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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힘 있는 공무원이 '법치의 사유화' 중단해야”

그는 직설법을 구사했다. 정부나 공산당을 비판하는 데도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었다. 83세의 나이라면 완곡(婉曲)에 익숙할 만도 한데 그랬다. 그는 너무 직설적이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념과 가치관에 무슨 간접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중국인들이 그를 당대 최고의 경제학자이자 ‘행동하는 지성’이라고 존경하는 이유를 알 만했다. 지난달 27일 만난 마오위스(茅于軾·사진) 톈쩌(天則)경제연구소 이사장 얘기다. 중국 장쑤(江蘇)성 난징(南京) 출생인 그는 상하이(上海) 자오퉁(交通)대학을 졸업하고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 연구원과 미 하버드대 교환교수를 지냈다. 1993년 그와 동료 경제학자 4명이 설립한 톈쩌경제연구소는 중국 최고 민간경제연구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경제와 사회, 정치는 물론 환경과 에너지 문제까지 심도 있게 연구해 책으로 펴내는데 그때마다 정부 당국자가 가장 먼저 구매해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오 이사장은 경제학자지만 공산정권과 중국 사회가 직면한 각종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 베이징(北京) 천안문(天安門) 부근에 있는 그의 집 앞에는 그를 감시하기 위한 파출소가 있을 정도다. 그래도 그는 중국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낸다. 그는 지금까지 『부는 어떻게 창출되는가(財富是如何創造的)』 등 20여 권의 저서와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올가을 18차 당대회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부주석 중심의 5세대 국가 지도부가 들어선다. 새 지도부에 기대하는 정책과 리더십은.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말할 수 있다. 우선 법치(法治)를 해야 한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하자는 그런 ‘법치’ 말고 진짜 ‘법치’ 말이다. 자기 가족은 다 호화롭게 살면서 떠들고 다니는 게 무슨 ‘법치’인가. 지금 중국은 법치가 아니고 ‘권력치(權力治)’다. 힘 있는 공무원들이 다 해먹는다. 이게 뭔가. 공무원들이 법을 지키고 인민들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민주주의다. 그것도 미국식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 공산당 일당독재하에서는 희망이 없다. 차기 지도부가 최소한 이 둘만 이뤄도 중국은 가까운 시일 내에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원 총리가 정치개혁 필요성도 역설했는데, 가능하다고 보는가.
“어렵다. 정치개혁을 위해선 정부와 사회 모든 부문에 ‘투명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중국엔 서방식 언론이 없어 그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최근 미얀마가 정부의 언론 감독을 포기했다고 들었는데 정말 대단한 결정이다. 중국보다 낫다.”

-차기 지도부에 (개혁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는 이유라도 있는가.
“태생의 한계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중심의 현 정치체제를 그대로 받았기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능하다. 사람만 바뀌는 것이다. 그것도 권력 파벌 간 나눠 먹기를 하고 있다. 공산당은 시스템과 지켜야 할 표준으로 움직인다. 이걸 바꾸지 않는 한 큰 변화는 어렵다. 설령 차기 지도부가 정신을 차리고 개혁을 한다 치자. 그러나 기득권 세력이 이를 그대로 놔둘 것 같은가. 후 주석이나 시 부주석이나 모두 퇴임 후 ‘안전’이 필요하고 이를 보장하는 것은 공산당의 현재 시스템뿐이다.”

-그렇다면 ‘민주와 선진의 중국’은 요원하다는 말인가.
“아니다. 나 같은 사람의 주장이 확산되고 서구식 정당제도, 직접선거를 하면 된다. 나는 그 희망을 인터넷에서 본다. 지금 당국에서 인터넷 통제를 엄청나게 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소용없을 것이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개설자가 2억5000만 명이 넘는데도 정부 감독이 심하다. 내 웨이보(http://t.sina.com.cn/maoyushi)도 뭔가 글을 올리면 곧바로 삭제된다. 그런데 e-메일은 사용자가 너무 많아(약 5억 명) 단속이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e-메일로 중요한 소식을 접한다. 요즘 네티즌은 정부가 뭘 잘하고 못하는지 다 안다. 법치와 민주를 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 공감한다. 그래서 난 이들이 중국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공감대가 확산될수록 희망은 커진다.”

-얼마 전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국가 영도자와 원로,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각종 현안과 차기 지도부 구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결과에 대해 들었는가.
“(손을 저으며) 필요 없는 회의다. 베이징(北京)에서도 할 수 있는데 뭐 하러 거기까지(베이징에서 베이다이허까지는 280㎞) 가는지…낭비다. 이유는 딱 하나다. 비밀이 필요해서다. 무엇을 논의했든 인민을 위해서라고 할 수 없다. 난 그런 비민주적 회의에 관심 없다.”

-후진타오 정권의 지난 10년을 평가할 수 있나.
“난 경제학자다. 그래서 정치와 사회안정을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즉 경제발전이 없으면 정치와 사회혼란으로 직결된다는 말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사회 모순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경제발전을 이룬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인도나 필리핀 등 많은 개도국이 지난 10여 년 동안 혼란과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했지만 중국은 안정을 이뤘는데 이는 지속적인 경제발전 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정치적, 사회적으로 보면 평가를 할 수가 없다.”

-과거나 현재나 중국 지도자의 통치 토대는 ‘안정’인 것 같다. 갑작스럽게 민주제도를 도입하면 계층 간 주장과 이익이 상충하면서 혼란이 있지 않겠는가.
“한국 기자가 그런 질문을 하면 안 되지.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이뤄졌나. 민주를 위한 혼란은 오히려 귀중한 것이다. 문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안정을 이루느냐 아니면 무력으로 진압하느냐에 있다. 중국이 혼란을 두려워하는 것은 무력만이 혼란을 안정으로 바꿀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후 주석 정부가 1989년 천안문 사태에 대한 재평가를 하지 않는 것은 아주 잘못이다. 무력만으로 혼란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맹목적 사고는 바로 천안문 사태 유혈진압에 뿌리를 두고 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 실각 사건을 어떻게 보나.
“이 문제에 답하기 전에 한 가지 물어보자. 현재 중국 사회의 부패와 빈부격차 등 각종 모순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기자가 법치와 민주가 이뤄지지 않아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자) 맞다. 한데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겠다. 바로 보시라이 사건에 그 답이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당 기율 위반도 아니고 살인도 아니다. 바로 ‘법치의 사유화’다. 보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를 죽인 것도 법치를 위해 존재하는 공안이었고, 그 살인사건을 은폐한 쪽도 공안이었다. 살인 장소도 공안이 운영하는 호텔이었다.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공안이 개인 살인사건과 은폐에 동원된 것이다. 이것은 법의 사유화이고 국가제도의 사유화다. 봉건군주 시대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공직의 부패와 빈부격차는 모두 여기에서 출발한다.”

-미국 영사관으로 들어가 망명을 신청한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부시장은 의인(義人)인가 배신자인가.
“보시라이나 왕이나 모두 똑같은 ‘법의 사유화’ 주범들이다. 다만 왕 사건은 중국의 미래를 위해 한 가닥 희망을 던져줬다. 중국이 갈수록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나 추세에서 멀어질 수 없다는 걸 말하고 있어서다. 왕이 미국 영사관을 찾은 것은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서다. 중국인의 생명을 국제사회가 지킬 수 있다는 역설이다. 또 하나는 만약 그가 미국 영사관으로 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구카이라이 살인사건이 법정에 설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중국의 주요한 사건이 국제사회와 연결돼 있고 이것이 바로 중국이 바른 길로 가도록 하는 압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마오쩌둥(毛澤東)을 비판했다. 원래 마오 숭배자 아니었나.
“60년 전 나는 그를 외경(畏敬)했다. 내가 아는 한 젊은 시절 마오는 서구식 민주주의 도입에 찬성했다. 그의 핵심 사상은 ‘평등’이다. 한데 갈수록 평등의 개념을 권력강화에 활용했다.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문화대혁명(1966~76년)이 대표적인 예다. (무산계급) 평등의 이름으로 모든 가치를 파괴하고 절대권력을 구축했다. (평등의 주요 대상인) 농민은 예나 지금이나 노예와 다름없다. 농사를 떠나 삶을 향유할 수가 없다. 자유도 없다. 이게 마오가 말하는 평등인가. 이것은 인민을 상대로 한 한바탕 ‘사기’다. 50대가 돼서야 난 철이 들었고 마오를 다시 보게 됐다. 이런 마오에 대한 실수와 사기를 중국은 아직 못 보고 있다. 얼마 전 한 강연에서 이 같은 이유로 마오를 비판했더니 수백 명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더라.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중국인이 적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그는 이 강연 때문에 26일 밤 공안이 찾아와 욕을 하며 더 이상 비판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이사장이 의미하는 평등의 가치는 무엇인가.
“평등은 효율성과 충돌한다. 평등은 경쟁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효율성이 따르지 않는 평등은 발전이 없다. 따라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공정한 경쟁이냐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과 이를 통한 효율성 증가, 그리고 그 과실에 대한 합리적 분배야말로 내가 중국에 원하는 평등이다.”

-중국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효율성 문제가 곧 대두될 것이다. 중국 경제는 고부가가치 경제가 아니고 양의 경제다. 따라서 발전에 한계가 있다. 이미 올해 8% 성장이 어려울 텐데, 이는 양의 경제성장시대가 끝나간다는 의미다. 투자 효율을 높이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도 급감할 것이다. 자원의 다변화와 효율적 분배도 시급한 문제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계획경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다. 시장에 맡겨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중국 정치시스템이 시장경제를 억누르고 있고 효율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서구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도입해야 경제든 사회든 미래가 있다. 시장의 자유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중국 경제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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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