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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다스리기

짐승도 위협을 느끼면 어깨를 곤두세우고 이빨을 드러내며 화내는 본새를 보인다. 다만 짐승의 분노는 대부분 먹잇감 찾기, 짝짓기, 영토 구축의 수준에서 그친다.
하지만 사람의 분노는 좀 더 복잡하게 분화된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거나, 이런저런 셈에서 손해를 보거나, 내 불행이 불공평한 사회시스템 때문이라고 믿을 때 외부로 향한 분노는 더 강해진다.

사고만 하고 후회와 반성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분노 역시 통제 불가능이다. 내 욕망과 바깥이 부딪힐 때 원인을 분석하고 타협하기보다는 주먹을 앞세워 단번에 상황을 바꾸려 한다. 자기중심적 낙관론에 빠져 죄를 저질러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해 교도소로 가야 폭행을 멈춘다.
빈부 차이, 폭력적 영상, 경쟁과 소외도 원인이지만 가정폭력과 아동 방치, 학교 폭력의 피해도 가해자를 만든다. 원칙 없는 익애적(溺愛的) 태도도 감정통제를 배우지 못하게 한다. 때리거나 욕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부모들은 결국 뼈저리게 후회하게 된다.

의학적으로는 감정과 동기를 관장하는 안와내측전전두피질(Orbitomedial-prefrontal cortex)이 분노 조절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 부위의 발달 부전은 심각한 유전적 질환이 없는 한 후천적 결과다. 분노는 정도에 따라 남을 해치지 않는 단순한 공격성(aggression)에서부터 제어할 수 없는 격노(wrath)까지 범위가 다양하다. 무감동, 회피, 패배주의, 냉소, 모략, 험담 등의 수동 공격적 행동 역시 소극적인 분노 표현이다. 따돌림, 폭력행동, 위협, 복수 등의 행동화도 있다. 실제로 협상테이블에 앉거나 일거리를 맡을 때 소극적이고 부드러운 사람들보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이기는 경우도 많다.

분노를 표출하는 당사자들은 자신들이 힘세고 카리스마가 있기 때문에 말이 먹힌다고 착각한다. 화를 내면 카테콜라민, 에피네프린, 노어에피네프린 등 교감신경물질과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증가돼 과대망상적 상태에 빠지거나 상대방을 이겼다는 느낌을 받는다. 강간과 폭력범죄가 병존하는 이유다.

분노를 내면화해 우울하고 의기소침해지는 사람들에 비해 남이야 상처를 받든지 말든지, 무조건 성질부터 부리는 사람들은 오히려 건강하게 잘 살 수도 있다. 장수 노인의 성정이 꼭 유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반대로, 화풀이할 데 없는 고독한 사람들은 애먼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과거에도 그런 무뢰배들이 있었지만, 누군가 품어주었기에 세상에 노출되지 않은 면도 있다. 동생 아벨을 죽이고도 용서받은 카인의 시대는 아닌지라, 혈육이라도 패악을 부리면 냉정하게 연을 끊는 추세니, 난폭한 사람들은 점점 갈 곳이 없다. 유교에서는 분노를 포함해 사람의 칠정(七情)이 널뛰는 것을 사단(四端), 즉 도리나 양심이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오랫동안 천착해왔다. 불교에서도 삼독(탐욕, 분노, 무지)이 깨달음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 했다.

초기 불교 경전에는 1000명을 죽이려 했던 앙굴리말라를 부처님이 감화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부처님까지는 아니라도 분노로 병든 자를 고쳐줄 스승들이 이 시대에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 분들 대신, 엽기적인 범죄에만 관심을 보이는 사회가 어쩌면 더 엽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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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