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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1·2·3차 산업 모두 합한 6차 산업”

서규용 장관이 처음으로 안경을 쓰고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눈매가 너무 날카로워 보인다”는 지인의 충고에 따른 것이다. 인터뷰 도중 “농촌진흥청이 개량한 호박고구마가 무척 달다”며 홍보했다. 조용철 기자
연이은 태풍이 일주일 내내 나라 곳곳에 생채기를 냈다. 날씨에 삶을 매단 농심(農心)이 애끓는 한 주였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경기도 과천 종합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지난달 28일 오후, 첫 번째 태풍 볼라벤이 요란했다. 강풍이 한 시간가량의 인터뷰 도중 집무실 창문을 두드려댔다. 첨단농업이나 애그플레이션 대책 등 농정 현안을 들으려고 갔지만 시작은 자연스레 태풍 이야기였다.

-태풍·폭우·가뭄 때면 마음 졸이겠다.
“농가부채의 큰 원인은 농기구 등 농업자재 확보이고, 또 한 가지는 자연재해다. 이번 태풍이 워낙 강력하다고 해서 더욱 신경이 쓰인다. 강풍에 의한 낙과피해가 컸다. 특히 배 피해가 심해 70~80%가 떨어진 곳도 있다. 떨어진 과일을 정부가 수매해 가공용으로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다.”

-태풍으로 당장 추석물가가 걱정이다. 그렇잖아도 요즘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산물 인플레)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압박이 심하다고 한다.
“일단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해 가공식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폭우·가뭄 같은 기상 변수는 채소나 과일 값을 상승시킬 우려가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계약재배를 확대한다든지 배추 같은 서민용 품목을 상시 비축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식량안보와도 밀접한데.
“국내에 안정적인 식량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일과 더불어 해외 농지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제 우리 좁은 국토에서 곡물을 얼마나 생산하느냐를 따지는 식량 자급률보다 어디서든 주체적으로 조달하는 식량자주율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저하되는 우리 경제에 농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농업이 논밭 1차 산품을 생산하는 데 머물러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우리나라 가구당 경지면적은 1.46ha다. 미국은 100배가 넘는다. 다른 농업 선진국과도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방법은 하나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경상도 크기만 한 네덜란드나 덴마크가 농업선진국 소리를 듣는 건 수출 덕분이다.”

-첨단 농업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건가.
“농업은 6차 산업이 돼야 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곡물을 생산하는 1차 산업에다 가공식품을 만드는 2차 산업, 그리고 관광·유통 등 3차 산업을 결합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술·자본 집약적인 첨단 농업을 해야 한다. 핵심 방안은 농업시설 현대화와 ‘골든 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다. 파프리카는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 1위 품목이다. 그런데 그 씨앗을 수입한다. 씨앗 1g이 금 1g보다 비싸다. 말 그대로 골든 시드, 금싸라기 종자다. 이제는 우리가 비싼 씨앗을 육성해 수출해 보려 한다. 20가지 전략 품종이 있다.”

-돈과 기술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지원을 효율적으로 하면 된다. 지난해 시설 현대화 예산이 2450억원이었다. 현재 필요한 예산은 10조원이니 이런 식으로 지원하면 40년 넘게 걸린다. 좀 더 많은 농가가 빨리 시설 현대화를 하려면 보조금을 장기저리의 융자로 전환하면 된다. 돈을 갚아야 하니 도덕적 해이를 줄이고 지원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우리 식품산업의 영세성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두 가지 방향이다. 하나는 국내 향토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순창 고추장, 안동 고등어 같은 성공 사례가 있다. 국내 농·수산물을 이용해 먹을거리를 만들어 수출한다. 또 하나는 수입산 농산물을 가공해 역수출하는 것이다. 전북 익산에 ‘국가 식품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356만㎡(108만 평) 부지에 국내외 식품업체들을 유치하려고 한다. ‘동북아 식품허브’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식 세계화는 뭐가 숙제인가.
“외국인들에게 한식 소감을 물으면 ‘깊이와 성의가 있는 음식’이라는 반응이 많다. 이런 장점을 살려 일단 고급화에 나서야 한다. 한편으론 현지화·대중화 노력도 해야 한다. 단순히 먹을거리가 아니라 문화로서 한식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키워야 한다. 2009년에 뉴욕 거주 외국인 3500명에게 “한식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9% 정도가 그렇다고 답했다. 2년 만인 지난해 말 같은 설문조사를 했더니 41%에 달했다.”

-‘미스터 귀촌·귀농’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 방면에 관심이 많다. 도시민이 농·어촌에 발붙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귀농·귀촌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세 가지를 명심하자. 첫째는 함께 살 가족의 동의를 얻는 것이고 둘째는 스스로 농사지을 분야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다. 마지막으로 정착한 마을 사람들과 동화되는 일이다,'서울에서 고소득 전문직으로 일했는데 왜 여기 와 마을 공동청소를 함께해야 하냐'며 역정 내면 절대 안착할 수 없다.”

-주말마다 농어촌 현장을 찾는다고 하는데 기억에 남는 곳은.
“지난해 전북 김제의 한 파프리카 농장을 찾았다. 현장에 가면 대부분 ‘어렵다. 도와달라’는 말을 주로 듣는다. 그날은 ‘장관님, 우리 농업도 희망이 있습니다’라고 오히려 장관을 격려해줬다. 지금까지의 성공담과 이런저런 계획을 열심히 설명했다. 이런 자신감과 희망을 품은 농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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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