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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 전화해 검색어 빼달랬더니 삭제되더라”

7월 고가의 수입 과자가 ‘고소영 과자’라는 이름으로 갑자기 포털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톱스타 고소영이 임신 중 즐겨 먹었다는 이유로 이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기사가 인터넷에 오른 뒤다. 고소영 측은 “해당 과자를 먹어본 적도 없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반박했다. 해당 과자 수입업체는 일부 블로거가 붙인 이름이라고 해명했다.한 달여가 지난 현재 이 사건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누군가 이 과정을 주도했는지, 아니면 업체 주장대로 ‘일부 블로거’의 단순한 이름 붙이기 놀이였는지 알 수 없다. ‘고소영 과자’를 검색하면 아직도 제품명·판매처 정보를 연관 검색어들이 안내할 뿐이다. 실체는 안 보이지만 흔적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그림자 마케팅’이라 할 만하다.

“검색어 상위에 올려 주겠다” 대행사도 있어
이런 현상을 가능케 하는 게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다. 어떤 매체도 따라갈 수 없을 만큼 효과가 강력하고 빠르다. 그러니 조작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임종수 세종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 소위 ‘알바’를 동원해 검색어 순위를 올린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 지는 오래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도 “특정 상품을 검색어 상위에 올리고 블로그 등으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건당 1000만원 정도에 대행하겠다는 군소 온라인 기획사가 상당수 있다”고 전한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수많은 이해 관계자가 실시간 검색어, 연관 검색어 서비스의 빈틈을 주시하고 있다. 부정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상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사안과 연결될 때는 파장이 더 크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네이버에서 관련 검색어가 일시에 순위에서 사라진 사건은 네이버 비판자들의 단골 메뉴다. 지난해엔 한 여당 국회의원의 성추행 의혹 관련 키워드가 일시에 사라져 논란이 됐다.

포털은 이런 논란에 대해 “검색량보다는 변화 폭이 얼마나 큰지가 순위를 좌우한다”고만 해명한다. 실시간 검색을 정확히 어떤 ‘방식(로직)’으로 산정하느냐를 비롯한 전 과정은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로직을 공개하면 조작 공격이 언제라도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검색 전문가와 포털 경력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략적인 흐름은 알 수 있다.

포털 검색창에 쏟아지는 쿼리(query·검색 질문)는 하루 수천만 건에 달한다. 네이버의 경우 하루 순 검색자 수가 약 1200만 명이다. 우선 불필요한 신호를 거르는 필터링 작업을 한다. 우선 다른 사이트로 안내하는 검색어나 은행·언론사·쇼핑몰·정부기관 등의 대형 사이트는 뺀다. 포털 스스로 검색창 주변에 제시한 연관·실시간 검색어도 뺀다.
해킹·조작 등 다양한 목적으로 검색창을 두드리는 자동검색 소프트웨어(로봇)들의 공격도 제거한다. 같은 인터넷 주소(IP)에서 반복적으로 같은 검색어를 치는 행위도 대개 이 단계에서 걸러진다. 이런 기초 작업은 거의 자동화돼 있다.

순위 결정에서는 검색량 자체보다 검색량 변화의 속도나 향방이 더 중요하다. 예컨대 A라는 단어의 검색량이 10이었다가 일정 시간 뒤 갑자기 100으로 치솟으면 관심 대상이 된다. 200에서 110으로 변한 B 검색어나, 110에서 150으로 변한 C 검색어보다 절대 검색량은 작지만 변화의 폭이 훨씬 큰 A를 주시하는 것이다.
여기서 포털이 자세히 밝히지 않는 게 있다. ▶시간 간격을 얼마나 두고 검색어 변화를 체크하는가 ▶어느 정도(양과 비율)나 변해야 순위가 뒤바뀌는가 등이다. 자동화된 필터링 작업이 끝나면 별도의 팀에서 소위 ‘19금 단어’ 등 금칙어 처리와 연관된 단어들의 의미를 분석한다.
여기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 어디까지나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언론 보도 여부 등을 체크해 금칙어 검색 제한을 푼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사가 얼마나 나가야 제한이 풀리는지 그 기준은 밝히지 않는다.

연관 검색어는 더 미묘한 문제다. 어떤 단어가 연결되느냐에 따라 의미는 천차만별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인·기업·연예인 등 이해관계자들이 절대 연결을 원치 않는 단어, 간절히 연결을 바라는 단어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걸 적절히 합치고 푸는 작업도 사람의 손을 탄다. 외부에서 온갖 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구글 “검색 중립성이 핵심 가치”
한 IT 전문가는 “예전에 지인이 포털에 전화해 자신과 관련된 연관 검색어를 빼달라고 요청해 곧바로 삭제되는 걸 직접 본 적도 있다. 포털은 ‘조정’이나 ‘편집’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런 게 바로 ‘조작’ 아니냐. 개인이 부탁해 삭제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지금의 논란은 상당 부분 포털 스스로 불신을 초래한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검색어 순위 서비스의 투명성 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일부 네티즌이 ‘절대군주’라고 표현할 정도로 막강해진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최진순(신문방송학부) 중앙대 겸임교수는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고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기능을 하는 포털을 사기업이라고만 보긴 어렵다. 공적 이슈를 만들어내는 툴(tool)로서 포털은 책임감을 더 느껴야 하고, 정부도 부작용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는 정책적·문화적 접근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포털이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대표 상품’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2005년 5월, 다음은 같은 해 9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에 몸담았던 한 IT업계 관계자는 “살아 움직이는 네티즌들의 관심사를 실시간으로 다양하게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실시간 검색의 ‘유인 효과’가 네티즌의 자발적 검색을 앞선다. 검색 유입이 늘면 포털 위상이 높아지고, 이것이 검색어 판매·제휴 링크 판매 등 광고 매출과 연결된다는 건 상식이다.

외국, 특히 전 세계 검색 시장을 장악한 구글과의 차이는 여기서 생긴다. 구글은 정치·인종·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치우치지 않는다는 ‘검색 중립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구글코리아 정김경숙 홍보총괄 상무는 “검색 처리에 사람이 하는 인위적 절차를 최소화하고 조작 시도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동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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