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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뮤어필드 ‘여성 출입금지’ 푯말도 날릴 기세

마사 버크 미 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이 2003년 4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인근에서 남성 전용 회원 정책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거스타내셔널은 지난달 21일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투자회사 레인워터의 파트너인 금융인 달라 무어를 여성 회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19세기 철학자 아서 쇼펜하우어는 “진실은 3단계로 진화된다”고 말했다. 처음엔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받다가 다음엔 반대에 부딪히고 마지막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남성 전용 회원 정책을 고수했던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 80년 만에 ‘금녀 정책’을 풀고 여성 회원을 받아들였다. 오거스타내셔널은 8월 21일(한국시간) 콘돌리자 라이스(58) 전 미 국무장관과 투자회사 레인워터의 파트너인 금융인 달라 무어(58)를 새 회원으로 받아들였다고 발표했다. 오거스타내셔널이 여성 회원을 허용한 건 1932년 개장 이래 처음이며 오랜 성차별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인 사건이다.오거스타내셔널의 성차별 논쟁은 지난 2002년 시작됐다. 미 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마사 버크(71)가 ‘골프포우먼’이라는 잡지에 오거스타내셔널 회장 후티 존슨(81)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을 실으면서부터였다.

당시 버크가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여성 회원을 금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존슨은 “오거스타는 남성들만의 사교 모임 장소”라고 못 박았다. 여성 단체는 물론 언론의 비난에도 존슨이 요지부동하자 버크는 2003년부터 오거스타내셔널이 개최하는 마스터스 대회 후원 기업에 대한 제품 불매 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존슨은 방송사에 중계권을 공짜로 주면서 “우리가 옳기 때문에 이번 싸움에서 이기게 될 것이다”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10년이 다 되도록 진전이 없어 보였던 오거스타내셔널의 변화는 올 초부터 감지됐다. 마스터스는 전통적으로 3대 후원사인 IBM, AT&T, 액손 모빌 최고경영자에게 회원 자격을 부여하는데 올 초 IBM의 CEO로 버지니아 로메티(54·여)가 임명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여성 단체의 반대에도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오거스타내셔널은 전통을 지킬 수도, 깰 수도 없는 상황 앞에서 난처해졌다. 골프계는 물론 미국의 버락 오바마(51) 대통령, 공화당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는 밋 롬니(65)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금녀 정책에 반대 의사를 밝히자 고민은 더 깊어졌다. 하지만 결국 로메티는 회원 자격을 부여받지 못했고, 이 일로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마스터스 시상식 취재 거부로 오거스타내셔널을 더 압박했다.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 입구 전경.
오거스타내셔널은 그동안 미국 남부 지역 보수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개장 이래 80년 동안 인종, 성차별 등 숱한 논란을 겪으면서도 누구를 회원으로 받아들일지는 클럽의 고유 권한이라는 논리로 미동도 하지 않았다. 흑인 회원도 1990년에야 허용했다. 스포츠 인권 헌장은 ‘모든 사람은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며, 여성의 스포츠 참여 활동은 동등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오거스타내셔널은 스포츠 인권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보수적인 오거스타내셔널은 회원 신상도 극비에 부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2004년 USA 투데이에서 비밀 문서를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는데 회원은 약 300명이며 평균 연령은 70대 후반, 전체 회원 중 흑인은 약 2%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57)를 비롯해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82), 제너럴 일렉트릭 전 CEO 잭 웰치(77)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들이 이번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재개장 때 라이스·무어 회원 가입식
오거스타내셔널 회장 빌리 페인(65)은 “언젠가는 여성 회원들도 오거스타의 그린 재킷을 입을 날이 올 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번 결정은 우리 클럽 역사에 남을 만한 기념비적인 일이다”며 “시간을 두고 여성 회원 후보의 자격 심사를 엄격히 진행했다. 첫 여성 회원으로 선정된 라이스와 무어는 남성 회원들과 동등한 예우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거스타내셔널은 마스터스 직후 문을 닫고 10월 중순에 재개장하는데 라이스와 무어는 올 가을에 그린재킷을 입고 가입식에 참가한다.

오거스타내셔널의 이번 결정에 골프계는 환영 일색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의 금녀 정책을 폭로했던 마사 버크는 “이 문제를 두고 10년이나 끌어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하지만 결국 우리는 이겼다. 이번 결정은 여성들의 사회 활동과 지위 향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부터 오거스타내셔널의 금녀 정책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던 타이거 우즈(37·미국)는 “1990년에 흑인을 회원으로 받아들인 사건에 이어 이번 결정은 골프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은퇴한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42·스웨덴)도 “언젠가 오거스타내셔널이 여성 회원을 받을 날이 올 줄 알았다. 이번 결정은 골프를 사랑하는 여성들에게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반겼다.

오거스타내셔널의 여성 회원 수용은 골프계에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상징적 의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직까지 남성 전용 회원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보수적인 회원제 골프장들이 변화의 목소리에 직면하게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표적인 곳이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2013년 디오픈 개최지인 뮤어필드다. 1754년 창립된 R&A는 2400여 명의 회원이 있지만 여성 회원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2003년에는 ‘R&A를 포함한 영국 내 회원제 골프장에서 여성 회원을 받아들이고 남녀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는 법안이 상정되기도 했지만 보수파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미국의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R& A와 뮤어필드에는 아직도 ‘여성과 개는 출입 금지’라는 푯말이 클럽하우스에 버젓이 붙어 있다. 하지만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일어난 변화의 바람이 이 두 단체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R&A는 생각이 다르다. R&A의 피터 도슨(62) 회장은 “오거스타내셔널의 결정을 관심을 가지고 봤지만 오거스타내셔널과 R&A의 정책이 똑같을 수는 없다. 여성에게 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일은 각 골프장이 원칙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며 명확한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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