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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눈과 발입니다

영국의 트레이시 힌튼(오른쪽)이 2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012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 육상 여자 200m T11 1라운드 경기에서 자신의 가이드 러너인 스티븐 허지스를 따라 달리고 있다. T11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 등급으로 반드시 안대를 착용해야 한다. [런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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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비장애인 조연들

육상·사이클 보조, 축구 골키퍼선수로 함께 뛰며 메달도 받아

수영 진행요원 막대로 턴 신호

 눈에 하얀색 아이패치를 붙인 한 선수가 풋살(Futsal) 경기장만 한 아담한 크기의 필드에서 강력한 슛을 날렸다. 그 순간 두 눈을 크게 뜬 골키퍼가 몸을 날려 위기의 순간을 벗어났다. 눈이 보이지 않은 다른 선수와 달리 맨 뒤에 서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호흡을 맞추는 골키퍼는 비장애인이다.



#장면2



 수영 경기가 열리는 아쿠아틱 센터. 힘차게 출발한 시각장애 선수들이 열심히 50m를 헤엄쳐 벽에 다가서는 순간 긴 막대기가 선수의 어깨나 머리에 닿는다. 신호를 받은 선수는 몸을 돌려 턴동작을 유연하게 해낸다. 선수들의 안전과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눈’이 되어 주는 경기보조 역시 비장애인이다.



 패럴림픽을 유심히 살펴보면 올림픽에서 보아왔던 모습과는 다른 풍경들이 흔하다. 거의 모든 것을 선수 스스로 해내는 올림픽과 달리 패럴림픽은 경기진행요원이나 코칭스태프, 비장애인 선수가 장애인 선수를 직접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



여자 수영 경기에 나선 이탈리아의 세실리아 카멜리니가 턴을 하기 직전 막대기로 알려주는 태퍼. [런던 신화·AP=연합뉴스]
 특히 이번 대회 수영이 열리는 아쿠아틱센터에선 여러 종류의 조력자들을 찾아볼 수 있다. 심한 시각장애를 가진 선수들이 레이스를 펼칠 때면 레인마다 긴 막대를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 ‘태퍼(tapper)’라고 불리는 경기보조들이다. 선수들이 턴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주기 위해 대기하며 주로 코칭 스태프가 담당한다. 배영 경기에선 팔이 없거나 기형인 선수들을 위해 출발 전 지지할 수 있는 수건을 잡아당겨 주는 경기진행요원도 있다.



 경기 밖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 달리 실제로 경기에 참여해 장애인 선수의 눈과 발이 되어주는 비장애인 선수들도 있다. 육상에서는 ‘가이드 러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선수 옆에서 끈을 붙잡고 같이 뛰어준다. 아주 미세한 차이에도 선수들의 페이스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 등 어려운 역할이다. 사이클에선 한강 둔치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2인용 자전거(탠덤 사이클)가 등장한다. 앞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 선수가 열심히 페달을 밟고 있으면 보조석에 앉은 ‘파일럿’이 그의 눈이 되어 경기 운영을 보조해준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사이클의 특성상 안전과 기록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하다.



스페인 시각장애 축구팀에서 선수들에게 움직임을 지시하는 골키퍼(아래). [런던 신화·AP=연합뉴스]
 시각장애 축구 경기에선 최후방 자리를 맡은 선수가 유독 TV에 많이 클로즈업된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담당하기 어려운 포지션인 만큼 골키퍼는 눈을 크게 뜨고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는 비장애인의 몫이 됐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부턴 ‘조연’에 그쳤던 비장애인 선수들을 위한 배려가 커졌다. 4년 전 베이징까지는 사이클의 파일럿에게만 메달을 인정해줬다. 하지만 런던부터 모든 비장애인 선수들에게 메달을 주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육상과 사이클·시각장애 축구에서 비장애인 선수들을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동반자로 인정한 것이다. 선수 스스로 신체의 장애를 극복하는 동시에 수많은 비장애인 보조자들이 한데 어울려서 더 빛이 나는 대회가 바로 패럴림픽이다.



런던=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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