에선 법관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2010년 아내를 죽인 정모(58)씨 사건이 한 예다. 그는 여자에게 온 문자메시지 문제로 2년간 아내와 다퉈오던 끝에 흥분 상태에서 아내를 칼로 찔렀다. 재판부는 징역 6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사건 배심원들은 다수가 2년형을 선택했다. 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벌어진 점, 범행 직후 112에 신고하고 지혈하기 위해 노력한 점, 자녀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의 요소에 법관보다 더 많이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씨 사례와는 달리 배심원이 법관보다 더 센 형량을 제시한 사건은 전체 사건 중 10% 남짓에 불과했다. 법관과 양형이 같거나 낮았던 사건이 훨씬 많았다. 살인·강도 사건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강도 사건에서 배심원이 법관보다 더 높은 형을 선택했던 경우는 7.2%였고, 살인 사건도 9.9%에 불과했다.

 18회의 참여재판에서 국선변호를 맡았던 송종선 변호사는 “사건과 직접 관계가 없을 땐 인터넷상에 떠도는 정보만 가지고 무조건 엄벌을 주장하지만 막상 배심원이 되면 사건 관련 모든 기록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신중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양형 강화 범죄별로 달라야=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질적 국민 법감정을 감안해 강력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범죄에 대해선 강화하는 현 추세가 맞지만 다른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일시적 여론에 이끌려 무턱대고 형량을 높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2009년 8세 여아를 성폭행한 ‘조두순 사건’ 이후 강력범죄에 대한 양형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2010년 형법을 개정, 유기징역 상한을 15년에서 30년으로 올렸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지난해 8~11년이었던 보통 동기 살인의 기본형을 9~13년으로 높이고, 8~11년이었던 강도치사의 형도 9~13년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교수는 “정치인과 사법부가 사회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실제 양형을 강화할 때는 국민 법감정을 정확히 파악해 죄명별로 보다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 기자, 오단비 인턴기자(연세대 국문학과), 김보경 정보검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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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