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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수평적 사고에 문제해결 능력 갖춰야

중앙SUNDAY는 연중기획 ‘파워 차세대’ 시리즈를 시작하며 16일 오후 자문위원 좌담회를 마련했다. 차세대를 이끌 젊은 리더의 의미와 중요성, 이들이 갖춰야 할 자질, 분야별 특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좌담회엔 문정인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오세정 서울대 교수(기초과학연구원장),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참석했다. 이들은 다른 자문위원들과 함께 정치·외교안보, 과학기술·경제, 사회·환경·시민운동, 문화·예술 등 네 분야의 자문에 응한다. 중앙SUNDAY 이양수 편집국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파워 차세대 시리즈를 시작하며-자문위원 좌담

이양수 편집국장=한국 사회는 지금 상당한 위기 상황이고 갈림길에 서있다. 선진국 진입 문턱에 서서, 어떻게 진입하느냐를 두고 의견이 다양하다. 사람을 통해, 특히 젊은 인재를 통해 방법을 찾아보려고 하는 게 ‘파워 차세대’ 시리즈의 취지다. 먼저 차세대 리더가 왜 중요한지, 어떤 인물이 차세대 리더일지 이야기해 보자.

문정인 연세대 교수=지금까지 우리는 현 세대 지도자 또는 과거 지도자를 중심으로 리더론을 이야기해 왔고 실망감도 컸다. 차세대 리더가 대단히 중요하다. 다음 세대를 이끌 인물이 나타나고 있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따라 미래 삶의 방향이 결정된다. 그들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인물을 제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김명곤 전 장관=차세대 리더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예상하고 선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 사회의 흐름과 비전을 어디에 놓느냐가 중요하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가 쓴 호모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이 시사점을 준다. 책에는 ‘20세기까지는 정착형 인간이 사회를 주도했지만 21세기에는 유목형 인간이 대두한다. 그 둘이 충돌을 일으키는데 이를 잘 아우르는 인물이 리더가 된다’는 내용이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정착형 인간이 주도해 왔다. 하지만 전문성을 바탕으로 모험에 나서는 인물이 부상하고 있다. 제도권을 좀 벗어나더라도 도전의식과 비전을 가지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젊은 인재가 필요하다.

오세정 서울대 교수=지금은 과거와 같은 수직적 사회가 아니고 수평적 사회다. 따라서 미래를 예측하고, 수직적 사고가 아닌 수평적 사고를 하며 주변 인물을 이끌어 주는 인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우리가 필요로 하는 젊은 리더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존경 받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인재여야 할 것이다. 한국 사회와 전 세계가 가지는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헌신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가진 젊은 힘을 찾는 게 중요하다.
문정인=그러기 위해선 네 가지를 살펴야 한다. 첫째는 혁신성과 창의성이다. 둘째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만들 수 있느냐다. 사회적 자본이란 공공이 함께할 수 있는 자본·가치를 말한다. 서양과 달리 한국을 비롯한 동양에서는 리더가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데 상당히 인색하다. 셋째는 독야청청이 아닌 동반자 의식을 가져야 한다. 넷째는 구체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다.

오세정=사회·정치 쪽은 그런 기준으로 살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과학기술이나 경제 쪽은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우리 삶을 바꾸는 중요한 문제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3년 전에는 스마트폰을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페이스북을 이끄는 마크 저커버그도 예상치 못한 인물이다. 스티브 잡스는 그전에 애플이 있었으니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저커버그 같은 인물을 도저히 미리 예측할 방법이 없다.

이양수=자연스럽게 각 분야의 특성이 거론되는 것 같다. 문화·예술 쪽은 어떤가. 홍진기 창조인상을 받은 소리꾼 이자람씨가 판소리를 전 세계에 알리는 걸 보면서 다음 세대를 이끌 인물이 되겠구나 싶었다.

김명곤=문화·예술 분야는 어떤 인재상을 그리느냐가 중요하다. 창의성이 핵심인데 창의성과 재능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느냐, 그것에 어떤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미래를 이끌 인물일 것인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능을 바탕으로 큰돈을 벌고 대중적 인기를 얻어 상업적 성공을 누리느냐, 아니면 남이 안 하는 새로운 분야에 힘을 쏟으며 끊임없이 도전을 하느냐의 문제다. 우리 사회의 문화적 균형과 생태를 위해 묵묵하게, 외롭게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 가는 인물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은희=문 교수께서 문제 해결 능력을 이야기했는데, 문제를 푸는 방식에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출산 문제를 풀 때 경제적 관점이나 복지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안 풀린다. 양성 평등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출산은 장려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부부가 선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가정 내 역할 분담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육아와 관련해 부모가 할 일, 사회가 할 일, 국가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양성평등과 같은 가치에 기반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물이 있다면 그는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다른 사회적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오세정=과학기술 분야는 학문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이 롤 모델(본받고 싶은 모범)로 될 텐데, 전공 분야가 너무 많은 데다 젊은 사람 중에서 바로 업적을 낼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 사람의 끼를 봐야 한다. KAIST 정재승 박사 같은 인물은 어릴 때부터 그런 끼가 보였다. ‘뭔가 좀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근거를 갖고 그걸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문정인=현대 사회는 과거와 달리 탈(脫)중앙화돼 있다. 사이버 공간에선 누구라도 맞붙을 수 있다. 따라서 과거 같은 수직적·계급적 사고로는 안 된다. 차세대 리더는 유목화되는 사회환경에서 국내적으로, 국제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통해 조직하고, 사회적 어젠다(의제)를 설정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건 상당히 힘든 일이다.

이양수=준비된 리더는 사회를 변화시킨다. 멀리는 알렉산더 대왕, 한국사 속에선 세종대왕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사도세자는 국가 리더로 키워지려다 잘못된 경우로 볼 수 있다. 왜 어떤 젊은 리더는 성공하고, 어떤 이는 좌절하는가.

지은희=젊은 환경운동가 대니 서(Danny Seo·35)를 보자. 미국 피플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뽑힌 인물이다. 대니 서가 사회운동을 시작한 나이가 12세였다. 인터넷상에서 고래사냥 반대, 동물실험 반대 운동 등을 했다. 이게 국제적인 청년 환경운동 단체로 컸다. 그건 어떻게 보면 주변에서 키워준 거다. 미국에는 그런 걸 키워주고 인정하는 문화가 있다. 상호존중의 문화가 리더를 키운다. 우리 사회는 그게 부족한 게 사실이다.
문정인=한국은 리더를 양성하는 데 인색하고 혹독했다. 예를 들어 정치권 리더 중에선 유력 정치인의 식객에서부터 정상까지 올라간 경우가 많다. 수직적 관계 속에서 주군에게 충성을 바치는 방식으로 리더가 양성됐다. 계보정치의 한 모형이다. 일본에서 그런 계보정치를 혁신한 게 마쓰시타 정경숙(松下 政經塾)이다. 젊은 정치 리더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정파·계보에 관계없이 다 불러모아 교육시켰다. 한국엔 그런 식의 리더 양성이 없었다.

김명곤=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문화·예술 분야는 파벌주의가 심각하다. 스승과 제자 모두 자기가 배웠던 틀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 틀 안에서 연결돼 있다. 우리 사회의 패거리 문화라고나 할까. 파벌주의가 인재를 키우는 데 장애요소라고 본다.

오세정=과학기술 분야의 파벌은 그리 심하지 않은 듯한데,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한국 사회는 너무 꽉 짜여 있는 것 같다. 과학기술도 남이 하지 않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일탈하지 않으면 창의성을 발휘하기 힘들 것 같다.

이양수=마지막으로 미래를 이끌 인물을 찾는 데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을 부탁 드린다.
문정인=새로운 인물을 발굴할 때는 서울 중심으로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방에 숨어 있는 인물을 폭 넓게 찾아야 한다. 또 하나 인테그리티(integrity·진실성)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자질이다.

지은희=파트너십을 갖춘 인물이다.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동행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오세정=자기 삶의 구현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이끌고 나갈 힘을 갖춰야 할 것이다.


김명곤=‘꿈끼꾀꼴깡끈’이란 말이 있다. 비전, 재능, 전략·전술, 전문성, 추진력, 네트워크를 말한다. 이걸 갖추면 될 것으로 본다.

이양수=중앙SUNDAY는 미래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칠 계획이다. 많은 도움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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