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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와 젊은 과학도의 만남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

지난달 26일(현지시간) ASC 참가 학생들이 밤늦게 숙소에서 팀 프로젝트를 함께 의논하고 있다. [예루살렘=신인섭 기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전 9시30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히브리대의 와이즈 대강당. ‘부자(父子) 노벨상 수상’으로 유명한 로저 콘버그(65·2006 노벨 화학상) 스탠퍼드대 교수가 첨단 의학에 관한 강연을 막 마쳤다. 그의 부친은 DNA 복제과정을 밝혀낸 아서 콘버그(2007년 별세·1959 노벨 생리의학상)다.

 “저, 어떻게 하면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창의적이 될 수 있지요?” 태국의 이케다 켄(19)이 강연과 상관없는 질문을 던지자 강당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그러나 콘버그 교수는 웃지 않았다. “저는 아주 성실하게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 성실함이 뜻밖의 선물(serendipity)로 보답받은 것뿐이지요. 성실히 한다면 여러분에게도 그런 행운이 찾아올 겁니다.”

학생의 질문을 경청하는 리위안저(왼쪽) 박사.
 지난달 25~30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안 사이언스 캠프(ASC·Asian Science Camp)에서 오간 문답이다. ASC는 아시아 각국의 17~22세 과학도와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이 강연·토론 등을 함께하는 여름 캠프다. 올해는 19명의 한국 학생을 비롯해 중국·네팔·터키·투르크메니스탄·아랍에미리트(UAE)·호주 등 아시아 22개국에서 온 300명이 참가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어린 후배들에게 한없이 다정했다. 물리·화학·우주과학에 관한 궁금증은 물론이고 “이스라엘이 정말 이란을 공격하나요?” “어떻게 해야 이 캠프를 알차게 보내죠?” 같은 질문에도 성실히 답했다. 아론 치에하노베르(65·2004 노벨 화학상)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교수는 “와~. 방금 복도에서 리 박사 옷소매를 10대 소년·소녀들이 붙들고 질문을 퍼붓는 걸 봤느냐”며 즐거워했다. 140개국의 과학단체가 연합한 과학위원회(ICSU) 의장인 대만의 리위안저(李遠哲·1986 노벨 화학상) 박사는 76세다.

 석학들의 기대는 컸다. “과학은 종교·인종·민족을 초월한 세계 유일의 공통 언어입니다. 젊은 과학도들에게 세계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리위안저) “지금까지는 기초과학이 폭탄을 만드는 데 쓰여버렸죠.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더 긴밀해질 과학자 간의 네트워킹은 정치권의 압력을 보이콧하고 세계 평화를 가져올 겁니다.”(메나헴 벤사손 히브리대 총장)

 이들의 기대는 이미 실현되고 있었다. 26일 오후 2시 참가자들이 소원을 풍선에 매달아 보내는 행사에서다. 인도 소녀 히마니 갈라갈리(19)도, 태국 소년 피야리트 이티차이옹(18)도, 일본 소녀 아카시 미즈에(明石瑞惠·17)도 한결같이 “과학으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기자에게 수줍게 말했다. 이날 자정이 넘도록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팀 프로젝트를 고민 중이던 이준수(18·충남 세종고 3년)군과 인도·이스라엘 등 6개국에서 온 팀원들은 페이스북과 e-메일로 이미 한 달 전부터 의견을 교환해 왔다고 했다. 젊은 과학도들의 네트워크를 통한 세계 평화는 ‘중동의 화약고’ 예루살렘에서 그렇게 싹을 틔우고 있었다.

◆ASC=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2002 노벨 물리학상)와 리위안저 박사가 2005년 독일 린다우 섬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와 젊은 과학도들의 여름 캠프 ‘린다우 미팅’에 참석한 뒤 “아시아의 린다우 미팅을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2007년 타이베이(대만)에서 첫 캠프가 열렸고, 발리(인도네시아)·쓰쿠바(일본)·뭄바이(인도)에 이어 지난해 대전에서 중앙일보 등의 후원으로 제5회 캠프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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