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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목욕한 물을 버릴 곳이 없다 온통 벌레들 울음소리 外

목욕한 물을

버릴 곳이 없다

온통 벌레들 울음소리

ㅡ우에시마 오니쓰라(1661~1738), 류시화 옮김

돌아눕고 싶으니

자리 좀 비켜주게,

귀뚜라미여

ㅡ고바야시 잇사(1763~1827), 류시화 옮김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시게

나 역시 외로우니,

이 가을 저녁

ㅡ마쓰오 바쇼(1644~1694), 류시화 옮김

구름자락이 바람의 결을 따라 흩어지면 가을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이 그때다. 저녁 바람이 선선하게 일자, 풀벌레 소리가 봄풀처럼 돋아난다. 하이쿠(俳句)는 곧 발구(發句)다.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부르는 렌카(連歌)의 첫 구를 따로 떼어낸 것이다. 대체로 5·7·5의 열일곱 자로 메기면 7·7의 열네 자로 받으면서 계속 이어지는 긴 시가(詩歌)의 첫구 5·7·5만을 떼어내 하나의 시가 양식으로 정착시켰다. 그만큼 일촉즉발, 촌철살인이 있어야 한다. 하이쿠 시인들은 유랑 걸식했고, 그만큼 고독했고, 인간 생로병사의 극한을 시로 승화시켰다. 그 풍모는 탁발승이나 땡추, 거사를 떠올리면 좋겠는데, 그만큼 불교적 냄새가 물씬 난다. 잇사는 불운했으나, 아주 유머러스한 시인이다. 웃다 보면, 이미 폐부(肺腑)를 찔렸다. 바쇼의 것은 역시 그의 옷깃처럼 찬 서리가 묻어나는데, 어느 여인숙에선가 고개를 외로 돌린 승려의 초상화를 보고 썼다고 한다. 외롭다는 말 쉽게 할 게 아니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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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