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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중요한 말을 왜들 안 하나 복지정책의 뇌관은 일자리다

송호근 교수는 “민주화 이후 지난 25년간 한국 사회는 좌우 충돌을 반복해왔다. 이제 그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이념을 내세우는 후진적 다툼 대신 좌우파의 공동구역을 만들고, 그 토대에서 복지와 경제민주화의 세부전략을 토론해야 한다는 얘기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좌파와 우파의 이념적 경직성이 문제다. 선명한 이념을 의심하라.”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함께 풀려면 극단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좌우가 함께 할 이념의 공유지를 확보하는 일이다.“

 사회학자 송호근(56·서울대) 교수가 “보수 진보 이념투쟁을 그만두라”고 대선 정국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신간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다산북스)에서다. 한국 사회를 ‘불통의 시대’로 보고 토론과 합의에 기반한 ‘공론장’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그다.

 송 교수는 여야가 대선 정국의 화두로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빠뜨리고 국민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책의 뇌관, 즉 ‘일자리 정치’를 빼놓고 얘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 정치권에 대해 “성장 효율성을 해칠 경제민주화, 복지를 세일상품처럼 팔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유권자들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선명하게 보고 평가자로서의 파워를 발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일 송 교수를 만났다.

 -이번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지난해 말 『인민의 탄생』(민음사) 출간 이후 속편을 쓰고 있다가 계획을 변경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모두 복지 상품을 열심히 팔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것을 보며 답답했다. 문제를 풀기 위해 진짜 본질적인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매우 중요한 쟁점인 만큼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 맥락에서 해답을 구해보고 싶었다. 유권자들이 더 이상 정치권의 선동에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한몫 했다.”

 - 이분법 논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당신은 어느 쪽인가’라는 논리가 강하게 지배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다분법적 논리를 얘기하면 ‘헷갈리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은 다분법의 시대라는 것이다. 이념적 정통성으로 사회를 재단하기에는 현실은 너무 복합적이고 다면적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좌우파의 공동구역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송 교수는 그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민들이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고, 좌우가 거칠게 충돌해온 것은 좌우의 공동구역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좌우의 공동구역은 무엇을 뜻하나.

 “좌파와 우파가 모두 인정하는 시세(時勢)와 처지에 대한 공동의식을 말한다. 우리 가능성이 어디까지고, 한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안다면 양쪽에서 다 인정할 수 있는 상황도 있다. 이것을 이념의 공유지, 정책적인 차원에서 공통 분모라고 해도 좋다. 복지, 경제민주화가 중요하다는 얘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중학생도 얘기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푸는 방식 아닌가.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지금 재벌 해체나 규제만 줄줄이 늘어놓고 있다. 그러면서 복지를 하겠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포퓰리즘이다.”

 송 교수는 좌우의 공동구역, 즉 시대방정식을 다섯 개의 변수로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세계화, 정부, 시장개방, 양극화, 분배구조다. 이 방정식을 공유지로 해놓고, 실익과 공익, 정책적인 선택을 따져보자는 얘기다.

 -일자리 정치야말로 정책 뇌관이라고 강조했다. 왜 그런가.

 “경제민주화와 복지 두 가지 동시에 풀 수 있는 게 바로 고용문제이기 때문이다. 복지를 위한 재정 역시 일자리에서 나온다. 고용 문제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 현안을 푼다는 것은 나라를 거덜나게 하겠다는 의도와 다를 바 없다. 일자리 없이 복지가 가능한가. 재벌, 대기업 때리기로 성장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나. 그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재벌 정책을 강조했다.

 “일자리 창출은 국가가 하는 게 아니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기업이다. 국가가 일자리 창출하나. 복지는 기업 경쟁력, 국가 경쟁력 강화를 전제로 해야 한다.”

 송 교수는 재벌과 대기업을 복지 파트너로, 나아가 적극적인 실행자로 나서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벌규제를 완화해 재벌과 대기업이 세계화, 시장개방 등 외부 충격의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대신 대기업이 하청기업과 협력기업을 포괄하는 복지 공동체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자본주의 정립, 총수일가 비리근절, 불공정거래 규제, 순환출자 금지 단계적 실시 등도 주장했다.

 -재벌 옹호론자로 비칠 수 있다.

 “재벌 옹호론이 아니다. 재벌그룹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다. 4대 그룹은 GDP의 50%를 생산했다. 재벌과 대기업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어떤 사회적 책임도 묻기 어려워진다.”

 -당신이 말하는 복지의 핵심은.

 “앞서 얘기했지만, 복지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기업경쟁력 강화다. 경제 민주화 역시 기업 경쟁력 없이는 허망할 뿐이다. 사람들은 이게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기업경쟁력 강화는 고용 안정에서 비롯된다. 복지는 한마디로 고용안정이다. 복지에 대한 개념을 말하며 권리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권리에는 대가가 있다. 기업이 일자리 지킬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중요한 이유다.”

 송 교수는 ‘불통’ ‘공론장’에 대한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나꼼수의 지적에도 민심이 담겨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불평불만의 원색적 표출은 공론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공론을 설명한다면.

 “공론이라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검열 과정이 따라야 한다. 지금 한국 사회가 진화하려면 분노와 불만 표출을 넘어선, 정련된 의견들의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송호근 교수=1956년 경북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석·박사. 미 하버드대 박사. 한림대 조교수·부교수 역임, 199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성장위주의 국가정책이 빚어낸 노동문제와 불평등 구조의 한국사회를 천착해왔다. 유럽 사회민주주의와 한국의 민주주의의 비교 연구 등으로 주목받았다. 저서 『정치 없는 정치 시대』(1999)) 『세계화와 복지국가』(2001) 『한국,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2006) 『인민의 탄생』(2011)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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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