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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화장품 방판 안된다? 집 대신 상가·은행 공략했죠”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화장품 방문 판매. 여기에 뛰어들어 최고 수준 실적을 올리는 50대 남성이 있다. 화장품·건강기능식품 업체인 유니베라의 김희성(51·사진) 부장이다. 그는 1만500여 명 유니베라 방문판매사원 중 단 셋뿐인 남성 가운데 하나다. 20년 넘게 여행사를 운영하다가 2009년 이 일을 시작했다. 금융위기 때문에 여행업이 어려워지자 새 길을 찾은 것. 그는 “여행사에서 찾아오는 고객을 기다리는 대신 발품을 들여 찾아간다는 점에서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월평균 500만원어치를 판매한다. 유니베라 사원 중 상위 3%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부장 직급도 1년 만에 달았다. 유니베라 측은 “여성 사원들보다도 실적이 좋아 이례적”이라며 “부장 승진도 평균보다 2~3년 빨리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집중 관리하는 고객만 250여 명이다.

 유니베라뿐 아니라 다른 화장품 회사 방문판매원과 비교해도 손에 꼽히는 실적이다. 아모레퍼시픽 방판 사원은 3만8000명. 그중 5명이 남성이지만 활동이 유명무실하다. LG생활건강엔 1만5000명 중 남성 200명에 이른다. 그러나 남성 평균 월 판매액은 김 부장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김 부장은 “처음엔 화장품 방문 판매를 하려 하니 가족이 반대하고, 그 다음엔 친구들이 외면하더라”고 기억했다. 고객을 모으러 거리에 나섰을 때 자존심 상한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여성이 할 일을 남성이 한다는 말을 듣는 것, 그리고 제품 팔려고 친구 만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대부분 여성인 고객들 역시 그를 문전박대했다. “가정집 벨을 눌러도 문을 열어 주지 않고, 다가가 말을 걸면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이 태반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첫 1년은 거의 돈을 벌지 못했다.

 김 부장은 활동 영역을 바꿨다. 문조차 열어주려 하지 않는 가정집 대신 상가·시장·은행으로 활동 무대를 바꿨다. 상인과 행인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광고 전단을 나눠주고 말을 걸었다. 가정에 방문할 땐 팀을 짜서 여성 동료들과 함께했다.

 공부도 했다. “처음엔 비비크림이 뭔지 몰라 로션처럼 얼굴 전체에 바르는 바람에 얼굴이 허옇게 돼서 출근한 적도 있다”고 했다. 조금만 짜서 넓게 펴발라야 하는 제품인 걸 몰랐던 탓이다. ‘토너’ ‘에멀전’ 같은 화장품 또한 인터넷과 책을 뒤져 공부하고 직접 발라보면서 효능과 사용법을 익혔다.

 여행사를 운영했던 경험도 활용했다.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대부분이 재미있어 해 친분을 유지하기 쉽더라”고 했다. 이렇게 사람들과 친해진 후 요일을 정해 놓고 꼬박꼬박 방문했다. 물건을 사지 않는 고객도 꾸준히 찾아가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여행사 전엔 회사 생활도 2년 정도 했다”며 “사회생활 경력을 이야기하면서 고객이 신뢰를 갖도록 유도했다”고 전했다.

 1956~63년생 베이비부머 세대인 그는 “퇴직하고 할 일 없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했다. “나도 시작할 땐 일을 익힌 후에 대리점을 차리려는 생각이었다”며 “하지만 남자라고 화장품 방문판매는 안 되고 대리점 사장은 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나”고 반문했다. 그는 “방문판매사원은 정년이 없다. 앞으로 평균 수명이 100세가 된다니, 99세까지 일하려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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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