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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악마 만든다는 ‘감옥 실험’으로 명성

필립 짐바르도 교수는 사람은 상황의 산물이라는 것을 종종 체험했다. 부모는 시칠리아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들이었다. 뉴욕 사우스브롱크스의 게토에서 자라난 그는 어려서부터 행상, 구두닦이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식구는 31번이나 이사를 갔다. 척박한 게토와 달리 학교는 천국이었다. 게토의 거리에서 익힌 눈치 덕분에 선생님들의 총애를 받았다.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1959년 예일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뉴욕대(NYT)와 컬럼비아대 교수를 거쳐 68년 스탠퍼드대 교수가 됐다.
갑자기 바뀐 상황 때문에 ‘왕따’가 되기도 했다. 할리우드로 가족이 이주한 적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그를 슬슬 피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학우들은 뉴욕 출신 이탈리아계인 그가 당연히 마피아일 거라고 쑤군댄 것이었다.

상황에 따라 일주일에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수줍음에 대한 책을 쓰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해왔다. “준비가 덜 됐다”고 했더니 다른 사람이 짐바르도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수줍음에 대한 책을 곧 낸다는 것이었다.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호텔방에서 두문불출했다. 일주일 만에 끝낸 '수줍음(Shyness)'(1977)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나중에 알고보니 출판사의 말은 거짓말이었다.

짐바르도를 확고한 상황주의자로 만든 것은 71년 8월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이다. 참가자들을 신문광고로 모집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멀쩡한’ 대학생들을 일당 15달러를 주기로 하고 뽑았다. 어느 날 아침 선발된 대학생들을 실제 상황처럼 체포해 각각 9명에게 제비뽑기로 간수·죄수 역할을 맡겼다.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건물 지하에 만든 감옥에서 첫날은 별일 없이 지나갔다.

둘째 날 죄수 폭동이 터졌고 간수들은 죄수들에게 주먹질과 가혹행위를 가하기 시작했다. 음식을 주지 않고 한밤중에 깨우는가 하면 대소변을 통제하고 성행위를 흉내 낼 것을 강요했다. 참가자 5명이 신경파괴 지경에 이르게 돼 2주로 예정됐던 실험은 6일 만에 중단됐다. 실험 중단을 요구한 것은 짐바르도와 갓 연애를 시작한 크리스티나 마슬라크였다. 둘은 이듬해에 결혼했다. 현재 UC버클리대 교수인 평생의 반려자 마슬라크 박사는 짐바르도 교수의 제자다.

그는 상황 극복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시간이 부족했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익히게 됐고 시간에 대한 관심 때문에 시간 패러독스(Time Paradox)(2008)라는 책을 쓰게 됐다. 노년이라는 상황에도 그는 단행본 2~3권을 준비하고 있으며 전 세계로 출장 강연을 2주일에 한 번씩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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