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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성폭행범, 카메라 꺼지자 돌변 '이럴수가'

4일 오전 10시30분쯤 광주광역시 서부경찰서 수사과. 흰색 포승줄과 수갑을 찬 나주 성폭행범 고종석(23·사진)이 회색 긴팔 티셔츠와 검정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경찰의 추가 조사를 받고 있었다. TV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취재진을 향해 “죄송합니다”라며 머리를 조아렸다.

 오후 1시30분 서부경찰서 수사지원팀 사무실. 10인치 크기의 CCTV(폐쇄회로TV) 화면에 고종석이 입감된 유치장 내부 모습이 잡혔다. 경찰은 “창살 있는 10개의 방 중 1층 가운데 방에 고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승줄과 수갑을 벗고 두붓국과 오이무침으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유치장 장판 바닥에 비스듬히 누워 『왕의 전설』이란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고 감시 중인 경찰관이 전했다. 비치 도서목록을 보고 고종석이 직접 고른 이 책은 고교생들이 수학여행 중 사고를 당해 다른 세계를 모험한다는 내용의 판타지 소설이다.

 유치장 안 고종석의 여유있는 모습에 경찰관들도 놀라고 있다. 고종석은 취재진을 향해 “죄송하다”고 말할 때의 심각한 표정은 사라지고 태연한 표정으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유치장에 배치된 경찰관은 “취재진 앞에서는 표정을 바꾸고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 카메라가 사라지면 원래 표정으로 되돌아간다”고 말했다.

1일 진행된 현장검증 때도 몰려든 취재진과 구경꾼 앞에서 반성하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주변이 조용해지자 경찰에게 태연하게 “다음 일정은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종석은 책을 읽다가 지루하면 1~2시간씩 낮잠을 잔다. 저녁식사가 제공되는 오후 5시50분까지는 TV로 야구나 축구 경기를 즐기기도 한다. 같은 방에 있는 3명의 입감자와도 서슴지 않고 대화를 나눈다. 유치장 규정에 따라 오후 9시 조명을 어둡게 조절하면 잠깐 동안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곧 잠이 든다고 한다. 식사 때는 경찰서 직원들이 먹는 것과 똑같은 밥을 먹는다. 한 경찰관은 “유치장 안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일상 생활을 할 때의 표정은 웃음 띤 얼굴일 때가 많다”고 전했다.

 경찰은 “유치장엔 에어컨과 냉장고도 있다. 강력범이지만 인권 때문에 잠잘 때 형광등 밝기를 조절해주고 책 제목을 말하면 직접 가져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 권일용 경감은 “고종석은 피해자와 자신 모두 운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라며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등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이 없다”며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이중적인 모습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5일 고종석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송치를 하루 앞둔 4일 오후 고종석의 가족들이 유치장을 찾아가 처음 면회했다. 경찰은 “고종석이 1일 오후 구속영장이 발부돼 곧바로 입감된 이래 가족이 처음 면회를 왔다”고 전했다.

광주=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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