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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중국이 무섭다


오병상

수석논설위원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미래를 읽기 위해서다. 과거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최근 무인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긴장고조를 보면서 떠오르는 역사의 한 장면이 있다.

 기원전 416년, 그리스의 강대국 스파르타와 아테네 사이에 펠로폰네소스전쟁이 한창인 무렵의 일이다. 아테네가 이끄는 전함이 ‘중립’을 선언한 작은 섬 멜로스에 도착했다. 아테네 사절단이 멜로스 대표단을 만났다. 대략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 갔다.

 “무조건 항복하라. 그것이 쌍방에 이익을 가져오는 일이다.”(아테네)

 “당신들의 지배에 굴복하는 것이 어찌 우리에게 좋은 일인가.”(멜로스)

 “여러분은 무서운 피해를 입기 전에 투항해서 좋고, 우리는 여러분을 해치지 않고 이익을 얻으니까 좋다.”(아테네)

 “우리는 중립을 선언했다. 적이기보다 우호국으로서 어느 진영에도 가담하지 않는 상태를 인정할 수 없나.”(멜로스)

 “당신들은 그럴 권한이 없다. 자국의 입장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강대국에만 있다.”(아테네)

 멜로스 사람들은 ‘신탁’과 ‘스파르타’의 지원을 믿고 항복을 거부한다. 아테네 사절단의 주장이 맞았다. ‘약육강식’이란 자연의 법칙이 곧 신(神)의 뜻이었고, 육상 강국 스파르타는 멜로스를 위해 아테네와 바다에서 싸우는 위험을 감수할 생각이 없었다. 결국 아테네는 멜로스를 포위한 다음 성인 남성을 모두 죽이고 여자와 어린이는 노예로 팔아버렸다.

 흔히 국제정치의 냉혹함을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멜로스의 비극이다. 2500년 전 사례가 지금까지 자주 인용되는 것은 이후 인류의 역사 속에서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비극을 초래한 전쟁의 원인이다.

 전쟁에 참여했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전쟁이 불가피했던 원인을 ‘신흥 강대국의 부상에 대한 기존 강대국의 공포’라고 설명했다. 전통적 강자 스파르타가 무섭게 성장하는 아테네를 경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요즘 말로 국제정치의 패권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터진다는 설명이다. 전쟁은 늘 세계사의 변곡점이 되어 왔다.

 2500년 전 역사를 떠올리게 되는 것은 중국 때문이다. 세계의 중심은 서진(西進)해왔다. 그리스-로마를 거쳐 서유럽을 지나 영국을 징검다리 삼아 미국으로 옮겨 왔다. 그리고 지금은 아시아의 시대, 태평양의 시대라 불리고 있다. 중국이 새로운 패권 국가로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2500년 전 아테네를 연상하게 만든다. 아테네가 강국으로 떠오른 것은 에게해를 중심으로 한 해상무역에서 부(富)를 축적한 덕분이다. 최근 30년간 중국의 경제적 급성장은 경이로울 정도다.

중국은 당연히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동북아의 영토분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독도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못한 것도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승리 후 일본 영토를 재정리하는 과정에서 분명한 선을 긋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2년 오키나와를 일본에 돌려줄 때도 부속 무인도인 센카쿠에 대해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국은 일본과 갈등이 생길 경우 늘 미국을 배후로 의심한다.

 국제사회는 독도보다 센카쿠 문제에 더 주목하고 있다. 센카쿠는 중국과 일본, 나아가 중국과 미국의 패권다툼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센카쿠는 확전일로다. 중국의 한 장군은 센카쿠 둘레에 기뢰를 심고, 섬을 목표물로 삼아 폭격훈련을 하자고 주장했다. 중국은 실제로 필리핀과 분쟁 중인 스카버러 암초 주변에 최근 3척의 함선을 배치해 봉쇄했다. 필리핀은 난감할 뿐이다.

 중국 관영언론은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센카쿠가 미·일 방위조약에 포함된다’는 미 국무부 논평에 대해 인민일보는 ‘포함된 적 없다. 고대부터 중국 땅이기에 협상의 여지도 없다’고 반박했다. 신화통신은 지난 주말 사설에서 ‘미국은 영토 문제에 끼어들어 이익을 챙기려 하지 말라. 영토 문제에 외세가 개입하면 비극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솔직히 말해 미국은 쇠퇴일로다. 세계를 지배한다는 초현실주의적 야망을 포기하라’고 덧붙였다.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패권이 이동 중이며 마찰열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멜로스의 비극이 재연되진 않겠지만, 패권국 사이에 위치한 작은 나라가 자국의 의지대로 살아가기 힘들 것이란 예측은 가능하다.

넓은 안목과 냉철한 인식이 필요하다. 신탁은 없으며, 스파르타는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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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