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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칼럼] 결과를 생각하고 행동하라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
9월 들어 세계 정세는 유난히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여러 지역에서 커지던 경제·정치 위기가 이젠 서로 결합해 거대한 글로벌 대변동으로 발전할 태세다.



 시리아에선 내란 격화로 인도주의적 재앙이 우려된다. 1990년대 보스니아처럼 종교와 민족 정체성이 다른 분파들이 서로 싸워 제2의 발칸반도가 되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시리아 내전은 지역 헤게모니를 둘러싸고 이란을 한 편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터키·미국을 다른 편으로 한 대리전으로 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모종의 행동을 벌일 수도 있다.



 시리아를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동맹이라고 선언한 이란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나라의 정권교체를 막아보려고 애쓰고 있다. 시리아와 이웃한 레바논의 헤즈볼라 민병대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할 것인가? 이러한 개입이 70~80년 레바논의 해묵은 내전을 재점화할 것인가? 중동 지역에서 아랍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없는가? 시리아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이란과 이스라엘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놓고 험악한 설전을 벌여 왔다. 양측은 모두 배수진을 치고 있다. 만약 이란 정권이 강경책을 포기하고 외교적 해결책에 동의한다면 중동 지역에서 위신을 잃고 정통성과 생존이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79년 이슬람 혁명의 계승자란 명성도 빛이 바랠 것이다. 이란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핵 프로그램에 성공해야 하는 처지다.



 이스라엘 정부도 비슷한 내정의 덫에 걸려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은 이란 핵 프로그램을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처지다. 이스라엘이 핵 공격을 받을까 봐 두려워한다기보다 중동지역에서 핵무기 경쟁이 벌어지고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자국에 불리한 국면이 형성될까 봐 그러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이스라엘은 미국을 설득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단독으로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가 이젠 선택 가능한 옵션이 별로 없으며 따라서 외교적 타협의 가능성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양측 모두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부를지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공격은 두 개의 전쟁을 부를 것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공중전과 이란과 그 동맹들이 주도하는 비대칭적 전쟁이 그것이다. 만일 군사적 옵션이 실패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란이 핵보유국이 되고 중동 지역 민주화 운동이 반(反)서방 이슬람연대의 물결에 휩쓸리고 이란 정권이 훨씬 더 공고해진다면 또 어떤 일이 생길까?



 이란 역시 앞으로 자국 위상이 어떻게 될지를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별로 없을 것이다. 지역에서 고립되고 유엔의 가혹한 제재를 받는 대가를 치르면서 핵을 개발해 봐야 무슨 이득이 있을까? 만일 이를 계기로 중동 여러 나라가 나서서 핵무기 경쟁을 벌인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의 에너지 공급처인 페르시아만에서의 전쟁이 벌어지면 한동안 석유 수출에 영향을 줄 것이다. 유가는 천정부지로 높아져 가뜩이나 경기 후퇴로 동요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게 분명하다. 이미 경제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경제적으로 약해진 데다 올해 대통령 선거까지 치러야 하는 미국의 리더십은 상당히 옹색해질 것이다. 약해진 유럽은 오일 쇼크를 감당할 수 있을까? 비대칭적인 전쟁 때문에 충격을 받은 중동 지역과 글로벌의 안보는 세계의 수출을 더욱 슬럼프로 빠뜨려 글로벌 경제를 한층 더 악화시킬 수 있다.



 ‘결과를 잘 생각하라(Respice finem)’는 고대 로마 속담이 있다. 세계 지도자들은 시대를 초월한 이 경구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Project Syndicate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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