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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응답하라 ‘관제 펀드’ 수익이 왜 안 나는지 …

금융당국이 공들인 ‘관제펀드’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한국형 헤지펀드는 성적이 나빠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침체된 펀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며 전격 허가한 자산배분 펀드는 한 달이 넘도록 상품이 나오지 않는다. 다들 안전자산에만 관심을 갖는데, 당국은 금융산업 발전이나 정책적인 측면을 중시하는 바람에 투자자 정서와 거리가 먼 상품을 내놓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으로부터 헤지펀드 운용 인가를 받은 11개 운용사가 내놓은 19개 한국형 헤지펀드 중 11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플러스 수익률을 낸 펀드 중에서도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3.5% 기준)보다 나은 것은 세 개뿐이었다. 최소한 ‘시중금리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고 헤지펀드에 투자하지만 실제 성과는 크게 못 미친 것이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금융당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한 프로젝트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는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을 선언했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하다는 이유였다. 또 한국이 점차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가장 필요한 금융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운용사마다 야심차게 상품을 내놨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현실은 달랐다. 19개 헤지펀드 중 설정액이 1000억원을 넘는 펀드는 딱 2개뿐이다. 처음 만들어질 땐 시험삼아 투자했던 기관투자가들이 더 이상 돈을 넣지 않아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초기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못하자 연기금이 ‘조금 더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당국은 한국형 헤지펀드에 무척 민감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워낙 예의주시하기 때문에 헤지펀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삼간다”고 말했다.

 헤지펀드가 잘 되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시기가 나빴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내로라할 해외 헤지펀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최근 CNN머니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글로벌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3.7%에 그쳤다. 같은 기간 뉴욕 S&P지수는 11% 상승했다.

 의욕만 앞섰다는 지적도 있다. 운용의 핵심인 인력을 포함해 준비가 덜 됐는데 서두르다 보니 성과가 좋을 리 없었다는 얘기다. 한 운용사 대표는 “국내 펀드매니저는 사는(롱) 전략에만 익숙해 최근 변동성이 큰 장세가 오자 대부분 몸을 사렸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올해 소수 대형주만 오르는 바람에 단순 헤지펀드 전략으론 수익률 올리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개인투자자는 아예 헤지펀드에 관심이 없다. 요즘 자산가는 안전자산에만 관심을 갖는다. 한 증권사 PB는 “종류를 막론하고 요즘 자산가들은 펀드 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헤지펀드와 비슷한 전략의 공모펀드 성과가 나쁘지 않았던 점도 굳이 투자자들에게 헤지펀드를 찾지 않도록 한 이유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롱숏 전략(고평가된 주식은 팔고, 저평가된 주식은 사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8개 국내 공모형 펀드의 지난해 헤지펀드 출범일(12월 16일) 이후 수익률은 단순 평균 2.19%로, 같은 기간의 한국형 헤지펀드 -1%보다 높았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상품 판매를 허용한 자산배분 펀드 역시 분위기가 썰렁하다. 그간 자산배분 펀드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당국은 최근 전격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침체된 펀드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다. 자산배분 펀드는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의 투자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어 ‘스윙펀드’로도 불린다. 자산배분 펀드는 시장 상황에 맞춰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투자 위험은 더 높다.

 당국이 상품을 허가해 줬지만 운용사는 소극적이다. 슈로더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두 곳만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나마 한국투자증권의 것은 투자자산에 30%씩 투자하는 비율고정형이다. 투자비중을 탄력 조정할 수 있는 스윙펀드와는 차이가 있다. 슈로더자산운용은 지난해 홍콩에서 출시된 ‘슈로더아시아에셋인컴펀드’를 재간접 형태로 들여왔다. 하지만 다른 운용사들은 ‘검토를 하고 있다’며 움직임이 없다. 한 운용사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스윙펀드는 곧 인사이트펀드, 인사이트는 곧 위험한 투자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다”며 “굳이 먼저 상품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책적인 지원을 받는 펀드가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것은 투자자의 ‘가려운 곳’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대표는 “요즘 투자자는 0.5%포인트라도 금리가 높은 상품, 세제 혜택이 있는 상품에만 관심을 갖는다”며 “당국이 미는 펀드라도 시장을 뛰어넘는 수익이 예상되지 않는 한 투자자가 몰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아직 초기인 만큼 ‘관제 상품’의 성패를 단정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 대형자산운용사 임원은 “이른바 ‘관제 상품’이 자본시장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며 “시장 여건이 나아지면 인기 상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롱숏(long-short)전략

헤지펀드가 자주 쓰는 투자기법이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면서 고평가된 주식을 파는(공매도) 투자기법이다. 지난해 말 출시된 한국형 헤지펀드 대부분이 롱숏 전략을 사용한다. 그 외 다른 헤지펀드 전략으로는 전 세계 50여 개 거래소의 250개 이상의 선물상품을 대상으로 가격 상승 또는 하락 추세를 포착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매매하는 추세추종전략(CTA)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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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