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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독재자 숨은 금고 털어라 … 보물 사냥꾼들도 ‘대목’

‘아랍의 봄’으로 민주혁명에 성공한 국가들의 최우선 과제는 과거 독재자들이 숨겨놓은 재산을 찾아내는 일이다. 정치 혼란을 수습하고, 망가진 경제 를 재건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까닭이다. 지난해 재스민 혁명이 중동과 북부 아프리카를 휩쓸자 국제사회는 독재자들의 은닉 자산 동결을 통해 이를 지지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 실체가 다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독재자들의 자산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각종 외신 보도와 세계은행 자료 등을 종합해 보면 우선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자산은 미국(370억 달러)·영국(200억 달러)·독일(92억 달러) 등 최소 9개국에 흩어져 있으며 규모는 700억 달러 이상이다. 튀니지의 벤 알리는 스위스·영국·캐나다 등에 최소 6580만 달러를 은닉했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는 스위스에만 7억4700만 달러를 숨겨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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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붕괴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시리아의 알아사드 대통령 일가 자산은 10억~25억 달러로 추정된다. 알아사드는 이미 재산 상당 부분을 러시아로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망명 야당 인사들이 주축인 시리아국가평의회(SNC)는 올 2월 파리에서 금융정보회사 관계자들을 면접하는 등 벌써부터 알아사드의 은닉자산을 찾는 작업에 착수했다.

성공 보수나 수고료를 노리는 사설 업체들도 독재자들이 숨긴 검은 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인터넷매체 데일리 비스트는 “현대사회의 보물 사냥꾼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정보회사들의 최고 관심사가 바로 알아사드의 자산을 추적하는 일”이라며 “탐정·변호사·회계사·전직 스파이 등 조사관들은 시리아 사태를 하나의 사업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리비아 새 정부의 카다피 자산 추적을 돕고 있는 미 로펌 관계자는 “독재자가 숨겨놓은 자산을 찾는 일에는 정치적인 요소가 작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걸프만 국가와 관련한 자산 추적 및 회복을 주 업무로 하는 한 영국계 컨설팅회사는 올 초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열고 아랍의 봄이 업계에 미칠 영향을 주요 의제로 논의하기도 했다.

 민사 소송 등을 통해 손해 배상을 추진하는 직간접적 피해자들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에서 일하는 변호사 스티븐 페를레스는 알아사드에게서 4억1300만 달러를 받아낼 방법을 찾고 있다. 2004년 알카에다에 참수된 미국인 희생자 2명의 가족이 테러 조직을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냈는데, 지난해 콜롬비아 항소법원에서 알아사드 정부가 테러 행위를 위한 물적 지원을 했다고 판결한 것이다. 페를레스는 이를 근거로 알아사드의 숨겨놓은 돈을 찾기 위해 조사관을 고용해 작업을 진행 중이다.

 리비아의 경우 유엔 승인으로 일부 자산에 대한 동결조치가 풀려 국가 재건사업에 투입됐다. 이집트와 튀니지 정부도 지난해부터 독재자들의 자산을 환수하기 위한 법적 조치에 착수했다. 하지만 자산이 대부분 해외에 있는 데다 불법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범죄행위 등 유죄판결이 나와야 자산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 정권과 친분이 있거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가들은 은닉 자산 환수에 적극적이지도 않다. 예컨대 영국은 무바라크의 1000만 파운드짜리 호화 저택을 압류하지 않았고, 차남 가말이 설립한 투자회사도 올 초 스스로 문을 닫을 때까지 제재를 하지 않았다. 주택장관의 부인은 제재 조치 발표 이후 버젓이 회사 설립 허가까지 받았다.

 가디언은 “런던에는 수많은 아랍권 은행 자회사가 있는데, 무바라크 측근들이 손쉽게 자산을 맡겨놓던 곳들”이라 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정의 구현보다 아랍 금융권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는 비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48억 달러 지원을 요청할 정도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집트 정부는 이런 영국의 행태에 분노해 소송까지 검토하고 있다.

 재산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독재자들의 수법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1980년대 아이티 독재자 장 클로드 뒤발리에의 재산을 추적했던 한 정보회사 관계자는 “당시에는 대통령궁에 숨겨져 있던 헌 수표책 하나를 찾아내자 숨겨놓은 재산이 줄줄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조세피난처의 역외 계좌는 기본이고 페이퍼 컴퍼니와 차명을 이용하는 등 갈수록 추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BBC는 “회사의 실존 여부와 관련된 질문만 입력돼도 자동으로 문을 닫고 다른 주소로 옮겨 다시 문을 열게 하는 은닉 기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절차적으로 작은 부분만 미비해도 독재자 후손들이 재산 환수 소송을 내는 등 ‘반격’을 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지혜·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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