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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스마트폰에 TV·에어컨·냉장고 넣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에서 LG전자 부스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3D 멀티비전으로 영상을 즐기고 있다. 삼성과 LG 등 국내 업체들은 이번 행사에서 TV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 LG전자]


“냉장고에 버터와 달걀 몇 개, 토마토와 치즈가 남았네요. 지난 주말에 산 라즈베리도 그대로 있습니다. 아침 식사로 계란요리와 과일 주스가 어떨까요.”

베를린 가전 전시회 가보니

집 안 전자기기 하나로 연결 가만히 앉아 모두 조종 가능

스마트폰·노트북 갖다대면 음악·사진 주고받게 해

삼성전자·LG전자 TV 에너지 효율상 휩쓸어



 김지연(가상 인물)씨는 냉장고 문에 있는 액정모니터와 스마트폰 화면에 뜬 메시지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냉장고는 안에 달린 카메라 2대와 인지 시스템을 통해 어떤 음식이 남아 있는지를 자동 파악한다. 이 정보를 받은 스마트폰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적절한 메뉴와 조리법을 제시한다. 요리를 하는 도중에 조리법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찾아보려 손을 씻을 필요도 없다. 동작인식이 가능해 냉장고 액정 화면 앞에서 손가락을 내리는 시늉만 하면 조리법이 적힌 창이 뜬다. 재료를 오븐에 넣고 거실에서 TV를 보는 동안에는 오븐 내부 온도가 스마트폰 문자로 전해진다. 음식을 먹고 난 뒤 그릇을 넣은 식기 세척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역시 스마트폰으로 점검할 수 있다….



 가상의 얘기가 아니다. 독일 전자업체 지멘스가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 ‘IFA’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이런 설명을 한 전시관 이름부터 ‘연결(connectivity)’이었다. 지멘스 관계자는 “와이파이(wifi)나 네트워크로 집 안의 모든 가전제품이 연결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에서 한 여성 관람객이 터키 가전업체인 ‘베스텔’ 부스에서 증강현실 체험을 하고 있다. 이는 현실 세계에 3차원 가상 물체를 겹쳐 보
여주는 기술로, 대형 화면 곳곳에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나타난다. [베를린 로이터=뉴시스]
 이번 IFA에서는 ‘가전제품 간의 네트워크’가 화두였다. 삼성·LG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가전 업체들은 하나같이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로 모든 생활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네트워킹’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한계를 넘어(pushing boundaries)’라는 주제로 언론 대상 설명회를 열고 온갖 전자기기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모습을 소개했다. 삼성전자 유럽 법인의 이네스 반 제니프 브랜드 마케팅 수석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한 대만 손에 들고 있으면 TV를 켜고 에어컨 온도를 낮추고, 로봇청소기를 움직이고, 세탁기도 작동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왔다”며 “가전 기기가 네트워크화되면서 지금처럼 여러 개의 리모컨이 거실에 있는 풍경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한 대로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를 구동시키듯, 모바일 기기 하나로 집 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조종하게 된다는 것이다.



 LG전자 전시장에서는 TV와 스마트폰·태블릿PC·노트북이 자유롭게 사진·영상을 주고받는 ‘스마트 셰어(smart share)’가 시연됐다. 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보고 싶은 영화를 내려받으면, 집에 도착해서 곧바로 대형 스마트TV로 시청이 가능한 기술이다. 근거리 무선통신(NFC)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케이블을 연결할 필요 없이 그저 서로 살짝 갖다 대기만 하면 음악이나 사진 등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LG전자 이쌍수 TV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스마트폰 자료를 곧바로 가상 저장공간에 올리는 클라우드 기능까지 결합한 덕분에 정보기술(IT) 환경에 친숙하지 않은 노년층도 손쉽게 TV와 다른 기기의 연계에 익숙해질 만큼 기술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두꺼운 매뉴얼을 읽지 않아도 금세 사용법을 익힐 수 있도록 각종 사용자환경(UI)이 쉬운 방법으로 발전했다는 소리였다.



 2년 만에 IFA를 다시 찾은 중국 최대 평판TV업체 하이센스는 TV칩을 내장한 태블릿PC를 공개하는 등 PC와 TV를 결합한 독특한 스마트 기기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올해 IFA에서 처음으로 생활가전 부문을 전시하며 유럽 시장 진출을 노린 일본 파나소닉 역시 전시관 한쪽에서 스마트폰을 통한 가전제어 시스템을 따로 소개했다.



 스마트 가전의 네트워킹이라는 흐름은 IFA 기조연설에서도 나타났다. 대형 글로벌 가전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돌아가며 기조연설을 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IT 관련 소프트웨어(SW)와 노트북 업체 대표가 단상에 섰다. 기조연설의 핵심 주제(키워드)는 역시 ‘연결’이었다. SW업체 연합인 HSA 협회의 필 로저스 대표와 컴퓨터 주변기기 전문업체인 로지테크 브래켄 데렐 사장은 “TV·냉장고·세탁기 등 모든 전자제품이 통신망을 통해 제어가 가능해지는 ‘연결(connectivity)’이 강조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올해 IFA에서는 ‘에너지 효율’도 강조됐다. 독일 가전업체 밀레는 태양열 충전 시스템이 적용된 의류 건조기와 식기세척기를 선보였다. 식기세척기에는 이른바 ‘솔라 세이브(solar-save)’ 기술을 적용했다. 태양열로 물을 직접 데우기 때문에 전기로 가열을 하는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를 90% 절약할 수 있다. 조작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세탁기에는 상단에 어지럽게 배열된 기능 버튼들이 사라졌다.



 LG전자는 ‘시네마3D 스마트 TV’가 영상에 필요한 만큼만 LED 광원에 빛이 들어오게 하는 기술 등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해 IFA에서 대형 TV 부문 ‘최고 에너지 효율상’을 수상했다. 삼성전자 역시 29인치 미만 소형 제품 과 29 ~ 42인치 중형 제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T와 결합해 전기를 절약하는 스마트 그리드가 강조된 지 2년여가 지나면서 가전업체들이 관련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며 “향후 각 나라에서 스마트 그리드 관련 지원·장려 정책이 나오면 관련 제품이 훨씬 빠른 속도로 쏟아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그리드란 전력이 많이 남아도는 시간에 요금을 싸게 책정하고, 가정에서는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전기요금이 싼 시간에 세탁기 같은 각종 가전기기가 자동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을 뜻한다.



베를린=이지상 기자



IFA(I n ternat ionaleFunkausstellung)



매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의 국제가전박람회.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 봄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콩그레스(MWC)와 함께 세계 3대 정보전자 전시회로 꼽힌다. 1924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시작됐다. 8월 말~9월 초에 열리며 연말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시즌을 겨냥한 신제품이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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