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실컷 놀다 보니 … 어느새 춤이 나왔다

프랑스 출신 안무가 피에르 리갈은 육상 허들 선수로 활동하다 부상 이후 23세의 나이에 무용에 입문했다. 기존 현대 무용의 문법을 탈피한 신선하고 파격적인 움직임으로 현재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사진 LG아트센터]
피에르 리갈(39)은 유럽의 떠오르는 신예 안무가다. 그의 신작 ‘작전구역’이 한국에서 공연된다. 14,15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다. 9명의 한국 무용수가 출연한다.

 얼핏 보면 평범하기 그지 없는 공연이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오디션과 연습 방법, 그리고 공연 이후 과정까지 흥미로운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기존 한국 무용계의 관습과는 영 딴판이다.

 ◆허들 선수 출신 안무가=2010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한 건 리갈이었다. 세계 최고 권위의 공연 축제 페막작에 선정될 만큼 그는 현재 가장 ‘뜨거운’ 안무가다.

 이력은 독특하다. 본래 육상선수였다. 400m 허들이 주 종목이었다. 스물셋에 부상을 당해 접어야 했다. 그때부터 무용을 시작했다. 특이한 이력 덕인지 그의 작품은 “아크로바틱에 가까운 흥미진진한 움직임” “기존 현대무용의 틀을 벗어난 파격 그 자체”란 평을 자주 받는다.

 4일 만난 리갈은 “난 아름다움보단 효율성을 추구한다. 어떤 동작이 가장 주제에 적합한지에만 집중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운동선수가 극한의 상태에 도달했을 때의 그 숨가쁨이 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내 무용 역시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는 최근까지 다큐멘터리 감독도 병행했다. 그의 안무에 강렬한 내러티브(이야기)가 있는 이유다. 또한 미래와 현재를 훌쩍 건너가는 등 편집 방식을 차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리갈의 신작 ‘작전구역’의 리허설 장면.
 ◆“5주면 충분하다”=리갈은 2년 전 국립현대무용단 워크숍 때 한국을 처음 찾았다. 한국 무용수에 대해 “에너지가 강하고 자기 연출에 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오디션을 열었다. 70여 명이 지원했다. 어차피 한국은 잘 알지 못해 학력·경력 혹은 누구 제자인지 등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테크닉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지도 않았다. 다리를 들고 얼마나 균형감각을 유지하는지, 상황에 따른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 등을 따졌다. “기쁘게 춤을 추는 사람을 찾았다”고 했다.

 그가 다시 한국에 온 건 7월말. 공연 때까지 연습 시간은 5주에 불과했다. 국내 안무가들이 몇 개월씩 단원들을 붙잡고 작품 하나를 뽑아내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리갈은 “하루 5시간씩 5주면 충분하다”고 잘라 말했다. “작품의 전체 골격과 조명·무대 등은 한국에 오기 전 이미 정리했다. 중요한 건 시간의 양이 아닌, 몰입의 질이다. 프로 무용수에겐 시간이 곧 돈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작품에 출연하는 김요셉씨는 “리갈은 명료하게 상황을 전해준다. 대신 자유롭게 움직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음껏 꿈틀댔다. 실컷 놀다 보니 어느새 춤이 완성됐다”고 했다.

 ◆유통도 책임진다=이번 공연은 전쟁을 모티브로 한다. 전투의 현장이라는 극단적 공간에서 인간이 보이는 혼돈과 대립을 70분간 속도감 있게 펼친다. 공상 과학 영화를 보는 듯 독특한 이미지도 구현된다.

 작품은 LG아트센터 공동 제작이다. “해외 명품 공연을 그저 수입할 뿐, 직접 제작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은 LG아트센터의 아킬레스건이었다. 이번 공연 덕에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해외 진출도 이어진다. 전세계 초연 무대를 한국에서 가진 뒤 프랑스·스위스 투어에 들어간다. 이미 10개 도시, 28회 공연이 확정됐다. 정식 무대에 오르지도 않은 공연이 외국에서 사전 러브콜을 잇따라 받고 있는 셈이다. 해외 안무가와 국내 무용수간의 협업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기획·제작·유통이 원스톱 서비스로 진행된 경우는 없었다. 한국 무용의 진보다.

▶피에르 리갈의 ‘작전구역’=14일 오후 8시, 15일 오후 5시 서울 LG아트센터. 3만∼5 만원. 02-2005-0114.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